Restless Fauna

이제영展 / LEEJEYOUNG / 李濟英 / painting   2015_0519 ▶ 2015_0615 / 주말,공휴일 휴관

이제영_Fauna_00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5

초대일시 / 2015_0519_화요일_05:3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루 ART SPACE LOO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10번지 Park110 빌딩 B1 Tel. +82.2.790.3888 www.artspaceloo.com

나의 작업은 '불안'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에 근원한다. 불안은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이 생명력을 갖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점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자신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명확한 실재가 없음에도 인간은 뜻 모를 이유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물리적, 감정적으로 친숙했던 주변 환경이 어느 순간 나의 찰나의 인식 변화로 인해서 기존과 전혀 다른 말을 걸어오며 압박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어두운 방 안에 놓인 작은 탁자 하나가 웅크린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대상의 절대적 상태가 변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대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안의 대상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 데도 없다. 다만 그 위화감을 의식이 자각하는 순간 현존재가 몰입하던 세계는 그 모든 의의를 상실하며 불안은 망각해왔던 본래적인 자신의 존재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달라진 인식에 집중하게 되면 스스로의 존재조차 의심케 되고 나의 고유성과 개별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제영_Fauna_01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5
이제영_Fauna_02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5

불안이 나를 잠식하는 순간 외부의 사물과 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나 자신과 이 세계에 관해 쌓아온 오래된 인식들을 의심하게 되고 나의 감각들이 보여주는 정보들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의심은 의식 속에서 개념적으로 스쳐갈 뿐만 아니라 시각적 환영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게 나의 의식 속에서 뒤틀리고 다시 태어난 괴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 안에서 나의 모습을 거울을 보듯이 발견하게 된다. 「Restless Fauna」는 주변에서 발견한 오브제나 기억 속 장면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평면 위에서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었다. 해체되고 변형된 형태들은 화면 위에 모여 유기적 형태를 가진 기형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이 존재들은 자잘한 조각들로 해체된 면들의 무질서한 조합을 통해 다시 태어나 인간의 불안정한 내면의 인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 숨 쉬고 있는 3차원의 공간도 모자이크처럼 쪼개지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불안정한 공간과 생소하고 뒤틀린 존재들은 본래의 형상을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알고 있던 의식 속 관념들을 부정한다. 관객들은 그 장면들 안에서 시각적 퍼즐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저마다의 개인적 기억 속 한순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제영_Fauna_03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5
이제영_Fauna_04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5
이제영_Fauna_05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5
이제영_Fauna_06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5

「Restless Fauna」 시리즈는 존재와 인식 사이의 괴리가 내면에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하여 이미지로 재현하는 과정이다. Fauna는 한 지역과 특정 시대의 동물상(動物相)을 뜻한다. 나라는 개인의 인식 속에 허상으로 존재하는 공간과 현재 내가 가진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숨쉬고 있는 존재들의 초상들의 기록이다. 이들은 인간이 안고 살아가야 할 수많은 불안의 씨앗들의 발아점의 상징을 뜻하는 인간 인식 내면을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이름 모를 유기체들의 초상을 통해 불안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과 인지능력을 투영하고 그 속에 쌓여 있는 개인적 상처의 기록들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고자 하는 작업이다. ■ 이제영

Vol.20150515e | 이제영展 / LEEJEYOUNG / 李濟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