攪亂

권오상_이소림 2인展   2000_0322 ▶ 2000_0404

권오상_쌍둥이에 관한 420장의 진술서_사진인화, 혼합재료_190×65×50cm_2000

갤러리 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Tel. 02_725_6751

이소림, 권오상, 이금당, 김구허 4인의 전시'교란'은 보다 갤러리에 공모하는 순간부터 교란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실존의 인물인 권오상과 이소림은 3인 이상의 단체를 요구하는 보다 갤러리에 대해 가상의 작가 이금당과 김구허를 초대한다. 이들의 교란은 미술이라는 시각적 위장을 한 채 관객과 문화, 시간과 공간의 전방위로 펼쳐진다. ● 먼저 이소림의 Analog TV는 수제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느리게 회전하는 화면 속의 회전 목마로 관객을 교란적 공간으로 안내한다. 또한 김구허의 싱글채널 비디오는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와의 경계가 모호함을, 권오상의 작업에서는 사진의 확대와 축소, 복사 등을 이용해 생명체의 교란을 연상시키는 사진 입체작업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금당은'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의외의 인물을 제시하지만 관객에게 엽서로 발송된 사진이 다시 모여들면서 실제 작가의 얼굴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에 대한 모호함을 관객의 참여로써 또 한번 교란시킨다. ■

권오상, 김구허 대담 사진으로 구성된 조각을 보여주는 권오상과 미술의 독창성을 거부하고 심각하고 무거운 미술의 틀에 딴지를 거는 김구허가 교란전을 앞두고 홍대앞 카페'라구'에서 만났다. 이들은 작년 가을 대담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들은 보다갤러리 전시작품 얘기를 시작으로 서로의 작품세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펼쳐나갔다. ● 김구허 지난번 대담 이후론 통 만나질 못했는데 오랜만입니다. 이번 전시에 저를 참여작가로 초대하셨는데 어떤 이유입니까? ● 권오상 나와 이소림씨는 보다갤러리의 녹음방초 분기탱천이라는 그룹공모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려 했었고, 3인 이상 단체라는 규정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실 보다갤러리라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고. 이 공간에서 2인전 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김구허씨와 이금당씨를 초대하고 이렇게 2인전을 하게 됐습니다. 아. 4인전 인가요? ● 김구허 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심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입장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방법으로 슬슬 건드려보는 것입니다. 이 번에 보여줄 작품은 Square라는 제목의 싱글채널 비디오입니다. square는 사각이라는 뜻도 있고 광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지면 사각의 사진 프레임 속에서 광장처럼 넓은 상상력을 펼친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습니다.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생각을 비디오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 권오상 김구허씨의 다른 작품인 중앙청을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옮기는'중앙청 이전 계획'이나 실리콘 부처 얼굴에 삑삑 소리나는 장난감 장치로 불상이 찌그러지면서 소리가 나는'사유에의 강요'같이 좀 황당한 작업들은 이번 비디오 작업과는 좀 다른 맥락에 위치한 것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 김구허 제 생각엔 미술은 이래야 한다라는 정답은 없는 듯 합니다. 누구나 기본적 생각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좀더 가벼워 보이고 쉬워 보이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킥킥거리면서 작품을 보고 뒤돌아 서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제 작업은 성공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힘든지도 모르지요. 권오상씨 작업에선 주요매체로 사진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습니까? ● 권오상 저는 사진의 주요성질인 복제와 확대, 축소 등을 이용하여 재조합 하고 왜곡시키면서 대상을 섞어놓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축소된 머리의 사람이나 오리의 머리를 가진 사람, 삼쌍둥이 등 모두 그런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사진이기 때문에 파편화된 리얼리티를 가지며, 또한 재조합되기 때문에 왜곡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들이 좀더 다의적으로 해석되었으면 합니다. ● 김구허 작업에서 굉장한 양의 노동이 보입니다. 그것이 조각가 혹은 미술가의 미덕이라 생각합니까? ● 권오상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사진이라는 재료를 가공함으로써 왜곡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작업하는지도 모르지요 .힘을 들이진 않지만 집요한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는 가내수공업적인 작업이라 할수 있습니다. 좀 전에 작가의 미덕에 대해 얘기 하셨는데 작가가 목적하는 것을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미덕은 없겠지요. ● 김구허 권오상씨의 작업에서는 요즘 말하는 생명 복제나 가상현실에 대한 냄새가 납니다.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입니까? ● 권오상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김구허씨를 끌어들인 것도 그런 맥락이지만 사진작업에서도 생명체의 교란이나 현실과 가상세계간의 모호함이 주된 테마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작업이 어느정도 양식화 되고있다면 김구허의 작업은 좀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회유와 침투, 교란. 치고 빠지기, 구라치기, 황당하게하기 등은 제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 김구허 이번 전시에 5-6개의 입체작업이 놓인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상황을 말하려는 것입니까? ●권오상 꼭 그렇진 않습니다. 제 작업은 조각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하나의 인간형 제시일수 있으며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좀 황당한 질문일수 있겠지만 미술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김구허 미술가는 따분한 일상을 지적으로, 또는 고도화된 철학적 게임으로 윤활유를 주는 게임어 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그런 지적유희 엉뚱한 짓 하기, 황당한 꿈꾸기를 즐기는 비정상적인 어른을 사회 안에서 포용하는 제도가 예술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하며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로 삼는다고 생각합니다. ● 권오상 우리시대의 작가들은 매체와 이미지의 홍수로 독립적 이미지의 생산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의 조합자 정도가 맞을지도 모르지요. ● 김구허 미술가의 역할이나 미술의 기능은 좀더 지난후에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죠. 지루한 대담 즐거웠습니다. ■

