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00_0630_금요일_04: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이전 PROJECT SPACE SARUBIA_Moved 서울 종로구 관훈동 74번지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www.twitter.com/sarubiadabang www.instagram.com/pssarubia
다가서기 ● 정승운은 사루비아 공간이 갖고 있는 공간의 정체성과 맞대결하고 있다. 밖과 안, 공간과 시간, 몸과 정신, 균형과 불균형이 대립· 순환되면서, 폐쇄적이고 유한한 공간이 무한한 공간으로 전이되고 있다. 즉 구조물에서 느껴지는 긴장, 혼잡, 냄새, 부피 등이 일정한 리듬을 찾으면서 공간이 숨을 내쉬는 듯한 생성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정승운은 이미 제한된 공간(문-벽-기둥-흔적) 속에서 자기 방식의 대화를 시도하러 이 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사실 사루비아 지하공간은 평면도에서 느껴지는 반듯함이 하나도 없다. 일정한 규정도 없다. 무질서한 흔적의 혼잡함이 있을 뿐이다. 그 혼잡함으로 인한 심상의 충동질은 문을 열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혼미한 무채색의 아른함 속에 나타나는 선은 불균형 공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으로 감지되고 묘한 느낌을 드러낸다. 정승운은 그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모체로 선이 흐르는 생성된 저장소를 만든다. ● 공간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자율적 사고는 이념의 확장 또는 연장, 어떤 행간의 나열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정승운은 '이물질(異物質)'로서의 도구적 성질 ―시각 ·후각 ·체감을 통해 공간을 체험해 나가게 하는 ―을 이용하여 공간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사각 틀 사이에 변형적인 구조물이 끼어 들어가 나머지 공간과 여백 사이의 호흡을 긴장시키고, 각기 다르게 생성된 공간을 시점이동에 따라 찾아나가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발견되는 것은 수평적 리듬의 보폭을 동선과 거리두기에 따라 체감되는 음률이다. 그것은 공간의 여백에 이물질로 그려진 그림이며, 허공에 떠있는 조각같은 그림으로써 자리 매김하고 있다. 또한 여백의 행간 이동에 체험되는 이질적이면서 때로는 동질적인 층위들의 혼돈, 헷갈림 속에서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는 직관이기도 하며, 작업을 통해 바라보는 시각적 반응이기도 하다. ● 정승운은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만든다. 이미 짜여진 틀의 틈새에 이끼처럼 공생하며 자기 영역을 확보해 나간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물 좋은 곳이면 거머리처럼 짝 달라붙어 또 다른 생식처로 변환시킨다. 환경에 따라 어떤 구조물에 자기 몸의 피조물을 이식시키는 그 만의 방법은 이전의 그리기, 만들기가 아닌 공간 속의 관계상황을 연출하는 수평적 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 이관훈
Vol.20000628a | 정승운展 / CHUNGSEUNGUN / 鄭勝云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