呼父呼兄·好父好兄

99 독립예술제 내부공사   1999_1222 ▶︎ 2000_0130

최민화_분홍-21세_브로마이드 위에 유채_85×60cm_1992

초대일시_1999_1222_수요일_05:00pm

책임기획_박민정_최금수   참여작가 김일용_배영환_이샛별_김미정_안창홍_강홍구 박용식_전수현_김준_최민화_김정욱_박은영 노석미_홍지연_최영희_이동기_권오상_이흥덕 문승영_진달래_최지안_이정우_윤여걸_수파티스트 권기수_연영석_박형진_이종빈_최경태_지미연

아트선재센터 지하주차장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4-2번지 Tel. 02.733.8945 www.artsonje.org

독립심 강한 작가들과의 한판 ● '젊은 작가에게 창작의욕'을 불어넣지도 '작품발표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도 아닌 또 하나의 판을 벌린다. 단지 독한 이미지 대문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지 못하는 작품들을 불러모으자는 것뿐이다. 기왕의 흐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대책 없이 과감하고 아찔한 요소들이 정신없는 작가들과 상당한 불편함으로 대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이미지들은 경직된 나의 사고를 한없이 조롱하며 내가 가늠할 수 있는 기대치를 어김없이 짓밟아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좋다. 편치 않은 자극들이 나로 하여금 보다 다른 영역의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 작품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꿔본 적도 없기에 관람객의 호의를 구걸하지도 않으며, 작품평가에 대해서도 초연하게 당당하다. 세상에 대해 시비도 걸어보고, 권위에 대해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는다. 예술을 신성하게 보는 바보들을 비웃는 듯하기도 하다. 벽에 걸어두고 보기에 좋은 장식품에 불과한 그림에 몸을 파느니 차라리 배고프고 말자라는 그들을 사회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미숙아 내지는 반항아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들의 사고가 너무 건강하고 떳떳하다.

그들은 세상에 만족하지 못하며 어쩌면 그 불만족한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것으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이 없어도 태양은 떠오르고 예술가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그래서 가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영혼의 걷잡을 수 없는 힘'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지독하게 외롭고 가난한 한 변방에서 그나마 살아보겠다고 버티는 것뿐이다. 하기 좋은 말로 이 판에서 십년만 버티라고 하지만 순진하게 버텨봤자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미련만 남을 뿐이다. 그리고 이미 사회 어느 한구석 만만해 보이는 곳이 없어졌을 뿐이다. 학교에서 사회로의 진출이 아니라 무작정 내던졌을 때, 걸작을 남길 재능이 필요한게 아니라 어떤 위기상황에도 끄떡없이 지탱할 수 있는 자생력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 이런 고약한 혹은 어눌한 작품을 위해 후원을 자처하는 이 없고, 이해는커녕 공짜로 보는 것조차 스스로 체면이 깎이는 것을 주저하는 이 판에서 작가가 진정 고뇌하는 것은 창작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항상 작업과 밥벌이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을 겪기 마련이지만 작업을 위해서는 확실한 직업과 그것이 보장하는 경제적인 안정은 어느 정도 포기하는 각오가 서있는 그들은 포기의 대가로 얻은 자유의 소중함을 아는 작가들이다. 그러므로 고통받을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인 그들의 반짝이는 열정과 솔직함의 용기가 부럽다. ● 가끔 우아하고자 하는 이 판에서 자주 부딪히는 뻔한 감정과 형식을 부여잡고 적절하게 훈련받은 상투적 말재주로 무장한 작품은 달콤하나 김빠진 콜라처럼 허무하다. 일반화된 지식으로 혹은 체면으로 견디기에는 배가 너무 간지럽다. 돌아서서 무안하긴 서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우아하지 못하고 고상할 수도 없는 나는 그들의 발버둥치는 듯한 작품과 대면하면 약자(?)에 대한 편애를 감추지 못하게 된다. 그들의 창작열을 돋우기 위해 물감 하나 사주지 않는 고약한 큐레이터에게 조촐한 잔치에 불러모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이들이 고맙다. 이들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편치 못한 상황으로 접어들어 가지고 곡예사처럼 줄 위에 멋모르고 올라서서, 확실한 목표에 이를 수 있을는지 자신도 없으면서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스스로 예술가라는 자신은 가질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들인 이들 모두가 마침내 진실로 살게 되기 위해서 나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세상이 조금 혹은 빨리 변했으면 한다. 이들의 밝은 영혼까지 흐려지기 전에... ■ 박민정

■ 이 전시는 '99독립예술제 미술행사 기획전으로 독립예술제 집행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아트선재센터·월간아트·나무기획·네오룩쩜엔이티로부터 후원을 받았습니다.

Vol.19991221a | 呼父呼兄·好父好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