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
이번 개인전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의 주제로 작품이 구성되어 연출되어 있다. 하나는 이제까지 내가 해 온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주로 小서사로서의 일상과 삶 그리고 大서사로서의 역사적 사건('79년 부마항쟁)에 대한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의 문화풍경을 인물사진을 통하여 개념적으로 인식해 보려는 의도로 시도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넓게 보면 위 두 가지의 주제와 작품구성이 전혀 다른 내용의 것들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내용과 시간성 그리고 의미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태도의 차이가 상존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작업의 대상을 주로 개념적으로 다루려고 한 것이 그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과 문제들을 결국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가 작업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연유로 작품의 전반에 걸쳐 짧은 문장이나 인터뷰 자료 그리고 서류 등 몇 가지 텍스트 자료들이 많이 활용되었다.
작품 1·문화풍경, 시선 그리고 개념적 색채에 관하여 ● 구성·76×240cm 크기 20장의 컬러사진, 76*170cm 크기 4장의 컬러 사진, 20×22cm 크기 2장의 컬러사진과 24개의 텍스트로 구성 ● 제작과정 · 20인의 젊은 대학생들이 현재의 다분히 시각적인 문화현 상에 빗대어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연출하고 작업에 참여 해 줌으로써 제작이 가능하게된 사진을 대형으로 인화하여 짧은 경구와 함께 재구성하여 개념적인 작업으로 유도되도록 설치 ● 작품설명·나는 최근 색채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색채는 형식주의적인 미술이나 사진에서 그랬었던 것처럼 매체 그 자체의 물질적 조건 안에서 가졌던 관심의 대상으로서의 색채가 아니라 그것이 기능 하거나 의미를 갖는 방식에 관한 질문의 대상으로서의 색채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실제의 공간과 삶 속에서 그것이 행사하는 어떤 정치적 기능과 -여기에서의 정치적 기능이란 어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정치적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행사하는 어떤 미시적인 정치행위와 연관된 기능을 말하고 있다- 그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 나는 요즈음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으면서 현재 도시의 가장 특징적인 문화현상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20대를 전후로 한 젊은이들의 색채에 대한 혁명적 사고와 감각 그리고 열광에 주목하고 있다. 요즈음 거리를 나가보면 그 어느 때 보다도 색채로 넘쳐난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대단한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그들 자신의 신체에서 뿜어내는 언어가 가장 강력한 언어라고 했던가? 하여간 사람들 특히 20대 전후반의 영맨 들의 신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색채혁명은 이제 도심에서 가장 강력한 풍경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스펙터클 한 인간들이 이 도시에 넘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의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먼저 그것은 충분히 자극적이라는 말이다. 이른바 튀는 세대! 그들에게는 '겸양' 같은 고전적인 몸가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들은 어떤 '도시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또한 그들에게는 신체를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의 신체에 적극적으로 '메스'를 가하여 다른 형태를 가진 '다른 나'로의 변신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거기에 색채를 가미하여 이미 달라져 있는 자신의 신체에 '또 다른 나'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건설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들이 고유하게 갖고 있던 자연적 혹은 유전적인 신체의 특징들을 필요에 따라 차례차례 거세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신체 자체가 받는 어떤 압박도 그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신체의 고통과 훼손을 끝내 감내 해낸다. ● 그리고 그런 문화현상 속에는 어떤 '차이'에 대한 강한 강박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추측하건 데, 요즘처럼 자기의 신체에 대하여 자기 자신이 그렇게 불만을 가져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를 한 번 더듬어볼 일이다. 사실 그것도 이미 어떤 '강박'이 되어버린 듯한 정도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오로지 '남과 다른 나'만이 중요한 듯 하다. 즉 그들에게는 '개성'이라는 말과 그것이 자주 혼동되고 있기는 하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러한 '차이'만이 의미가 있을 뿐더러 그렇게 남과 다른 자신의 '차별성'을 시종 고수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거기에 또 다른 어떤 문화적인 권력의 기도가 숨어있지는 않은지도 주목해볼 일이다. ● 또 한가지 그들의 그러한 신체는 이제 적극적인 '발언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 숙명적으로 짙게 베어있는 유전학적인 형질도 과감하게 포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기의 신체를 이미지의 화신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신체는 적극적인 '이미지 정치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러한 현상과 그들의 문제가 어떤 '구조'나 '제도'의 문제로 격상된다. ● 바로 거기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결국 이미지와 결부하여 '본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또 다시 제기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또한 사진매체의 오랜 화두 이기도 한 것일 진데, 즉 우리가 그런 현상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 봐야 하는 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또한 '주체의 시선'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들이 그들의 신체를 통한 어떤 '발언'이나 '이미지 정치'의 시도는 결국 그것에 대한 주요 타깃이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그 상호간의 시선의 교환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힘 겨루기의 양상에서 '본다'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기 마련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체의 시선들의 교차가 매우 강하게 일어나면서 그것에 의해 각 주체간의 힘의 차이로 인해 등급이 메겨지는 위계질서가 생겨나거나 때로는 잠복해 있는 타자를 주체로 불러일으키거나 할 터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시선을 매개로 한 사진의 존재와 해석의 주요 이슈이자 전형의 방식인 셈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사진적인 현실인가? 따라서 그들의 신체는 그렇게 이미지요, 사진인 것이다. ● 또 한가지는 이제 그렇게 연출되는 '이미지'는 더 이상 플라톤적인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최근의 정신사의 흐름도 바로 그런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바꿔 말하면 이미지는 이제 거의 하나의 '사건'이나 다름없는 '실체'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 이미지에 의해서 우리의 의식과 삶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따져 볼 때, 어찌 보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거의 삶의 모든 측면을 우리는 이미지로 경험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종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미지를 더 이상 '거짓'이나 '허상'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오히려 작금의 문화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 모습을 보고 인식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어쨌든 나름대로 두터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인문학적인 두께 속에서 오늘의 이미지적 현실에 얽힌 그물 같은 의미 망들을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듯 하다. ● 바로 위와 같은 의미들을 고려해 볼 때, 그들이 현재 연출하고 있는 다양한 신체적 양상들은 그것이 하나의 시각적인 현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 다분히 개념적인 신체의 양상들로 전이된다.
