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0_0804_금요일_06:00pm
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
영화관 ● 희미해져 가는 일상, 그 속에는 희미하게 빛바랜 영화장면들이 엉켜 있다. 기억 속의 영화관은 일상에서 탈출을 시도하게하 는 자유공간이자, 환상의 공간이었다. 그때와 조금은 다르지만 지금도 영화를 보는 일은 나에게는 설레이는 일이다. ● 지금 이 도시 속에 수많은 영화관은 더 이상 신비스럽거나 비밀스러운 공간만은 아니다. 이제 누구도 빛과 어둠의 조작에 의해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신기해하거나,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을 동경어린 눈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그러나, 그 빛과 어둠의 매력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환상과 자유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시각의 속임수가 가지는 매력이 지속되고 있는 건 아마도 이 도시가 영화와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 ● 반복되는 이 도시 속에서의 지루하고 무심한 일상들은 두어시간의 '영화보기'에 매달리는 동안 잠시 망각되어진다. 스크린 위를 떠도는 환영들은 두어 시간 동안의 또 다른 일상이 되고 현실이 된다. 어두운 공간에서 경험하는 스크린 속 일상의 이미지들은 매우 친숙하고 익숙하다. 영화보기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망각되어진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되어지는 도시 속의 일상과 스크린 위의 일상은 많이 닮아 있다. 영화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내부에 있으며, 또한 이 도시도 영화관의 내부에서 표본적으로 모사 되고 있다. ● 시간이 멈추었나보다. 잠시 망각 속의 흩어진 풍경들을 더듬어본다.
일상 ● 돌아온다. -"back"● 일상 속으로. 무엇이 일상인지 알지 못한다. 밥을 먹는 것,잠을 자는 것, 길거리를 헤메는 것, 아니면 눈덮인 언덕 위에서 그를 잊지 못해 절규하던 것, 밤거리를 미친듯 질주하던 것, 그 무엇이 일상이었을까. ● 그냥 그속에 있는 것이다. 결국. 빛의 속임수에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다. 영화관을 나가면 또 다른 빛의 속임수가 시작될것이다. 영화관이라는 공간 밖의 도심 속은 또 다른 환영의 스크린이 될 것이고 다시 공간 안에서의 일상을 잊게 해줄 것이다. ■ 박은진
Vol.20000801a | 박은진展 / PARKEUNJIN / 朴恩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