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Soup)-집착 혹은 집요에 관한 연구

아트선재 주차장 프로젝트 Ⅳ 기획展   2000_0317 ▶ 2000_0514

장지아_작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_비디오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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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지하 2층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4-2번지 Tel. 02_733_8945

● 전시 기간중에 집착을 주제로 한 기습파티(Surprise Party)가 있을 예정입니다.

"주차장 프로젝트의 음모와 해명" 주차장 프로젝트는 대안적인, 그리고 새로운 전시 문화 공간 창출을 목적으로 그간 세 번의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그중 한번은 독립예술제의 호부호형전이라는 외부기획전시였다) 그간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미술문화 공간의 정착, 공간문화의 새로운 위상전환, 신진 작가의 발굴, 실험적인 전시형태 등을 모색한 바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이후 주차장 프로젝트의 주요한 방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전시공간만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공간 구성을 위한 작은 여러 시도들이 진행된 바 있으며 그 형태는 공연과 파티, 놀이의 장 등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모습을 지향해 온 바 있다. ● 아트선재센터의 주차장 프로젝트 Ⅳ 'Soup-집착 혹은 집요에 관한 연구' 역시 이러한 느낌과 색깔을 포용한다. 여러 결과 빛깔로 외화될 아트선재의 주차장 프로젝트. 익숙한 곳에서의 낯선 체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미술 영역의 확장, 젊고 발랄함이 향을 내는 눅눅하고 축축한 곳에서의 묘한 느낌들을 공유하시길!! ● "스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 이번 주차장 프로젝트『스프(soup) -집착 혹은 집요에 관한 연구』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다. 언더한 문화공간이라는 방향성 대신 본격적인 전시공간의 가능성을 물어보는 형태의 전시를 그 기조로 한다. 이러한 단순한 기조가 오히려 이전의 주차장 프로젝트와 일정한 차별점을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젊고 유망한 작가발굴이라는 측면에 포인트를 가진다. 그리고 이들(이번에 참가한 작가들)의 가능성을 물어보면서 주차장 공간이 갖는 젊고 대안적인 측면을 열어놓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프(Soup) ● 스프soup라는 단어는 음식으로서의 스프 이외에도 '깊이 파고들다'. '조사하다'의 어의를 갖는다. 곧 부제로 설정한 집착, 집요에 관한 연구와 의미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프의 물성에 담긴 원형질의 끈쩍끈쩍함, 한계 속에서 끓어오는 이미지 역시 집착이 갖는 정서를 가시화시킨다. 그런 면에서 타이틀인 스프는 이번 전시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고체와 액체 사이의 그 끈적한 맛, 달콤한 맛을 느끼듯 스프라는 은유와 그 물컹한 맛을 만져보기 혹은 맛보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기. ● 집착, 혹은 집요에 대한 것들. ● 집착이란 사물이나 사람 혹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 등 양상은 다를 수 있어도 어떤 대상에 심리적 에너지가 과도하게 몰입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대상에 대한 과부하의 에너지 투사이며 내적 심리의 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상으로의 과잉된 투사의 양상은 주체와 대상간의 안정적이지 않은 관계를 창출한다. 이런 면에서 고정되고 정적인 관계를 일탈시키는 긴장의 정서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은 언제나 편향으로 자리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상 행동(Abnormal behavior)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상으로의 몰입은 고착행동(fixed-behavior), 강박장애(obssesive-compulsive disorder), 절편음란증?(fetishism)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상행동의 유발은 집착의 심리상태가 집착하는 주체로 하여금 집착하게 된 대상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능력을 상실시키기 때문이다. 곧 불안하고 유동적인 주체를 형성시키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분열증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한 주체의 형성은 심리학적인 의미 바깥에서 긍정성의 플로(flow)를 유출시킨다. 곧 중심화되고 절대화된 주체에 균열과 긴장을 조성시킬 수 있는 생성으로서의, 균열로서의 주체개념 형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의미에서의 자아에 대한 것들을 복구시키기도 한다. 