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박불똥展   1999_1125 ▶︎ 1999_1207

박불똥_자화상 Ⅱ - 서리 쬐고도 멀쩡한 녀석에게 시(詩)든 꽃을 바침(헌화가)_25×40cm_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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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미술관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3번지 Tel. 02.736.4371 www.savinamuseum.com

아무개씨께/ 충청도 어느 한촌閑村,/ 추평리로 솔가낙향 한뒤 지난 100일 동안/ 저는 흡사 한마리 두더지였습니다./ 시골 민옥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울 안팎을 온통 헤집어대느라/ 여름 한철 장마나 무더위도 오는 줄 가는 줄 몰랐습니다. ● 삽질, 괭이·곡괭이질, 호미질, 낫질 등/ 전에 않던 노동일에 10분지 1이나 무게가 빠질 정도로/ 몸은 비록 고단하였으되/ 기분 만큼은 살 맛이 어찌나 철철 넘쳐나던지,/ 혹 누가 시골서 지내기 어떠냐 물을라치면/ '천국'이라는 대답이 아무 서슴없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곤 하였습니다. ● 평소 시골시골 노래를 부르다가 막상 이삿날이 닥쳐오자/ 서글픔이 한편 두려움도 한편 치밀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잡념 조금도 없습니다. ● 이다지 즐거운 시간을 좀더 일찍 30대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면/ 오죽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욕인 줄 압니다. ● '구원'받은 자체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감사하기 그지 없는걸요./ 그러고 보니 저의 이 구원은/ '화가라는 것'에게 상당한 신세를 졌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화가의 길로 들어섰던 걸 후회하거나 한탄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작업실이 마땅치 않다는 둥 생계가 더 다급하다는 둥/ 갖은 핑계대가며 소홀했던 화가 노릇에/ 이제는 정말 열중할 것을 이 참에 약속드립니다. ● 물감으로 그리기도 할 것이고 캔버스 작업도 마다 않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능력껏,/ 지닌 재주 가운데 기중 나은 걸 풀어먹으며 살아가게 마련일터니/ 저도 그저 죽어라 '그림그리기'에만 매달려 보겠습니다. ● 하기사 그밖에 딴 도리가 없기도 합니다. ● 그러나 딱 한가지,/ 풍경화(그게 제일 매출 쏠쏠한 물건 된다고들 하던데)/ 그것만은 아무래도 곤란하지 싶습니다./ 몇 해전 어느 TV 프로에 출연해서 뱉었던 말/ (세상 화가들이 풍경화 쪽으로 죄 다 좌우향 우 한대도/ 나는 결코 그럴 리가 없다) 때문입니다./ 왜 그 따위 건방을 떨었던 건지 후회막급이지만,/ 한번 띄워버린 전파를 도로 주서 담을 수야 없는 노릇입니.........입니다만/ 그때 그 프로의 채널이 13번이었으니까,/ 교육방송은 시청자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던데,/ 설령 봤던 이가 더러 있다손 쳐도/ 시시콜콜한 장면까지 여태 기억하고 있긴 힘들 테니까,/ 아주 드물게 별걸 다 기억하는 별종이 내게 따지고 든다면/ 그땐 배운 대로 모르쇠를 내세우면 될 테니까. ● 그러니, 그러므로 풍경화도 그릴 수 있겠습니다./ 소신이야 시계 불알처럼 간과 쓸개 사이를 오락가락해도 무방,/ 종요로운건 예술! 바로 그겁니다. ● 예술은 자본과 애시당초 한통속인 것을.../ 하릴없이 겉돌며 주접 그만 떨고/ 예술 속으로 자본 속으로 '세상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겠습니다./ 격려바랍니다. ● 부디, 아무런 기약도 보장도 장담도 하기 힘든 시절이지만/ 밤새 별고 없으시길 빌며./ 그럼 이만 ■ 박불똥

Vol.19991125a | 박불똥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