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흥덕展   2000_0404 ▶︎ 2000_0417

이흥덕_사춘기_종이에 아크릴채색_92×72.7cm_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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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그림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2가 112-1번지 Tel. 0331_251_7804

포르노그라피는 우리 일상에서 받아들여지기를 대체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또는 의도된 성적 대상의 왜곡된 이미지를 말한다. 성인용 에로물이라는 표제가 붙은 비디오물이라거나 남녀의 알몸을 그럴싸하게 포착한 사진집 즉, 성인용 잡지를 통칭하여 우리는 포르노그라피라고 즐겨 말한다. 하지만 포르노그라피는 관자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성적 이미지를 말하며 더 나아가 관자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사물에 대한 허접한 상상력을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모습에서 스커트 밑을 상상하는 아무개씨의 머리속은 포르노그라피적 이미지로 가득한 것이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과 요구를 하찮은 짓거리쯤으로 여기거나 음모론으로 무장된 특정 이데올로기를 떠올리는 가진 자의 논리에는 포르노그라피적 관점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런 경향 때문에 우리는 포르노그라피를 사회적으로 경계하는 것이며 적절한 법적 절차 안에서 규제하고 이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 본다면 포르노그라피의 양면성 또는 이중성은 곧 개인의 상상력과 특정한 사회적 관점으로부터 대상(사물)에 대한 단편적 또는 일방적 자의 해석을 동반하는 경향을 일컫는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이 포르노그라피의 이중성을 통해 수많은 예술가들은 사회를 공격하기도 하고 개인의 위선과 규제와 규율의 비인간화를 꼬집기도 한다. 당연히 포르노그라피의 형식을 동원하고 있는 성 담론은 기존의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저항적 태도이며 위악을 해체하려는 혁명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경계가 있다. 담론의 체계를 유지하거나 갖고 있는가 하는 판단의 필요성이다. ● 작가는 판단하지 않는다. 관자의 몫으로 돌려지는 이 판단의 가치는 사회적 효용성으로부터 기인하기 쉬운데, 이런 맹점 때문에 비평의 기재가 사회 내에서 필요하다.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성적 담론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는 시민이 이미 문화에 대한 비판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며 반대로 시민사회로 이행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특정한(우리는 이를 두고 사회지도층이라고 칭한다.) 집단이나 개인이 사회 전체를 대변하여 담론을 규정하거나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당연히 이 대리인으로서 역할은 의심받거나 끊임없는 개혁의 대상으로서 지칭될 수밖에 없는데, 마치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의 가치관을 공격하고 때로 변화된 세대간의 가치가 가족 안에서 충돌하는 것과 같다. ● 예술가는 사회 내에서 이 역할을 부단히 수행하고 있다. 예술의 형식을 빌려 사회의 한 쪽 변을 드러내거나 꼭지점의 이동을 감히 시도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행위를 통해 우리가 신뢰를 보내고 그들의 흔적들 (작품 또는 작업의 결과) 을 추스리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흥덕의 포르노그라피는 우리에게 고정된 관념에 대해 작은 반란을 부추기고 있다. 스스로 이 그림들 앞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나의 담론 안으로 그림들을 끌고 들어가다 보면 내재된 성적 이미지들의 그 환상들을 이흥덕의 작품으로부터 간단없이 들추어내며 머쓱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흥덕은 이미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가 되어버린 이미지의 시대에서 포르노그라피의 환영을 단순화시켜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장시키면서 성인용으로 분류될 만한 이미지의 해체를 시도한다. 그 해체 과정에서 우리는 늘 믿어왔던 성적 이미지의 가짜를 발견하게 되며 진짜를 상실한 내재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점을 잃어버린 다수의 경계선인 '현대 사회의 보편성'을 이흥덕이 건져낸 이미지-흐벅진 여성의 몸으로부터 하나의 배신으로 각인하며 플레이보이지의 시뮬레이션을 포기하게 된다. 포르노그라피의 정치성을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흥덕의 그림들은 그래서 상업용 포르노그라피보다 재미없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관람자가 각자 알아서 취할 일이다. ■ 이섭

Vol.20000407a | 이흥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