이금당_자화상·에프터_사진_220×160cm_2000

이금당과 이소림의 대담 ●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생소한 작가 이소림(25)과 이금당(27)은 이번 교란(攪亂)展을 통해 서로 보여지는 것은 다르지만 그들의 생각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대화는 S놀이공원에서 시작되었고...... ● 이금당 이소림씨를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뵙게 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보여주실건가요? 혹시 지난번에 하셨던 수제프로젝터 연작인지요? ● 이소림 예. 맞습니다. 이번에는'교란'이란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나 자신의 이중적 모습에 대해 보여주려 합니다.'내안의 그리고 네안의'라는 작품은제 자신의 겉과 속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은 회전목마를 통해 보여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전목마는 환상적이고, 누구나 한번쯤은 타봤거나 타보고 싶은 놀이기구 일 것입니다. 그런 외적인 환상이 관객들에게 5개의 수제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지게 되지만 실은 관객들이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제가 혼자 열심히뛰어 다니는 이미지가 전시장에 그려집니다. ● 이금당 아~~~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관객들이 전시장이란 상황 속에 들어서기 전에는 본인 자신의 실제 모습이 보여지고, 그 후에는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군요. 그 외에 다른 작품은? ● 이소림 그것 말고'종로에서...' 와'경마장까지...' 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것은 전시장에 서로 마주보게 배치하여 관람자가 종로에서 관람을 시작하여 경마장까지의 풍경을 보도록 합니다. 그것은 곧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위적 공간인 '종로'와 인위적으로 형성된 자연적 공간인 경마장'의 이중적 의미를 관객들에게 보여 주어, 무엇이 인위이고 자연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려 합니다. ● 이금당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소림씨의 작품은 모두 이중적 의미를 다룬다는 점에서'교란'이란 컨셉과 잘 맞는 것 같군요. 작품에 대한 얘기는 잘 들었는데요 제가 궁금한게 있습니다. ● 이소림 무엇? ● 이금당 이소림씨 작품만 해도'교란'이란 컨셉에 잘 맞고 전시장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저를 초대하시게 되셨죠? ● 이소림 아! 그건 제가 권오상씨와 보다갤러리의'녹음방초 분기탱천'이라는 그룹공모전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려고 했는데 거기에 3인 이상의 단체라는 규정에 권오상씨와 협의 해본 결과 이금당씨와 김구허씨가 '교란'이라는 컨셉에 잘 맞을 것 같아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 이금당 제가 이소림씨와 권오상씨와 안면이 없던 터에 전시를 같이하자는 연락이 와서 좀 놀랐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좋은 전시를 멋진 세분과 하게되어 영광입니다. ● 이소림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이번 전시가 좋은 전시가 되느냐 마느냐는 결과물을 보면 알 수 있겠죠... 그럼 이금당씨는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보여주실 계획이십니까? ● 이금당 이번 제 작품은 사진과 엽서를 통한 작품입니다. 먼저 저는'자화상-before'와'자화상-after'라는 2부 전시를 계획 중입니다. 우선 전시가 오픈 될 때는 제가 아닌 의외의 인물의 사진을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204조각을 내어 설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시가 오픈 되기 전에 실제 제 모습이 담긴 204조각의 사진을 엽서에 붙여, 주어진 일련 번호와 함께 발송됩니다. 그러면 발송 받은 관람객들은 그 엽서를 가지고 전시장에 와서 실제 제 모습을 퍼즐형식으로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2부 전시계획이 성공될지 안될지는 관람객의 참여도에 달려 있겠지요? 제가 이렇게 우편 발송을 통해 전시를 하는 이유는 제 모습을 개인적 평가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해서, 즉 타자를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에서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약간은 수동적인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을 찾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엽서라는 매체를 이용한 것입니다. ● 이소림 그렇군요!! 그러면 이금당씨 작업의 성공 여부는 관객들의 참여도에 달려 있겠네요. 그리고 발송하신 엽서가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오면 그것으로도 방명록이 될 수 있겠네요. 꼭 누가 왔는지 확인 해보셔야 겠네요... ● 이금당 그러고 보니 그렇게 엽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 같네요... ● 이소림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니 우리에게는 공통적인 면이 있네요. 자신의 모습을 이중적 의미로 해석하고 그럼으로써 관람객들에게'교란'을 보여주게 되고. 이번 전시가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참! 그리고 이금당씨의 이름은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데 그게 무엇입니까? ● 이금당 이금당은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제가 하는 작품이 과거나 현재, 미래 모든 세대를 통틀어 모두에게 수긍되고 싶은 욕심에 만들었습니다. ● 이소림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이제 대강 서로의 작업에 대해 얘기가 끝난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놀이공원에서 만남김에 같이 회전목마나 타러 가는 게 어떨까요? ● 이금당 좋죠.

Vol.20000329a | 攪亂-권오상_이소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