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파파 & 행복한 사과

박형진展 / PARKHYUNGJIN / 朴炯珍 / painting   2000_0714 ▶ 2000_0731

박형진_사과그리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227cm_2000

초대일시_2000_0714_금요일_05:00pm

전시기간 중에 경북능금농협 협찬으로 '우리능금쥬스'를 드립니다.

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

내 그림의 관심사는 내 주변의 일들이다. 에피소드1. 10달 동안 뱃속에 있던 아기가 밖으로 나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1999년 1월 20일,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가 태어나는 일은 즐겁지는 않지만(?) 기쁜 일이다. 아기는 홍조 띈 얼굴을 하고 만세를 부르며 나왔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부모들도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요즘은 원래의 나로 돌아갔지만. 아기를 돌보는 아빠의 정성은 엄마 못지 않다. 아기를 안고 어른다. 아기 아빠는 알 수 없는 이야기와 노래를 흥얼거리고 아기는 그 이상한 소리에 관심을 보인다. 에피소드2 은행에 갔다. 남편이 통장을 만들려는데, 직업을 쓰는 난이 있었다. 그는 '화가'라고 썼다. 은행 직원은 '그런 건 해당사항 없는데요'하며 난처해했다. 남편은 다시 '농부'라고 바꿔 썼다. 나는 사과밭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너무도 많은 사과들이 있다. 당신들은 그 사과로 자식들을 길러냈고 지금도 그 사과들과 함께 살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나는 화가인가, 농부인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과가 눈에 들어왔다. 사과를 그려야겠다! 사과를 키워 상품을 만들 듯이 그 사과를 그려 상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에서 그림 그리는 일이 사실 생활에 전혀 도움을 못 준다. 그런 그리기에 싫증이 날만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캔버스에 '사과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번 그리기를 '사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프로젝트에 성공(?)을 하던 못하던 앞으로의 그림 그리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궁금하다.

박형진_사과그리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227cm_2000_부분
박형진_사과그리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227cm_2000

'사과'를 먹을 때 그것들은 '그냥 사과'였다. 하지만 지금 사과밭의 사과들은 그냥 사과가 아니게 느껴진다. 사과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기 전 내게 사과는 과일가게에서, 수퍼에서, 상자에, 광주리에 담겨있는 달콤한 사과였다. ● 그런데 이곳 사과밭에서의 사과는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과 농부는 봄내내 수많은 나무에 거름을 주고 가지를 친다. 사과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조그만 '아기사과'가 생기는데 그것들 중 튼튼하게 '사과'로 자랄 놈만 빼놓고 일일이 잘라 준다. 수없이 많은 꽃 하나하나는 그 조그만 '아기사과'를 만들고, 그것들은 농부의 정성으로 과일가게에서 볼 수 있는 맛있는 '사과'가 될 준비를 한다. ● 사과가 익으면 사과 농부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사과 딸 준비를 한다. 사과를 따 내릴 땐 아주 조심조심해야 한다. 떨어뜨려도 안되고, 사과 꼭지나 나뭇가지에 연한 사과 살이 찔려도 안된다. 또 너무 늦게 따거나 비바람이 불면 사과들은 가지에서 떨어져 버린다. 그 사과들은 상품가치를 잃고 참혹하게 밭에서 썩어 버린다. ● 꼭지를 일일이 가위질 해주고 마른 헝겊으로 윤기를 내본다. 사과들은 나무상자에 가지런히 담겨 '공판장'이라는 곳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선 사과들의 값이 메겨진다. 쏟은 정성만큼 사과값이 나오면 즐겁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놈부들은 실망하게 된다. 사과농부들에게 '사과'는 생존이기 때문일 것이다. ● 올 가을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사과'를 먹었으면 좋겠다. ■ 박형진

Vol.20000711a | 박형진展 / PARKHYUNGJIN / 朴炯珍 / painting

Art Peac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