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지 ● 이 책은 개화기 이후 100년간 한국 여성 이미지의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천된 모습과 역사적 흐 름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지고 평가되었던 여성 이미지를 문화사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사진이나 그림 안에 나타나는 여성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 시대가 지닌 여성미술과 여성문 화사와 연계, 오늘의 여성문화론적 시각에서 정리하였다. 근대화 100년간 예술에 표현된 여성은 각각의 시대에 역사적·사회적·경제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단순한 예술의 한 부분으로 그려져 왔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책은 해석작업을 바탕으로 특정 여성이 끼친 영향이나 여성미술적 실천대안 혹은 입장 을 제시하지 않았다. 글의 서술도 이론의 틀을 따라 제시된 결론을 찾아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지난 1900년대 중반까지 한국 여성문화의 변화를 이미지 중심으로 해석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 여성들이 겪은 가정비극과 사회와의 갈등을'여성문화'의 형태로 수렴하고 그로부터 출발해서 관찰해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 1. 근대성과 여성여명기 ● 세계사적으로 보면 한 사회가 미개·원시사회가 아닐진대 가난하다는 것은 그만큼 근대화의 혜택 을 덜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상의 어느 민족이건 간에 근대화 이전에는 대부분 농촌사 회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근대화 시기에 들어서의 가난한 삶은 아직 산업화의 혜택을 덜 받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만큼 자본의 혜택을 못 받고 있음을 뜻한다.
2. 한국 시민사회의 형성 ● 근대 시민성이 우리의 몸과 풍토에 자연스레 어울려 당시의 거리 문화와 생활체취로 풍겨나게 될 즈음의 한국 근대 시민문화, 즉 전통과 근대라는 이중의 현실 축이 이루어 낸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의 풍토적 정서를 보존하고 있고, 그 역사의 그늘에 남아 있는 한국 근대 시민문화의 갈등을 비교적 조용히 수용하며 자기 인생을 헤쳐 나가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3. 역사의 전면에 선 여성들 ● 일상시에는 이 사회의 가장 약자로 취급받고 흔히 스스로도 이 취급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여성들이, 예를 들면 전시라는 비참하고 처절한 상황에서 어머니로서, 주부로서 자신과 자신 의 가정에 닥친 비극적 상황을 극복해 가는 모습은 인간적인 것의 구현 중 가장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4. 근대 여성작가들의 작가의식 ● 남성 중심 사회에서 배타시되고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여성'의 활동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 이나 연구 또한 전무하다시피 했으므로 여성의 활동에 대한 보고나 기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사회적 조건에서 성장하고 작품활동을 한 여성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전문적 태도와 평가조차 갖추지 못하기 일쑤였다. 작가 자신이 자신의 실천에 대한 뚜렷한 자의식이 없다면, 일 반 대중이나 전문가들이 이들의 작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그 이상일 수 없을 것이다.
5. 한국 여인들의 꿈과 한근대의 서정 ● 여성들이 지닌 한(恨)에 대한 표현은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 작가 자신들이 겪어 온 고통의 세월 에 대해 산문적으로가 아니라 서정적으로 접근하고자 시도할 때 나타나는 방식이다. 예술에서 산 문적 방식의 표현이란 서사적, 즉 설명적이기에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예 술은 현실묘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6. 유신체제와 여성, 천민자본주의와 여성문화 ● 여성은 주로 제조업 분야에 종사했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비스업이 대종을 이루게 된다. 생산 의 현대화라는 당면한 역사적 과제는 여성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급조된 소비문화라는 여성문화의 현실조건만을 남겨 놨다. 한편 대부분의 농촌여성들은 전통적 농촌 여성문화보다는 주변부 문화, 즉 도시 소비문화와 노동문화가 잘못 혼합된 문화와 이를 모방한 아류적 절충문화만을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7. 1980년대 여성미술운동의 태동 ● 1980년대에는 여성운동과 여성노동문화운동이 혼재하면서 발전한다. 여성노동문화 이론과 실천운 동은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견고한 이론과 실천의 모양새를 갖추고 한국 여성운동사에 여성노동 자 문제 의식화의 장을 열어 준다. 진보적 여성단체들이 결성되고 여성주의 운동이 전개되었으며, 노동현장에서의 문화적 실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연계된 여성노동문화에 대한 이론과 실천이 활발해진다.
8. 문민정부의 산물1990년대 문화와 여성 이미지 ●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문화가 중산층의 일반적 문화감각에 일치될 만큼 그 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다. 이는 경제발전과 맞물려 대중문화의 내용과 형식이 세계적 대중문화를 수용 하게 되고, 앞서 보았듯 유신체제 붕괴 이후 피상적으로나마 대중의 일상문화에 대해 정부가 자 유주의적 자세를 취한 결과이기도 하다.
Vol.20000816a | 한국 여성미학의 사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