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퍼포먼스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performance   2000_0625 ▶2000_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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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손정은의 퍼포먼스는 단지 그녀가 행하는 역동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은 맨발이 되어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된다. 공간을 떠도는 정체 모를 소리들을 듣게 된다. 그녀가 타주는 음료를 온몸으로 흘려보낸다. 비밀스럽게 흐르는 그녀의 제조음료 속의 향기를 꽃내음과 더불어 맡게된다. 새하얀 방안에 흐트러진 빨갛게 엮인 구슬과 빨간 탁자는 빨간 색채의 아름다움을 강요한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존재하는 일상에서부터 비롯한 것이 아니라 텁텁한 회색도시 속에 잠깐 번뜩였던 신호등 불빛에 그 화려함과 고통을 수반하며 그것을 고조에 달하게 했던 상처에서 베어 나오는 빨간 핏빛의 자극성에서였다. 손정은의 빨간색의 이미지는 또 다른 신선함을 준다. 백색의 순수함과 깨끗한 이미지에 떨어져 있는 핏줄기의 배합은 예기치 못한 섬뜩함을 주는 동시에 두 색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있다. 언제 이런 감촉을 느껴보았던가. 바닷가 모래사장을 처음으로 디뎠을 때의 햇살의 따사함과 모래의 부드러움의 감촉을 처음으로 느꼈던 어린시절을 제외하고는 딱딱한 신발창에 더 익숙해져 있고 견고한 콘크리트에 적응되어버린 감각이다. 그 새하얀 솜은 발바닥뿐 아니라 눈도 간지럽힌다. 아마도 자궁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의 그 따뜻함과 편안함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지 않을까.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흰색은 창백하기까지 하다. 떨어지는 촛농에 차가움은 이내 빨갛게 뚝뚝 떨어지는 또 다른 촛농에 의해 엽기적인 침범을 당하게 된다. 바로 곁에서 펼쳐지는 달걀의 그 질퍽한 미끄러움은 더 이상 따뜻한 느낌의 공간을 감당하지 않는다. 잔인하며 매스껍다. 온 방을 떠도는 알들은 혜성과도 같이 그녀의 공간을 배회한다. 이들은 생명의 근원이며 역시 그녀 주의를 배회하는 신체의 껍질에서 배어 나오는 죽음의 이미지와 대조적인 여행을 한다. 꽃잎을 직접 따다가 다림질하는 그녀의 손놀림은 왠지 여성의 사적인 방에 들어온 느낌을 주며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곧 신발을 벗고 음료를 건네 받아서 손님으로서의 대우를 받으며 그 음료의 취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혈관을 흐르는 자신의 몸 속이 바로 이 방인 듯 이 공간은 취한 관객을 덮어버린다. 핏줄기 같은 붉은 구슬이 그러하고 자신이 서있는 공간에 퍼지는 향내가 그러하다. 이곳은 그녀의 방이며 이곳에 초대된 이들은 그녀의 음료를 들이키고 몽롱한 상태로 여기저기 장치된 자극적인 느낌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자극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방의 장치들은 어쨌거나 아름다우며 그녀의 음료는 어쨌거나 맛있다. ■ 김인선

Vol.20000625a |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