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ace of Memory

루이즈 부르주아展 / Louise Bourgeois / sculpture   2000_0907 ▶︎ 2000_1105

루이즈 부르주아_거미_청동_326.4×756.9×706.1cm_199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로 갑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과 중앙홀 Tel. 02_503_7744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세계 ● 60년에 걸친 부르주아 작업의 근원은 무엇보다도 자전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부르주아의 어린 시절 기억의 공간 속에는 권위적인 호색꾼 아버지, 조용하고 인내심이 강한 어머니, 그리고 부르주아 형제들의 영어 가정교사이자 아버지의 정부인 세이디(Sadie), 성적(性的)으로 문란한 언니 앙리에뜨(Henrietta), 그리고 사디스틱한 성격의 남동생 피에르(Pierre)가 있었다. 부르주아의 작업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신경증적인 집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자신의 체험적인 경험들을 생생하고 진솔한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1940년대, 50년대의 초기 작업은 「관찰자(Observer)」(1947∼49), 「쿼란타니아(Quarantania)」(1947∼53) 등 고향에 대한 향수병으로 가족, 친지들을 의인화한 기하학적이며 수직적인 형태의 사람 크기의 나무 조각들이 제작되었는데, 1930년대 소르본느(Sorbonne)에서의 수학과 기하학 전공의 배경을 설명해주듯 이성적인 조형적 질서 감각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 회화, 드로잉으로 제작하였던 「집=여자(Femme Maison)」 시리즈(1946∼47)에는 부르주아가 뉴욕으로 이주한 후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관심을 두었던 여성의 억압과 해방, 여성과 가정의 문제가 잘 나타나 있다. ● 1960년대, 70년대의 부르주아의 조각들은 신체의 성적(性的) 이미지들, 특히 남녀의 섹슈얼리티가 통합된 양성(兩性) 이미지들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된다. 형태면으로는 1940년대, 50년대의 기하학적, 추상적인 경향으로부터 사실적, 유기적인 경향으로의 이행을 보이면서 보다 상징적인 서술성을 띠게 된다. 남녀 생식기가 가장 적나라하게 병치된 「개화(開花)하는 야누스(Janus fleuri)」(1968)는 페니스와 질이 결합된 조각이다. 제목인 "야누스"에서 암시하듯이 양면성 혹은 이중성은 부르주아의 예술세계에서 발견되는 주요한 특성이다. 즉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폭력과 에로틱함, 가학대증과 피학대증, 그리고 내부와 외부라는 이원적 카테고리는 부르주아 조각에서 자주 결합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 1970년대 초부터 부르주아는 각종 데모, 토론회, 전시회를 통해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작업 속에 구체화된다. 부르주아의 남녀 양성 이미지의 공존에서 상이한 젠더들은 종종 서로 갈등·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Father)」(1974)에서 유방의 여성의 영역과 남근과 발기의 남성의 영역은 대치되며 젠더의 대립은 극에 달한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이 야기한 끔직한 근친 살육의 비극은 가부장적 권력에 대한 부르주아의 반란으로, 아버지, 어머니· 부르주아 자신의 관계라는 개인적 역사로부터 비롯된 부르주아의 성적 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라는 보다 근원적인 젠더(gender) 문제에까지 연결된다. ● 1980년대에 부르주아는 「나선형의 여인(Spiral Woman)」(1984), 「앙리에뜨(Henriette)」(1985), 「다리(Legs)」(1986)과 같은 작품들에서 눈, 귀, 팔, 다리 등 신체 일부 이미지로 된 조각들을 제작한다. 부르주아는 조각과 자신의 신체를 하나로 생각하였으므로, 인체 형상들은 그녀 내면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의 가장 직설적인 투영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부르주아는 어린 시절 기억의 재현을 위해 신체와 집의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였는데, 「출구 없음(No Exit)」(1989)에서 계단 뒤의 공간은 어린 시절 부르주아의 은밀한 장소이며, 계단 위의 세계는 죽음이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절박한 상황을 은유한다. 역시 이 설치작품에서도 성적 이미지의 상징이 두 개의 커다란 구와 계단으로 제시된다. ● 1990년대는 카셀 도큐멘타, 리용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전 참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회고전 개최 등 왕성한 활동으로 부르주아의 국제적인 지명도가 확고해진 시기이다. 초기의 「집=여자」 시리즈부터 시작된 "집의 공간"이라는 테마는 1991년 「밀실(Cell) Ⅰ」으로 시작된 「밀실」 시리즈의 설치 작업들에서 종합적으로 완결된다. 「붉은 방(Red Room)」(1994), 「밀실(Cell) ?-초상(Portrait)」(2000) 등 30여 개가 제작된 「밀실」 시리즈에서 부르주아는 보호와 동시에 억압의 상징으로서의 "집"의 개념을 계속 전개시키면서 어린 시절의 공간을 재현한다. 작업을 통한 이러한 기억의 반복은 부르주아에게 과거의 상처(trauma)를 반복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며 그것은 그녀의 고갈되지 않는 예술 혼의 생명력을 지속시켜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Vol.20000917a | 루이즈 부르주아展 / Louise Bourgeois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