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의 공간을 향해

또 다른 공간展   2000_0526 ▶ 2000_0618

강영민_배고픈 돼지_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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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_강영민_고승욱_김지원_이미경_이수경_장지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인사미술공간 Tel. 02_760_4720~4

타자들의 공간을 향해 ● 서구 계몽사상가들은 인간의 삶을 합리화된 양태로만 제한시키고자 하였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복지를 보증하는 사회 건설의 전제조건으로서 공간과 시간의 합리적 질서와 효율적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제도화하였다. 그 결과 푸코의 주장처럼 계몽주의적 실천은 감시와 통제라는 억압적 회귀가 이루어지며, 합리적 제도화가 가지는 총체적 성질과 시각주의의 전횡을 드러내게되었다. ● 그러나 20세기 모더니즘의 절정기를 거치면서 제도화되고 심화된 이러한 계몽의 프로젝트는 70년대 이후 생산양식과 배분기법에서 촉발된 급격한 가치체계의 변화양상 하에서 거부와 개혁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혁은 하나의 정신적 위기상황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프레데릭 제임슨은 이같은 포스트모던한 변동을 시. 공간 경험의 위기 탓으로, 공간범주가 시간범주를 압도하게된 데 따른 위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즉 우리들의 인식습관이 본격 모더니즘이라 불렀던 낡은 종류의 공간 속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초공간에 적합한 개념적 도구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현재에 이르러 이러한 제도적 제약에 반하는 또 다른 시공간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물론 조형예술분야에서 20세기초 미래주의자들은 이러한 사유의 한계를 거부하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 미술관을 헐어버릴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다다와 네오 다다, 행위예술가와 대지예술가들에 의해 제기된 제도에 반하는 주장과 실천행위들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60년대 말 구미에서 대두된 기성과 대별되는 대안적 정신들은 새로운 공간관의 출현을 촉발시켰다. 국내에서는 늦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대안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기성제도로부터의 탈피된 다른 어법의 전시 문화, 작품수용의 담론 생산이 시작되었다. 대안공간과 대안매체 등 대안의 옷을 입고 나타난 최근의 많은 움직임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대안의식들은 실천력이 미흡한 관념에 함몰된 감이 없지 않다. ● 금번 미술회관 인사아트센터의 개관은 이러한 우리시대 문화적 담론들의 담지를 전제로한 새로운 예술을 촉발시키는 목적을 가진다. 제도적 속성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모든 제약과 한계를 제거하기 위한 열려진 공간으로서 새로운 미술적 담론들을 전제나 제한 없이 수용하며, 이를 통해 우리 미술계의 새로운 활력을 모색코자하는 의지를 가진다. 이 공간은 합리적 속성의 활동보다는 합리성이 방기한 비합리적인 태도에 더 매력을 가진다. 박제화된 규정적 언어보다는 비규정적 잠재언어들을 지향한다. 장르나 매체간의 다양한 의사소통과 네트워킹을 추구한다.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의 벽을 넘나들며, 개인의 작고 소중한 파롤들을 중시한다. ● 개관기념전을 통해 선보이는 6인의 작가들은 최근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민간의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들 중 독특한 작품세계를 드러내 보였던 작가들로서 우리시대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공간관을 탐구하는 작가들로 구성되어있다. 비실재적 공간이지만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 내에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여 관객들과의 상호소통을 의도하거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을 통해 폐쇄된 공간 내에서의 주체의 상실과 한계상황을 드러내거나, 서로 상이한 공간을 하나의 공간에서의 통합을 추구하는 작가, 자신의 작업실 내에 있는 작은 갤러리 공간을 일정한 축척으로 현실적인 전시장 내에 옮겨놓음으로서 제도적인 화랑공간을 대상화하고 이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는 작가, 일상의 공간에서의 경험을 기존의 전통적 기법을 통해 탐구함으로써 일상적 공간에 대한 비일상성을 추구하며 일상에 대한 전복된 위장을 꾀하는 작가, 대중소비문화의 소산인 일회용 소비재나 즉시 처분이 가능한 폐기물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물질과 대량생산으로 황폐화된 일상을 조소하며 예술의 원전성에 대적하는 태도의 작가, 일상적 공간과 전시공간의 간극을 넘나들며 제도적 전시공간을 무화시키며 다양한 일상의 삶을 전시장에 옮겨놓음으로써 일상을 예술의 맥락 속에 틈입시키는 게릴라적 속성을 가진 작가들로 구성되어있다. ● 이들 모두가 전통적 조형언어에 대한 탈피와 도발을 통해 제도로 고착된 예술의 관념을 재해석하고자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다른 공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작가들이다. 어찌 보면 우리시대 공간인식의 혼재와 위기의 단편을 보여주는 작업들이기도 한데 이들의 작업은 제도적 위계를 거부하는 공간, 비실재적이지만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공간, 총체보다는 단편을, 의미보다는 기호를, 일상과 제도의 경계등 모든 제약과 경계와 전제를 해체하며 확장시키는 또 다른 공간을 항해한다. ● 우리 시대의 특질은 패션, 생산기술, 노동과정, 이데올로기, 가치나 기존관행 등의 즉흥성(volatility)과 순간성(ephemerality)을 강조하는 풍조들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한 즉시성와 처분성(disposability)으로 특징 지워지는 일회용 사회와 관련된다. 또한 감각적 과부하(sensory overload), 퇴폐적 태도의 증가, 소실된 과거 이미지로의 회기도 무관하지 않다. 극단적인 단순화 취향과 여론의 조작, 무관한 이미지를 통한 욕망과 기호의 조작, 이미지 복제, 이미지 생산사업, 저자의 사망, 반(反)아우라적 예술의 등장, 사회생활의 물적, 실체적 차원이었던 시간과 공간이 사라져 버리는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또 다른 공간의 중요한 잠재태이기도 하다. ■ 김찬동

Vol.20000608a | 타자들의 공간을 향해-또 다른 공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