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포토스페이스(폐관) Tel. 02_3770_3872
가상이 사실에게 물었다. "넌 뭐냐?" ● 그리고 가상이 사진에게 또 묻는다. "넌 뭐 하는 녀석이냐?" ● 사진은 자신이 사실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항상 눈앞의 것에 급급하다보니 어둡고 가려진 것들은 손을 못 대기 일쑤다. 설령 끄집어낸다 하더라도 힘이 딸려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항상 이런 형편이니 사진은 대개 하루종일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거나 백수 마냥 빈둥댄다. ● 나는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불안과 그 징후들을 남자들에게서 보려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공간에 빛을 주거나 아니면 새로운 공간으로 불러내고자 했다. ● 사실 남성의 정서와 감정은 쉽사리 들여다보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그들의 폐쇄 공간에서는 솔직해진다. 담배에 묻은 한숨과 느슨해진 허리띠에서... 기름 번진 얼굴과 메마른 주름골에서... ● 가부장 사회의 격자는 그 스스로가 남성의 몸과 마음을 분열시킨다. 나는 이러한 자기 파멸적 분열이 예고하는 파국이 염려스럽다. 그들이 일상에서 벌이는 외줄타기는 관객이 없어 위험한데 이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각자 자기 방에서 외줄을 타기 때문이다. ● 이 작업은 내가 연출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진행했다. ● 캐스팅된 인물의 연기와 그를 둘러싼 환경은 은연중에 '가짜임'을 스스로 자백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진적 요소들이 결합, 재현되는 가상의 상황들은 남성과 우리들의 일상에서 떠돌아다니는 부표이다. 이러한 믿음에서 연출이라는 사진 형식은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진형
Vol.20000524a | 김진형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