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속의 누드

배동환展 / video.installation   2000_0614 ▶ 2000_0625

갤러리 퓨전(폐관) Tel. 02_518_3631

이번 전시는 작가 배동환의 영상설치전으로 빔프로젝트, 잡풀, 빈 소주 대병, 비닐하우스, 상치, 모니터등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 리얼리티의 전개 ● 작가 배동환은 1980년대 초반까지 뛰어난 묘사력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구상적 작품을 통해 '극사실적' 화면을 그려내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닥종이와, 베를 캔버스로 사용하고 그 위에 다양한 생활주변 재료를 물감대신 사용함으로써 붓놀림에 의한 묘사력으로서의 사실성이 아닌 재료 자체에 의한 사실성을 표현하면서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물의 정확한 기록이 가능한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어 한편으로 꾸준한 그의 미술 형식상의 관심과 변화가 감지된다. ● 형식과 재료면에서 '현실의 재현'에 관한 사유를 읽을 수 있지만 서구적 의미에서의 미술형식에 대한 철저한 지적 반성에 의한 극사실주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은 그의 작품에는 서정성, 현실과 역사의 반영이라는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의 작품들에서는 「성지(聖地)」의 경우 극사실적 자갈밭의 표현이나, 풀먹인 닥종이를 메마른 땅처럼 붙여 그 위에 채색하는 방식을 보여주었고 「침묵의 소리」 연작에서는 베 위에 사실적 묘사의 인물과 역사적 장면, 사진등이 콜라주되어 나타난다. 90년대 후반에는 현실에 대한 그의 시각이 설명적인 것에서 서정적 직관으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준다. 주제 역시 무거운 현실, 역사 등이 아니라 일상이라 할 수 있다. ● 일상 속에 숨어있는 추상 ● 이번 전시에서 배동환은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재현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그 영상과 상응하는 설치를 통해 상호간의 피드백 효과를 보여준다. 분명 실시간 촬영에 의한 time art방식을 사용하지만 이는 현실이나 역사를 위한 것이 아닌 일상,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 바람에 의해 부풀고 가라앉는 비닐하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그 안에 있는 수레바퀴, 기타 기물들의 그림자들이 출렁이는 것은 순수한 '현실적 시간의 기록'이지만 그 보여지는 화면은 현실보다는 의미폭이 좁은 일상이며, 그 일상이 나른하고 평온하게 전개되고 시각적으로는 이미지로 드러난다. 결국 현실과 추상이 모호하게 얽혀있는 직관이라 할 수 있다. ● 비닐하우스 속의 누드 ● 옥외 전시장에 실제의 상치밭 비닐하우스가 들어섰다. 상치밭 중간 중간에는 오브제로서의 모니터가 5대 있고 모니터 화면에는 가로로 누운 나체 여인의 토르소가 있다. 서양의 전통적인 여인 누드화의 전형적인 모습중에 하나인 가로로 누운 여인이다. 여인은 숨을 쉬고 있어 아랫배가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한다. 유화로 그린 캔버스 위의 나체와 이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숨쉬는 나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또 왜 이 설치 조각(?)은 상치밭 비닐하우스 속에 누워있을까? 흥미로운 질문들이 계속된다. ● 멈추지 않는 추상화 ● 개울물의 흐름을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이 작품은 흐르는 물결을 보여준다. 인위적인 비디오 편집을 통해 반복되는 그 이미지는 고정된 추상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추상이다.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을 작가의 의도로써 잡아낸 것이다. ■ 장순화

Vol.20000615a | 배동환展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