작품 2 ·체 개바李의 小敍事 ● 구성· 20×20cm 크기의 컬러사진 42장 ● 작품설명·어느 날 문득 신문에서 한 기사를 읽고 많은 상념에 사로 잡혔었다. 그 기사는 지난 20세기를 풍미한 가장 뛰어난 인물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는 체 게바라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에 대한 일대기를 서술한 책을 최근에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열독 하고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기획취재기사내용이었다. 특히 그 기자는 가령 '80년대나 그 이전과 같이 우리 모두를 수시로 하나로 통합시켜내곤 했던 가치관이나 거대이념이 현재에는 상당히 퇴색되어 있고 또 삶의 방식이 철저히 분절 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하필 그 가치관과 거대이념의 가장 강력한 상징중의 하나인 체 게바라의 평전에 대한 구독열풍이 새삼스럽게 불고 있는가에 대해서 불가사의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것도 특히 대학가의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말이다. 더우기 그들은 우리의 현대사와 문화 속에서도 그 유래가 없을 정도로 가장 돋보이는 개성파이자 개인주의자들이며, 또한 많은 부분 종전에는 사소함으로 치부되던 것들에 대한 과잉 집착하는 그리고 때로는 최대한 유치해지기를 열망하기도 했던 그러면서도 디지털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과 언어소통의 방식과 감각에 체질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그들이 어찌 보면 지난 20세기를 통 털어서 거대이념에 가장 그리고 집요하게 집착했던 소위 '大敍事'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체 게바라와 같은 사람에게 열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더우기 그는 쿠바혁명의 성공 이후에 그 달콤한 열매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또 다시 다른 공간으로 그의 이상과 이념을 실현하려고 투신하면서 장렬하게 생을 마감했던 어떻게 보면 자기 개인을 철저하게 버렸던 그였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요즈음 만연된 개인주의적인 분위기로 놓고 볼 때 그는 요즈음 세대들과 어떤 교감과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당히 불일치한 인물임이 자명한데 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였다. ● 그러면서 기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추측 결론을 내리면서 말을 맺고 있었다. 그 현상은 다름이 아니라 이제 그렇게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고 그야말로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小敍事'의 천국의 시대가 되었고, 또 모두들 그러하기에 열중하고 있기에 역으로 뭔가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大敍事' 혹은 '거대담론' 즉 '영웅'에 대한 그리움과 출현에 대한 기대가 바로 체 게바라 열전에 대한 구독열풍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 물론 나도 영웅을 그리워하는 편이다. 아직도 우리 시대는 진정한 영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그에 못지 않게 그러한 '大敍事'라고 하는 강력한 '주체'의 그늘 아래에서 그 존재는 분명히 있었으나 잘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그러한 것들이 앞으로도 좀 더 많이 그리고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 작품에 제시된 이미지들은 바로 그러한 생각을 바탕에 두고 기록한 즉 내 생활의 언저리에서 늘 상존 하고 있으면서도 소외당하고 거세당하기 쉬운 일상과 주변의 하찮은 풍경 혹은 내가 공간을 이동하면서 본 것들 만난 인물들 그리고 경험한 시간들에 대한 기록물들이 그 구성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제시한 사진들은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어떤 디스토피아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그것은 영웅에 대한 열망과 그것의 반대에 서서 한없이 작은 나에게도 시선을 두고자 하는 함께 병존하기 어려운 어떤 상반되고 역설적인 우리의 나의 상황을 담으려고 한 의도에서였다. ● 그러나 어쨌든 숙명적으로 '大敍事' 혹은 '거대담론'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과 현상에 가치판단의 척도와 과정이 개입되기 마련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이 시대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가 안고 있는 분명한 역설이기도 하다.
