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 . . . 잊 . . . 다 . .

김형관_박주욱展   1999_1210 ▶︎ 1999_1218

박주욱_Let Down_Oil on Canvas_130×162cm_1999

한주갤러리 서울 강남구 신사동 565-19번지 한주빌딩5층 Tel. 02.545.1516

요즈음 나는 단조로움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거나 영화를 보면서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하던 타인의 시선에 고마워 하거나 때로는 증오하기 까지 하면서 그날, 그날을 이어 나간다. ● 지금의 나는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어 보인다. 단지 앞으로 있을 한두서너시간 이후의 일들만이 내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담배를 또하나 꺼내어 피우면서 담배연기가 내 폐와 빈방의 구석을 채울 때까지 잠깐동안 두리번거린다. ● 사물들은 말이 없다. 나도 말을 꺼낼 수 없다. ■ 박주욱

김형관 '그림과 대상을 찍은 사진'

점점 사진기에 찍히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조금씩 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나한테 남아있는 사진이 별로 없다. ● 오늘 본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사진이며 기억을 버리고 다시 드러내길 꺼려하는데 그 여자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피하고자 애쓰는 중이었다. 영화는 끊임없이 여자의 과거를 뒤쫓아 보지만 여자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타인이 되어 영화를 괴롭힌다. ● 기억을 뒤쫓는 일은 그렇게 늘 타인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타인을 잊고, 잇고 있다. ■ 김형관

Vol.19991207a | 김형관_박주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