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pinhole images

2000_0517 ▶︎ 2000_0531

안옥현_무제_컬러인화_25×25cm_2000

참여작가 백수향_서지영_손승현_안옥현_윤은숙 이경수_이주형_전은선_조두희

SK포토갤러리 Tel. 02_728_0415

핀홀-바늘구멍으로 들여다보기 ● 사진이란 결국 작은 구멍 하나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매우 관음적인 엿보기 시선이다. 그것은 보는 이의 시선에 절대적인 특권을 은연중 부여하는 장치이자 보는 것이 곧 소유하는 것이라는 묘한 특권의식 등을 턱없이 부추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에 사진의 전사는 작은 바늘구멍으로부터 출발했다. 가장 원시적인 사진기의 형태가 그런 원리를 이용해 만든 카메라 옵스큐라였음을 기억해 보라. 다게르가 찍은 사진 역시 핀홀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디지털 사진기가 등장하는 이 시대에 젊은 작가들이 모여 새삼 핀홀 사진을 찍어 전시를 연다고 한다. 의아하고 궁금스럽다. 그것은 아마도 오늘날 사진이라는 수상쩍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매체를 여러 각도에서 새삼 살펴보아야 하는 상황의 반증이기도 하고 그런 전략의 일환이 장난감 사진기로 찍어 본다던가 혹은 핀홀 사진을 제작해보거나 하는 식의 행동으로 번지는 것 같다. 사진이란 것의 이러 저러한 특성과 매체의 한계를 여러 각도에서 비틀어보거나 흔들거나 해체해보려는, 이른바 근원과 태생에 대한 막연한 역모의 심정들이 이 같은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같다. 사진기란 것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재현한다면 렌즈 없는 사진이란 가능한가에서부터 시작해 결국 사진이란 것이 하나의 구멍으로 세상을 엿보는 행위라면 그것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되는 핀홀 사진을 통해 대상을 들여다보는 행위, 대상과 보는 이의 시선의 문제 또한 검토해보고자 하는 것 같다. 아울러 기계에 의해 국한될 수밖에 없는 사진과 기계의 관계를 손으로 대체해보거나 혹은 기계적 콤플렉스에 따른 상흔과 강박으로부터 치유를 도모해보려는 시도 등등이 복합적으로, 착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가 하면 파인더 없이 세계를 봄으로써 '마음의 눈'과 신체를 통해 눈의 의존성을 줄여보려는 것이기도 하고 일반 사진에서 얻기 힘든 여러 효과와 특성들을 점검해보려는 것 같기도 하다. 글쎄 이런 징후들은 사진이란 매체에 길들여지고 그 같은 습관적인 재현기호와 틀을 받아들인 역사가 일정한 시기에 이르러 맞닥뜨린 권태의 문제인지 아니면 오늘날 현대사진의 문제가 사진이라는 존재 자체를 계속 갱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체하는 것이 전략이 되버렸기에 그런 일환으로 작업이 대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 등도 있다. 그러니까 사진과의 정직한 자기 대결이 선행되기 이전에 자꾸 그 사진을 둘러싼 조건들을 물고 늘어지면서 일종의 시비걸기, 말걸기 라고 하는 전략으로만 응수하는 데서 정작 사진의 내용은 증발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기우가 고개를 든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존의 사진이 늘상 상투형의 소재에 매달리거나 의미부여나 드라마의 개입 혹은 특정한 연출에 힘입어 습관적인 표현언어로 고착 되는 지점을 흔들고 사진에 대한 폭넓고 풍부한 생각들, 공부를 실천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의욕들과 만나서 반갑기도 하다. 이번 핀홀 사진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핀홀 사진의 장점, 기존 사진과는 다른 지점을 나름대로 공략하고 있어 보인다. 다만 그것이 핀홀 사진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에 거의 종속되고 있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 박영택

Vol.20000515a | 바늘구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