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 매향리

강용석展 / KANGYONGSUK / 姜龍錫 / photography   2000_0623 ▶ 2000_0702

강용석_매향리풍경_흑백인화_1999

SK포토갤러리(폐관) Tel. 02_728_0415

동두천 기념사진과 매향리 풍경 ●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는 먼저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대상을 선정하고, 다음에는 그 대상을 어떻게 해석해서 시각화시킬 것인가 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사진 찍을 대상을 선정하는 일은 예외도 있지만 대다수 사진 자체가 워낙 실재하는 사물 또는 현상을 찍는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되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표현매체나 또는 다른 사진적 과정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장 한 장 사진의 성공여부는 그 사진의 대상성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진에서 무엇을 찍느냐의 문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 하지만 근대 이후의 사진에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명제가 자리 잡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는 무드(Mood)는 그 사진 자체가 생산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드란 관객이 사진을 보면서 갖는 어떤 느낌 즉, 숭고함, 우아함, 추함, 비장함, 삭막함, 강렬함, 멜랑콜리, 노스탤지어 등등이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는 그런 무드를 사진에 찍힌 대상 자체가 직접 생산해내고 관객과 바로 만나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찍혀진 사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강조하는 말이다. ● 사진의 가치평가에서 대상성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가라는 존재가 사진에 드러나기 위해서는 사진의 내용을 담보해 내는 적절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사진에 찍힌 대상이 어떤 미적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사진이란 통로를 거쳐야 하고 그 통로는 대상 자체의 존재방식과는 관계없는 자기 스스로의 형태를 갖고 있다. 마치 물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송수관이라고 불리우는 물의 존재방식과는 관계없는 통로에 몸을 맞춰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 강용석이 찍고 만든 「동두천 기념사진」과 「매향리 풍경」 사진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사진가로서 강용석이 동두천 기지촌의 미군 전용 술집과 매향리라는 장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진의 내용을 어떻게 가장 사진적인 방법으로 사진에 천착하면서 형식화시키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동두천 기념사진」에서 그는 기념사진이라는 사진의 오래된 전통적 어법을 이용하여 미군 주둔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매향리 풍경」에서 그는 풍부한 톤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거의 모노톤에 가까운 건조한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강용석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매향리가 처해있는 시대적 조건이며 존재방식이다. ● 강용석의 사진은 기념사진이라는 기존의 사진어법이 다큐멘터리로 승화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고, 톤(tone)이라는 사진의 형식적 요소가 어떻게 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한국사진의 역사 속에서 사진 형식의 실험과 완성을 향한 중간 과정에 선명하게 위치하고 있다. ■ 박주석

Vol.20000627a | 강용석展 / KANGYONGSUK / 姜龍錫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