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流圖_Floating Pictures

박병춘 회화展   2000_0920 ▶︎ 2000_0926

박병춘_기억속의 풍경_한지에 혼합재료_100×70cm_2000

덕원갤러리 3층 Tel. 02_723_7771

박병춘展 얼마전 텔레비전을 켜놓고 일을 하다가 "현대 한국화의 맥을 잇는다"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현대한국화의 맥을 잇는 작가들이나 그림은 어떤 것일까? 일반인이 생각하는 현대 한국화는 어떤 그림일까. 그런 궁금증 때문에 그 멘트는 자동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했다. ● 한동안 참으로 많이 한국화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많은 평론가들과 작가들의 비판과 옹호의 논쟁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시들해졌다. 아무런 해결방법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다음세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던져졌다. 젊은 한국화 작가들은 한번도 관심의 대상이 되어보지도 못한 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 안게 되었다. ● 박병춘의 그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먼저 이야기해야 될 것이 현대 한국화에 관한 입장이다. 관람객에게 "요즘한국화는 이러저러해서 이런 그림도 한국화입니다."라는 토를 달아야하거나,"그냥 그림입니다. 작가의 작품으로 봐주세요."라는 설명이 필요할 것 만 같다. 아마도 한국화단에서 다양성을 인정할 틈을 놓친 채 시대는 이미 디지털 영상의 시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 혼돈은 이제 관심도 끌지 못하고 전시는 매번 아무런 성과 없이 습관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하는 것들, 아껴두고 오래오래 간직해야 할 것들과 과감하게 벗어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기준이 서 있지 않는 한 전통회화의 매체와 기법을 공부하고 회화로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많은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방황은 답이 없을 것 만 같다. ● 박병춘은 전통매체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한(작가로부터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몸부림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양작가들의 그림들에서 봤음직한 요소들과 기존의 수묵화에서 보여주었던 기법들이 혼재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추상표현주의적인 그림들에 많이 사용되었던 기호와 도상들, 고호의 그림이 연상되는 붓자국들, 수묵의 번짐과 발묵의 효과를 이용하여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죄스러움(?)을 보상하려는 듯한 그림들도 보여주었다. ● 한 작품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 한 점 한 점 완성해 가는 작가가 있는 반면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리고 다작을 통해 완성작품을 골라내는 작가가 있다. 작가 박병춘의 경우는 후자이다. 많은 작업량과 다양한 스타일에 매번 놀라곤 하는데, 최근작가 작업실 방문을 통해 그 다운, 작가 박병춘다운 그림들을 만났다. 어떤 다른 그림에서 보았던 것이 아닌 박병춘만의 언어일 것 같은 그림들이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이다. 심각함이나 무거움이 아닌 해학이 담긴 가벼움이다. 그냥 유머라 하기에는 그 속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 것 같은 혹은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작가의 일면을 담고있다. ●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주로 작가의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사사로운 일들이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들과, 먹고 싸는 인간의 기본적인 순환의 산물, 그가 항상 갈등하는 전통의 문제를 대변하는 사군자, 하잘 것 없는 풀처럼 느껴지는 민들레와 같은 주변 사물들과 인간 개인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랄 수 있는 성에 대한 감추어진 욕망 등이 그의 그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소재이다. ● 장지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아크릴, 금분 등의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먹을 사용하지만 재료 이상의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정돈되거나 정리되기보다는 작가의 감성을 표출하는 대담한 필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분히 장식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사진의 한 장면처럼 정지된 화면 속에 그가 담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 작가 박병춘이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사물들로 상징화된 그림 속에 숨어있을 것이다. ● -T.V를 통해 보여준 현대한국화의 맥을 잇는 그림은 화선지에 수묵으로 그려진 문인화 계열의 그림이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한국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 임연숙

Vol.20000921a | 박병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