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k Art

이경신展 / painting   2000_0623 ▶ 2000_0704

이경신_오리_실물 오브제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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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B1 Tel. 02_735_4805

영어사전에 수록된 gook : gook〔俗〕 1.오물, 때 2.점액 3.바보 4.〔美軍俗〕동양인에 대한 멸칭(蔑稱) ● 한국전쟁 때 기원 됐다는 속설이 있는 이 단어는 영어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미국 군인들이 "한국"또는 "한국사람"을 부를 때 유래했다고 한다. 본래의 한글이 미국언어의 뜻이 생기게 된 셈인데 그 뜻은 동양인에 대한 멸시의 호칭 외에 오물, 때, 점액, 바보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사실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마치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우리의 위치와 그들 시선의 기원을 보여주는 듯하다. ●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조국의 식민적 근대화는 국민들의 초인적 인내를 딛고 유래 없는 경제개발국의 모델로 타 제3국의 순방을 받는 위치에 도달했다. 더불어 언어와 함께 유입된 서구 문화는 어떤 것이 우리이고 그들 것인지 헤깔린지 오래다. 개발국 어느 곳이든 서구적 소비문화로 진입한 듯 착각하며 썰렁한 혼잡함을 갖고 있겠지만, 거기에다 한반도 남단의 현실은 민족이 나뉜채로 세계유일의 분단상황에 처해있다. 세기가 바뀐다는 것은 단지 영원한 우방 미국이 냉전체제 시각에서 경제 체제의 시각변화의 징표로 환상 속의 한국과 한국의 허위의식에 IMF를 한방 먹 인일과 인터넷정도가 아닐까싶다. 이제 세상은 더 이상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개인의 삶과 감각과 정보만이 우선한다. 그러나 만성적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겐 거대담론부터 개인의 삶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총체적 상황에 처해있다. 휴식이란 멀게만 느껴진다. "국"과 "gook"은 현재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며, 그 이중적 언어의 행간에 가려진 관계의 질문이다. "gook"을 되찾는 방법은 "국"들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며, 단지 나는 그 증거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전달자임을 자처한다. ●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대중매체나 키치적 사물들은 이미 그것을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사회와 문화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 재활용센터, 고물상, 무심히 널려있는 집안의 물건들(ready-made object) 그 속에는 긍정이든 부정이든지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오늘도 무심히 버려지고 있다. 주로 그 물건들을 선택해서 변신, 조합하는 작업을 하는데, 오브제로써 그 선택 기준은 근대성의 흔적과 여성주의적 소재, 언어적 관심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특징을 지닌 문화적 코드로써의 오브제들을 선택한다. 작업하는 과정은 오브제들을 슬쩍 과장하거나 농담을 건네거나 비꼬는 방식이다. 반지케이스에 군인을 결합시켜고, 결혼의 백년약속을 상징하는 청둥오리에 망치머리를 조합한다거나, 여자아이들만이 가지고 노는 여자 인형을 변신시키는 것들과 한국을 알리는 관광엽서를 마스킹테이프로 붙이는 작업등...그 존재의 정체성을 의문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언어와 문화적 관습의 약속을 바꾸고 문화비판적 시각을 찾는다. 특히 ready-made object로써 애정을 갖고 있는 작업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직접 제작한 가장 "국"적인 작업들로써 간판(sign)들과 중국집 스티커를 들 수 있다. 남한의 길거리 어디든 정성껏 간판을 만들거나 기존의 어떤 물체에 직접 쓴것 등 그 형식 또한 다양한 손글씨 sign들을 볼 수 있다. 잔뜩 멋을 부린 붓글씨체부터 학창시절 배웠을법한 고딕체 흉내...어눌한 듯 삐툴거리는 글자들은 애써 바르게 쓰려는 진지한 힘이 배어 있어서 더욱더 서민적 매력을 담고 있다. 간판들 하나 하나가 바로"국"들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나타내는 일이며 진정 민중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중국요리 스티커는 중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 만화, 기호와 중국지역의 도시 이름들이 담겨있고, 전화번호와 음식이름까지 짬뽕된 화려한 포스트모던 텍스트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은 서구문화 중에서도 미국문화를 직수입하게 된 우리로써 수입된 언어로 인해 생각의 구조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이다. 언어를 처음 배울 때 쓰는 놀이 기구인 나무토막에는 미세하지만 재미있는 이데올로기를 볼 수 있다. 한글을 키치적 그림으로 배운 다음에 또 다른 한글과 아예 다른 언어를 같이 배워야 하는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혼란한 공간이다. 전쟁50돌을 맞고 있지만 한순간이라도 우리의 역사에 우리가 주연이었던 때가 있었던가? 한국전쟁은 우리민족에게 가장 어두운 역사와 현재에 이르는 고통을 남겼다. 더글라스 맥아더의 영어로 된 자서전과 윈스턴 처칠의 전쟁당시 했던 말들을 낙서했다. 맥아더 자서전의 원제 reminiscences (회상, 추억)을 remiss (태만한, 부주의한)로 지움으로써 다시 썼다. 책의 내용을 까맣게 지워서 남긴 여백은 나의 반응이자 대화의 방법이다. "한국이 어떻게 되든 지금은 상관없다. 나는 74살까지 그 형편 없는 곳에 대해 들어 본적도 없다. 그곳의 중요성은 단지 미국이 재무장을 하게 된 사실에 있다."윈스턴 처칠, 1953. 6.25전쟁당시 처칠이 한국에 대해 했던 이 말은 우리의 위치를 너무도 명백히 알게 해 준다. 웹 작업으로 포르노 사이트에 고통스럽게 묶여있거나 매달려있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모습의 동양여자들만을 한곳에 모아놓은 곳을 찾아서 그 여성들을 서양화기법인 오일 페인팅 효과와 서양액자에 담은 작업이 있다. 뒤틀린 성적욕망의 재물이된 동양여성들을 보며 즐기는 대상을 누구인가를 묻는다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 www.gookart.com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 작업은 웹에서만 볼수 있음.) 결국, 나에게 있어 작업은 마땅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보편, 그 확고한 의미체계에 의심을 품고 미술적 언어로 농담을 거는 일이라 생각한다. ■ 이경신

Vol.20000620a | 이경신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