작품 3· 口傳의 歷史 '79.10.16-10.19 부마항쟁에 관한 인터뷰 ● 구성·A4 용지 크기의 디지털 프린트사진 53점과 42개의 텍스트들 ● 제작과정·부산과 마산 현지에서 '79년 당시의 항쟁을 선도했거나 경 험한 시민들을 만나서 그 경험들에 대하여 직접 인터뷰 함. ● 작품설명·지난해 '99년 가을에 나는 부산에 새로 조성되는 민주공원의 기념관에 영구보존용으로 상설 전시될 작품을 제작해 줄 것을 요청 받았었다. 작품주제는 '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죽기 바로 직전에 부산과 마산지역에서 크게 일어났던 시민항쟁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주최측은 그 작품을 '사진'매체를 사용하여 제작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그러면서 '당시를 기록한 사료나 사진자료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알아서 일을 잘 추진해 달라'는 요청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 그래서 그 요청을 수락한 후 제공받은 몇 가지의 자료들을 살펴본 바, 그 정도 가지고는 주최측이 기대하고 있는 정도의 작품 연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나는 부산에 내려가 현재 생존하고 있는 그 당시를 체험했던 항쟁의 주동자들이나 시민들을 직접 만나 대담을 나눈 내용들을 가지고 기존의 한정된 사료들을 보충해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존의 거시담론의 시각 아래에서 정리된 몇 가지의 사료들과 병치시켜 놓음으로써 관람자들에게 당시의 역사를 무겁고 딱딱하게 읽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그리고 다양한 감수성으로 접근해볼 수 있도록 연출해 볼 생각이었다. ● 그리고 그 대담은 기존의 사료에 나와있는 내용들에 대한 재확인 차원으로만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사료에 잘 나와있지 않은 달리 얘기하면 은폐된 항쟁당시 당사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감정과 체험, 인간적인 번뇌 혹은 어떤 실존적인 고민거리들 그리고 그런 체험들이 향후 자신의 인생과 어떻게 결부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위주로 하여 진행해 가면서 거기에서 얻은 내용들을 가능하면 작품에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을 진행해 나갔었다. ● 바로 그렇게 해서 얻은 대담자료들이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자료들이 다른 어떤 공식적인 사료들보다도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잘 전달해 주고 있다고 보며, 1년여가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20여 년 전의 일을 다시 기억에 되살려야 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당시의 정황을 정확하게 얘기한다는 일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또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거기에 그 세월의 여정만큼이나 그 사건에 대한 기억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변형되어 주관적인 관점으로 윤색된 내용들도 적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요즈음 우리 사회의 여건으로 볼 때, 이제는 그 때 그 사건에 대한 증언과 발언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어떤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없는 홀가분한 상황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그 때의 개인의 정황과 감정들을 얘기해 줄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그 만큼 나에게는 그들이 얘기한 그 내용들이 다른 어떤 공인된 사료 못지 않게 호소력이 크게 느껴지는 진실된 역사의 줄거리로서 다가왔었다. ●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은 현재 부산의 민주공원기념관에 설치되어 '99년 10월 16일 이후로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 때 제작한 작품의 전체구성요소들 중에서 일부인 그 인터뷰 자료만 전시되고 있다.
작품 4· 미술가 27인의 '밥' - 연말정산서 ● 구성·27장의 폴라로이드 사진과 각 27장의 개인별 자필프로필과 4년간의 연말정산서류 등의 텍스트로 구성 ● 제작과정·계원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고 있는 27인의 미술가들이 직 접 참여하여 제작( 폴라로이드사진 촬영 허용, 친필 개인프로 필 제공, 각 개인의 연간소득이 명기된 4년 분 연말정산서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 작품설명·'예술' 혹은 '예술가'하면 왠지 뭔가가 포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삶의 구조 속에서 일탈하여 존재하는 자유롭고 신비로운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 미술가만 보더라도 기존의 전시 시스템 속에서 일반인들은 치밀하게 신화화된 작품과 작가만을 접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나 예술가에게 덧씌워진 '신화'일진데, 내가 이 작품을 통하여 드러내고 보여주려고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신화에 대한 혹은 신화 쌓기에 대한 거부의 시각이다. 특히 연말정산서류라고 하는 텍스트를 제시한 것이 그 의도의 핵심인데, 즉 소위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일반 사람들이나 셀러리맨들과 똑 같이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과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 줌으로써 예술에 덧씌워진 신화에 의해 형성되어 있는 일반인들과 예술 사이의 어떤 장벽이나 거리감을 해소시켜 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신화에 대한 해체의 의도와 더불어 일반인들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은 미술가들의 생존조건에 대한 나의 연민의 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다름 아닌 내 자신이 그 당사자이기도 하다. 즉 예술가랍시고 작업만 해서는 지탱해내기 현재의 삶에 대한 어떤 울분 그리고 그 개인의 신념이 만약 잘 팔리는 작업의 유형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로 나가게 만드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도 더욱 옥죄는 역설적인 상황과 어떤 회한에 대한 상념 같은 것도 약간은 들어있기도 하고... ■ 이강우
Vol.20000610a | 이강우展 / LEEGANGWOO / 李康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