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

GLASS WORK展   2000_0525 ▶︎ 2000_0606

최범진_잠재의식_Laminated, carverd, polished_150×1050×300mm_199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최범진·안혜경의 '가시버시' 유리공예 홈페이지로 갑니다.

경인미술관 유리전시실 Tel. 02_733_4448

공예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사이버 세계, 테크노, 웹디자인... 우리는 순순한 아날로그인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작업! 헤아릴 수 없이 어루만지며 깎고, 다듬고, 광을 내고. 그것이 나의 생각대로 형상을 갖추어지면서 느끼는 땀의 보람들... ● 물고기는 자연이며, 자유이고, 우리가 갈 수 없는 이상향의 세계 속에 내 자신이고 싶다. 물고기는 인류학 속에서 인간의 생성과 근원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생명의 근원이자 삶의 근원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내면의 순수성에 대한 의미를 물고기가 대신하여 표현한다. 투명하게 혹은 반투명의 실루엣으로 발가벗겨져 앙상한 뼈와 가시는 영겁의 시간을 그 끝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투명함에 담고 있다. ● 유리상자 그것은 또다른 세상. 이상향의 관문이자 현실의 벽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이버 공간일 수도 있고 우리가 넘고 싶은 현실의 벽을 뚫고 가고 싶은 세상. 모든 이가 생각하는 이상향은 다르지만 가고자 하는 그 길은 같이 걸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잠재의식 속의 나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기운이다. 그 속에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느낀다. 자유로움, 진실, 순수한 영혼들... 아스라히 비치는 형태 속에 투명한 깊이감을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며 보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고 빨려 들어간다. ●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추어 부르는 우리의 옛말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 쓰던 말이다. 그런 옛말의 용도처럼 지금 공예라는 말도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인생을 살아가면서 잠시 잊었던 그것을 쓸모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 최범진

안혜경_봄이 찾아온 겨울집2_Cast, Lampworked, Polished_410×310×110mm_2000

● 우리는 대학졸업하고 결혼을 바로 했다. 스스로 결혼을 준비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좋아하는 무언가를 향해 같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서. 깨끗하고 예쁜 신혼집을 나중으로 미루고 처음부터 부딪힌 문제가 작업장과 근처의 살림집. 누구나 다 하나씩 크든 작든 갖고 있는 공간이지만 그때 우리에겐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 시절에 젊음이라는 에너지와 유리작업이 주는 매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나에게 집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사회 구성의 기본요소인 가정을 안고 있는 공간이면서 모든 사회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다. 건축적인 의미보다는 유일한 휴식처이고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평온과 평화의 이상향. 그리고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는 여성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 인간 ● 학교를 졸업하고 참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물론 사람으로 하여금 상처를 받은 적도 많지만 그것 또한 인생의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참 인덕도 많아'라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남편과의 서로에 대한 격려와 충고. 사랑이 인간에 대한 표현으로 작품에 나타나지 않나 싶다. 작품에 보여지는 사람의 모습은 주로 나에 대한 표현이다.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의 표현이자 바램이라고나 할까. ● 자연 ● 우리는 결혼하고 아무연고도 없는 김포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따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곳이지만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자연을 이곳에 와서 항상 옆에 두고 살 수 있었다.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논길을 산책하면서 자연이 얼마나 거대한지 또 그 안에 작은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끼며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집. 사람과 같이 하고픈 자연, 그리고 이 모든 집과 자연을 함께 갖고 싶은 사람의 마음. 이러한 모티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망과 행복'이다. 마치 음악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듯이 나의 작품 또한 아픈 영혼에게 희망과 행복이라는 묘약을 주고 싶다. ■ 안혜경

Vol.20000531a | 가시버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