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이야기

쪼 꼬 레 빠展   2000_0327 ▶ 2000_0410

참여작가 김월식_김남훈_박현일_상국규_진희정_이승연

철학마당 느티나무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2층 Tel. 02_723_4254

웃기는 이야기 1 두 명의 젊은이가 무턱대고 골목을 뛰다가 누군가에게 주의를 듣는 것으로부터 광고는 시작된다. "왜 싸우냐?"...."너 손에 뭐냐?"..."니들 쪼꼬레빠로 맞아 본 적 있어?"..."웃기냐?"..."웃겨"....정말 웃긴다. 이 광고 덕분에 '스넥커즈'라는 쵸코렛바의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몰라도 나는 이 광고를 몇번이나 TV에서 반복 시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웃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웃기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은 별로 없다. 나는 단지 쵸코렛바로 사람을 때린다는 사실이, 무언가 현실과 거리감 있는 겁주기가 웃기는 것이고 그 겁주기를 받아들이는 독특한 두 명의 모델이 쏟아내는 묘하고 어정쩡한 태도가 웃긴다. 한쪽은 겁을 주고 한쪽이 그 겁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은 힘 겨루기이다. 겁이 폭력이 되고 힘이 돼서 강하게 느껴질 때 약자는 당하기 마련이다. 또 겁이 폭력이 되고 힘이 돼서 강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겁(폭력과 힘)의 진위를 알았을 때는 오히려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겁주기는 그 겁의 진위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겁의 뻔한 속셈은 뻔한 거부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이다. ● 웃기는 이야기 2 나는 초코렛바로 맞아본 적이 있다. 광고의 목적이 회사의 이미지나 상품을 알리자는 것이니 나의 뇌는 TV를 볼 때마다 쵸코렛바에 맞고 전자렌지에도 맞으며 껌에도 맞고 등등 수도 없이 맞는다. 게다가 드라마에 맞으며 스포츠에 맞고 심지어는 정직과 진실이 생명인 뉴스의 말도 않되는 소식들에 맞는다. 실로 나는 불쌍한 인간이다. 사람이 맞으면 몇가지 증세가 나타나는데 미국의 저 유명한 권투선수 알리처럼 멍해질 수도 있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처럼 기억을 상실했거나 둔해지기도 한다. 그 때문인가? 나는 매우 정신적 육체적으로 둔하고 멍청해졌는데 그 증세 중 하나가 무관심이다.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해지고 무기력해지며 게으르거나 방관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삶에 대한 애착이 줄어드는 증세일 수 있으므로 심각해지면 우울 불면불안 심지어는 자살까지 갈 수 있는 증세이니 더 늦기전에 이 책임을 어디에든 묻고, 위자료나 보상금을 받아내야겠는데 이 역시 귀찮게 느껴지니 나의 매맞이에 대한 후유증은 매우 심각한 상태로 볼 수 있다. ● 하고 싶은 말 2000년이 왔다고 작가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삶이 특별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 문광부는 2000년을 '새로운 미술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업에 대한 홍보와 지원을 약속했지만 글쎄 그게 나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만큼 정부의 어떤 정책도 젊은 작가들이 작업하는데 있어서 현실감 있게 피부에 와 닿았던 것이 없었던 것 때문이기도 하고, 새로운 예술 운운하는 그들의 선포식에 파생할 수직적인 예술상황을 미리 예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새롭다는 환경이 제시하는 디지털기술이나 정보통신과 첨단 테크놀로지가 젊은 작가 젊은 유저들에게는 컴퓨터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이상의 관심거리가 못되고 있고 장르간 통합과 탈 장르화, 정통영역의 번안이나 패러디 재창조 역시 우리가 학교 앞이나 시내에서 먹는 섞어찌개(퓨전요리)이상의 신선한 이슈가 되 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어제 그제 한달전 일년전의 생각을 되씹어 보면서 하루하루를 소비한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요즘 번번히 등장하는 일상성의 화두는 아마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 맺으면서 사실 정치라는 단어에 많은 거리감이 있다. 예술의 흐름이 정신에서 신체로, 신화에서 정치로, 이상에서 일상으로 소통자체가 변한다고 하니 정치 역시 예술의 울타리 속에 있는 것이긴 하나 나는 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예술이 사회와 괴리되어 있을 수 없으니 작업은 자기 소리가 있는 한 어느 정도 정치적이다. 단지 젊은 작가들의 삶에 대한 자신에 대한 작은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초코렛바에 맞을 수 없는 일이고 힘센 초코렛바 앞에서 웃거나 울수 있는 일이라고.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의 쵸코렛바에 대한 생각이다. 자신이 바라보는 쵸코렛바에 대한 평소 시각을 자신의 문제로 사고하며 이해하고 말하는 것이다. 재미있게. ■ 김월식

Vol.20000322a | 웃기는 이야기-쪼 꼬 레 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