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의 집

feminist artist project group 입김   2000_0517 ▶︎ 2000_0523

참여작가 윤수희_김명진_정정엽_곽은숙 류준화_제미란_하인선_우신희

갤러리보다 Tel. 02_725_6751

하인선_달팽이를 위한 습작 ● 내 마음의 집은 내 육신이요. 내 육신의 집은 내가 거처하는 곳이다. 내 집 속에는 다른 집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언제든지 또아리를 풀 수도 다시 만들 수도 있다. 증오와 미움, 사랑과 애증, 질투, 온갖 것으로 짜여진 내 집.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며 내 집은 점점 헐거워 진다. 졸업 후 간간히 그림 그리기를 즐겨 하였으나, 지금은 두 아이에게 소리지르기를 더 즐겨한다. 히히낙락중이다. ■

우신희 ● 나는 내 집이란 것을 가져보지 못했다. 어릴 때 우리집. 결혼 후에도 우리집 우리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집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나를 가두는 울타리였다. 아직도 나는 내 집이 없다. 같이 사는 가족도.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러나 난 자유롭지가 못하다. 잠들지 못하는 욕망. 규격화된 구조의 집, 집 구성원의 틀에 대한 불만, 그들 사이에 허망한 이 허망한 집을 짓는다. 집이 자라는 꿈을 꾼다. 식탁에서 싹이 나고 기둥이 자라 숲이 되는 가두었던 욕망이 사이를 비집고 천장을 뚫고 꿈뜰대는... 일기를 쓰듯 편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 뒤늦게 시작한 그림이 편하지만은 않고, 이혼하고 처음은 당당하고 편했는데 사는 것 또한 만만하지 않다. 사는 것과 그림. 여전히 숙제로 남지만, 여자들기리 모여하는 새로운 작업형태에 힘을 얻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

제미란 ● 내게 집이란 거미줄과 같아. 유익하고 성글어 보이지만, 그 안에 걸려든 벌레들은 서서히, 느슨하게 숨을 거두지. 가족이라는 이름의 집착.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던 업의 끈. 미세한 가시가 돋힌 그 줄을 조금씩 조금씩 주워 삼키며 그 인연을 거두는 것이 인생인지도... 불문과에 다녔으나 그리 신통한 선택은 아니였음. 다시 대학원 서양화과에 진학하니 돈벌이는 수월했지만 예술의 거룩함에 주눅 들었음.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예술이 왜 내옷에 맞지 않았는지,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해답도 봤음. 지금은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위대한 영화들을 손보거나(?) 불온한 이미지들을 함께 만들어 유포하면서 쾌락을 찾고 있음. ■

정정엽 ● 나는 내가 모든 학생인 그런 학교를 세울 수 있지. 쉰 살의 나와 예순살의 내가 고무줄 양끝을 잡고, 열살의 내가 고무줄 뛰기 하는 그런 학교, 이를테면 말이야. 지금의 내가 귀저기 찬 나에게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말을 가르칠 수도 있고, 여중생인 나에게 생리대를 바르게 착용하는 법도 가르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열살인 내가 예순살인 나에게 인생이란 하고 근엄하게 가르칠 수 있을 지도 몰라. 또 이를테면 말이야, 나는 또 내가 모두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도 지을 수 있지. 실연 당하고 미친 듯이 농약을 구해온 열아홉살의 나와 네가 싫어 그랬다고 우리집 담을 도끼로 부수던 남자를 바라보는 스무살의 내가 함께 나오는 그런 소설도 지을 수 있을 거야. 이런 소설은 어때? 열살의 나와 예순살의 나에게 겸상으로 우리 엄마가 밥상 차려주는 그런 소설. 결혼전의 내가 공원에 앉은 지금 나의 뺨을 때리고, 일흔 살의 내가 뺨을 맞은 나를 위로해 주는 그런 소설말이야. (김혜순의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 중에서) ● 여자들이 모여서 모하나 솓아낸다. 충전된다. 입김을 후후불어 따뜻해진다. ■

류준화_그녀의 침묵 ● 집사람, 그녀는 집사람을 똑바로 바라 볼 수가없다. 그년의 이미지는 늘 남성적 시선으로부터 시작되고 관계의 그물망에 똑같은 자리, 똑같은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 안에는 집사람이 없지만 그녀 밖에선 집사람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다. 현실의 지배는 가상화되고 그 가상이 현실을 지배했다. 그녀는 집이 되었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수십번 집을 지었다가 집을 허문다. 집은 쉴 틈이 없이 바람이 불고 그녀의 집은 오래된 침대처럼 너덜너덜하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어디에도 없다. 집은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이다. 나는 아직도 캔버스 틀이 좋다. 캔버스가 엄연한 현실임에도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그 경계 지점의 꿈꾸는 현실이 좋다. 남편과 딸아이 하나, 그림 같은 시골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림 같은 집이 과연 있을까? ■

윤희수_집사람의 진화 ● 집사람의 시각 _ 집사람의 반경 _ 집사람의 속도 _ 집사람의 무게 _ 집사람의 균형 _ 집사람의 조화 _ 집사람의 반복 _ 집사람의 변화 _ 집사람의 중심 _ 집사람의 힘듬 _ 집사람의 방황 _ 집사람의 이상 _ 집사람의 현실 _ 집사람의 ■ 집안과 밖의 사이. 그 사이의 틈. 간격. 공간. 시간... 그리고 ... ■

김명진 ● 집은 너에게/우리에게 어떤 시간이었던가? ● 집은 너에게/우리에게 어떤 공간인가? ● 집은 집사람에게 어떤 존재/시간/공간/존재 인가? ■ 문학과 디자인과 멀티미디어를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여러 만남으로 기대치 못했던 많은 즐거움을 만난다. ■

곽은숙_truth game_디지틀 애니메이션_5분 28초_2000 ● 시놉시스 ● 하늘에 떠있는 검은 집. 이곳엔 아버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가족(?)인 소녀 r이 살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는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게임을 하기로 한다. ● 소녀 r을 대상으로 하여 신체를 절단하고 그것을 통한 쾌감으로 승부를 내는 게임이다. 그들은 소녀 r의 신체 부분 부분을 절단해 가며 미묘한 느낌을 즐거워 한다. 파편화된 소녀. 결국 머리와 몸뚱아리만 남게된 그녀는 끔찍하게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 왜냐하면 그녀의 정신은 그들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리와 몸뚱아리만 남은 소녀 r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하여 그들은 싸운다. 계속 싸운다. 게임의 승부를 내야하니까. ● 그러는 순간 소녀 r은 괴성을 지르고, 그 소리에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는 그대로 멈춰 굳어 버린다. ● 소녀의 어깨에선 날개가 돋고, 날개는 점점 커져 소녀는 새처럼 날개된다. 아니 새가 된 것이다. 매서운 부리, 펄럭이는 날개 소녀 r은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를 향해 날아가 사정없이 쪼아댄다. 소년 r은 벌건 고기덩이로 변한 그들을 모두 먹어치운다. ■ 폐쇄적 공간- 집 ● 공포, 불안, 꿈이 뒤섞인 이 닫혀진 공간에서 벌어지는 남근주의적인 욕망과 광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드라마적 요소보다는 그래픽적 이미지에 주안점을 두어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 그림과 애니메이션이 만나니 짱이다. 애인보다 더 좋다. 오래 오래 연애할거다.

Vol.20000517a | 집사람의 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