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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그들 ●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약 2백만 명에 달한다. 주로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중심으로 동북3성에 분포되어 있지만 개혁개방 이후로는 북경, 천진, 상해, 청도, 위해 등 대도시에도 많이 진출하여 있다. 중국 조선족은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을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앞자리에 서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어언 100년이 넘은 중국 조선족의 실상을 본 '전시(展示)'는 담아내고 있다. ● 중국 조선족의 만주 이주는 명말청초(明末淸初)부터 시작되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1910년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 이후 1952년 조선족은 중국공민으로 인정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조선족(朝鮮族)'으로서 살고 있다. 이들의 지나온 삶은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우리 근대사에 있어 가장 치열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그들의 삶은 더욱 곤난한 처지였다. 조선말 자연재해와 핍박을 피해 남의 땅에 이주한 그들은 범법자였으며, 일제침략 시기에는 독립투쟁의 투사요 지원군이었으며, 한국전쟁에는 중국군, 조선인민군으로서 참전하였고, 10여 년이 넘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거쳐야 했다. ● 이 땅의 우리는 그들의 삶을 항일운동이 끝난 8 15 광복 이전까지만 이해하고 있다. 민족의 수난시기 자랑스런 독립운동가로서의 역할이 끝난 후 잊혀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후손들이 그 땅에 살고 있다. 최근 한 중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들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50여년 동안 단절되었던 서로에 대한 이해 없는 만남의 결과이다. ● 21세기 통일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는 국가간의 통일만이 아니라 민족간의 통일이며 하나가 되었을 때 발생할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은 한민족 모두의 지혜와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제도(制度)와 법률(法律)은 국가간에 정비하겠지만 긴시간 떨어져 살아오며 달라진 풍습, 관습, 사고방식의 차이는 서로간의 이해와 관용으로 해결될 문제들이다. ● 이에 본 전시는 우리의 미래를 보는 기회이다. 장기간 떨어져 살아온 하나의 민족이 화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해야할 지를 생각해보는 기회이다. 또한 중국 조선족의 역사와 삶을 이해하고 함께 미래를 공유하는 것은 통일 준비라 하겠다. 통일, 그것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 조선족을 포함한 전세계에 살고 있는 한민족 전체의 미래이다. ● 전시내용은 1860년대 이후 100여 년 동안 연변 일대를 중심으로 생활해 온 "조선족의 역사와 생활사"를 사진, 각종 기록물, 영상물 및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된다고 한다. 총 300여점의 사진을 역사분야와 문화 및 생활 분야로 나누어 전시하며, 첨단 미디어를 이용한 영상실, 문화 사진의 슬라이드 쇼와 함께 연변지역 텔레비젼 프로의 방영 등 다양한 방식의 관람이 될 것 같다. 또한 사진작가 류은규씨의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인물사진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로 끝마무리를 하고 있다. ●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조선족의 삶을 보여주는 근 300여 점의 사진자료들은 조선족 개개인이 대물림으로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민족적 자부심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베어있는 것들로 국내 역사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사진들이라 한다. 자료소장가이자 인물사진작가인 류은규씨는 인물사진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청학동 사람들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그 폭을 넓혀왔다. 그는 8년동안 연변을 오가며 조선족을 한사람 한사람 만나 역사자료로서 활용할 것을 다짐하며 위 자료를 기증받은 것이다. 참신한 문화기획을 통해 새로운 시각문화의 창출을 의도하는 A.P.C Korea는 류은규씨의 자료를 일반대중에게 소개하고자 본 전시를 기획하였으며, 사진자료집의 발간을 통해 역사학적 자료로서 관리하겠다고 한다.
Vol.20000731a | 잊혀진 흔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