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된 지각체험으로서의 일상

유근택 수묵채색展   1999_1029 ▶︎ 1999_1107

유근택_엄마와 아기_한지에 수묵채색_178×192cm_199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유근택 홈페이지로 갑니다.

원서갤러리(폐관)

유근택의 작업은 일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일상에 대한 관찰과 묵상으로 그는 자신을 추억하고 반추한다. 환기된 개인사로서의 일상은 화면이라는 하나의 장場 속으로 전이된다. 극히 자연스럽게, 혹은 치밀한 계획 하에 그는 자신의 지각체험을 화면 가득 부려 놓는다. 그것은 독립적인 별개의 것으로, 때론 커다란 흐름 속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해 낸다. ● 유근택은 일상을 모필毛筆로 떠낸다. 모필에 의한 직접 소묘와 사생으로 무표정의 화면은 한 것 생동한다. 생동하는 자연으로서의 일상과 조우하는 지점에서 그는 개인사를 반추하고 전통을 생각한다. 자신의 호흡에 의해 생성되는 행위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유근택은 일상의 심연과 기억 저편에 내장된 단편들을 개입시켜 나간다. 선택적으로 더해지는 색채와 다양한 터치는 일종의 정신적, 심리적 반영으로서 화면에 함께 용해되고 있다. 때문에 작업은 인간적인 질서를 보인다. ● 유근택은 이미 레테의 강을 건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또는 일상에서 간과된 채 익명의 어스름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현실 속으로 캐낸다. 결코 간단치 않은 이 지난한 지각행위로 그의 화면은 생명력을 획득한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라는 경직된 단순구조가 아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하나의 유연한 순환구조로 존재한다. 작가의 일상에 대한 오랜 묵상의 결과이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공간적이기보다는 시간적이며, 물질적이기보다는 정신적이다. 때론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인간조건들을 환기시키며, 그는 인간존재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스스로에게, 혹은 보는 이에게 건넨다. 작가가 연출하는 육화肉化된 지각체험知覺體驗으로서의 일상日常- 그것이 지닌 힘, 그 힘의 응집이 바로 유근택의 작업이다. ■ 박천남

Vol.19991029a | 유근택 수묵채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