곧 잃어버린 자아, 무의식적인 자아에 대한 것들을 떠올릴 계기, 자극으로 집착의 정서가 다가오는 것이다. 사물로의 몰입은 역으로 소외된 자아,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자기를 발견할 기회가 된다는 면에서 집착의 정서는 단순한 심리학으로 포괄시키기 어려운 어떤 것들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 스프에 관한 몇 가지 단상들하나, 집착을 통해 현대인들의 심리 읽기, 혹은 세상에 대한 사유 ● 집착이라는 기제는 현대인들의 복합적인 심리적인 상황들을 드러낸다. 개개인이 갖는 정서구조의 미묘한 흐름인 동시에 문화적 감성구조의 일정한 하위영역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며 그렇게 집착의 감성은 개개인의 은밀한 감성과 동시에 현대의 어떤 정황들을 드러낸다. 그것은 테크놀로지화된 산업사회의 내면에 자리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무의식의 기저에 깔린 욕망의 변주곡을 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 컨셉에 따라붙는 육체적인 것에 관한 코드는 중요한 키워드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그 맞은편에는 기계화된 테크노 사회의 차가운 모습들이 자리한다. 테크노피아의 차갑고 딱딱하고 무거운 것들에 마주한 물렁하고 따스하고 끈적하고 작은 감성들을 보여주는 것. 집착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또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 둘, 집착이라는 이름의 감성 ● 집착이라는 감성의 형태와 그 대상은 비정형적이다. 그렇기에 집착의 감성은 주류화된 감성의 저편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집착의 감성은 비정상성(abnormality) 혹은 변태의 느낌들과 공유한다. 일종의 하위 감성(Subsense)이라는 것. 곧 주류 문화의 획일적이고 균질화된 감성의 저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에 집착이라는 개념은 표준적이고 등질적인 감성이 갖는 기계화되고 양적인 감성에 대해 조롱하고 조소하고 긁어내린다. 이런 감성(집착이 엮어 가는) 이 세분화되고 미시화된 욕망의 변주곡일 때 기존 사회가 가져가는 단선적이고 획일화된 논리와 느낌의 덩어리들은 덩어리져 나오는 살찐 근육덩어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느껍고 두터운 것들에 대한 저항, 전복의 감성 역시 이번 전시의 방향의 하나인 작고 섬세한 것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집착이라는 대상에 대한 태도 이상의 것들, 미시적이고 세밀한 것들에 대한 작은 부름들이 깔려있는 방향을 취한다. ● 셋, 집착이 매개하는 긴장감 ● 대상에 대한 몰입은 역으로 자기에 대한 몰입과 상통한다. 그것은 주체와 대상간의 안정적인 거리감을 침해하는 긴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일정하고 굳어진 거리감, 관계는 서구의 이성 중심적인 사유가 구축한 절대적인 거리라 할 수 있다. 대상과의 관계는 불안하고 유동적인 무엇이다. 이를 고정시켜 사유하는 합리적이고 절대적인 어떤 거리감에 대한 균열과 긴장의 정서를 집착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는 면에서 집착의 정서는 쓰린 문제제기이다. 고름과 그 고름의 터짐 속에서 건강한 신체를 치유해내는 그런 과정과 같은. 그러나 집착이 매개하는 긴장은 강한 편향이며 어떤 역설로서 읽어야 할 것이다. 세상과의 고정적인 거리에 대한 지독한 질문 같은 것들이 집착이 만드는 대상과의 불안하고 기형적인 거리감 속에 숨어 있다. ● 넷, 절편음란증(切片淫亂症) 혹은 부분에 대한 것들. ● 집착의 대상은 그러나 전체덩어리가 아니다. 그녀의 가슴에, 엉덩이에 혹은 자동차 후면부에, 지우개와 진기한 라이터들에…. 그렇게 작고 미세한 것들, 전체의 파편에 부분에 집착의 시선이, 혹은 그러한 정서가 향해있다. 이러한 집착의 정서는 따라서 전체화된 것들의 간극과 균열에 자리한다. 전체화된 사회에 대한 메타포화된 비판일 수 있는 것이다. 덩어리지고 살찌고 둔탁한 것들의 파편들에, 그 부분들에 집착의 미세한 촉수가 향해 있다. ● 다섯, 숨겨진 자아에 관한 것들 ● 가장 진한 자기로의 복귀. 그러한 숨겨진 자아의 복원, 대상을 통해 자기를 비추기 같은 말들이 집착의 정서에 숨겨있다. 너를 통해 나를 보는 것이고 사물을 통해 자기를 돌이키는 것이다. 그렇게 집착은 자기에 대한 또 하나의 의문부호이며 문제제기이다. 혹은 잃어버린 자기, 그 원형질의 끈적함을 향한 것들을 집착의 정서는 불러일으킨다. 미분화되고 원초적인 것들로의 막연한 복귀와 희구, 집착이 향하는 근원적인 몸짓이다. ● 마지막. ● 이러한 집착의 컨셉을 통해 우리는 미술로 형상화된, 혹은 미술로 사유할 수 있는 미세하고 섬세한 감성의 자락들을 펼치려 한다. 곧 이런 정조와 느낌들을 바탕으로 한 미술의 오래되고, 내밀한 것들로 향하는, 기억에 관한 주술적인 작업들, 작고 세밀한 감성들의 복권, 미묘한 감성의 타래들을 부여잡고자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거대 담론화된 미술판의 틈새와 여백으로 흐르는 감성들에 관한 것들이며 그렇기에 다른 전시공간이 갖는 차갑고 덩어리진 둔탁한 감성의 바깥, 사이, 안자락에 놓인, 조금은 눅눅하고 축축한 기억의 감성들을 불러내는 것들이다. 이번 주차장 프로젝트는 그렇게 세팅이 될 것이다. 은밀하고 내밀한, 작은 떨림과 감성에 주목을 하게끔 하는...그런 것들을. ■ 민병직

Vol.20000319a | 스프(Soup)-집착 혹은 집요에 관한 연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