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강은수_김기수_이창준_강영민_송상희 윤정미_고승욱_조경란_전용석
갤러리보다 및 인사동길 Tel. 02_725_6751
1. 도시 이미지 - 건축, 기호, 간판, 내러티브 ● 이번 전시의 이야기는 건축에서부터 시작된다. 현대사회에서 광범위한 이미지의 소비로 말미암아 물질적 무게와 규모로 느껴지던 건축의 영역은 이제 어떤 이미지, 허구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 이렇듯 물질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지표를 도상으로 환원하는 사고 방식이기도 한데 회화에서와는 달리 건축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물질적 무게를 순수하게 시각적인 것으로 지각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건축적 해체를 결과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건축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매체이다. 건축과 접하지 않는 이는 없고 그것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라면 건축은 당연히 우리가 다루려 하는 약호의 문제의식에 중심으로 떠오른다. ● 한국 사회는 성급한 산업화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체로 건축적/기호적 몽타쥬인 독특한 간판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시각공해로 비판하고 있지만 기획자는 그러한 과다한 약호들이 오히려 앞에 언급한 물질의 시각화를 촉진시키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본다. 즉, 건축의 순결함을 위해 너저분한 간판들의 침입에 저항하는 것은 정확한 인식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그런 상황이 촌스러울 수 있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러한 조건은 로컬의 상황이 글로벌한 이슈와 맞아 들어가는 지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번 전시를 읽는데 있어 중요한 전제가 될 것이다. 2. 인사동, 복수적 텍스트의 판타지 - 다시 읽기 ● 2-1. 인사동은 전통적으로 예술문화의 공간이자 근대화 과정에서 열외로 밀려난 공간이기도 하다. 또 미술관이나 '차 없는 거리'와 같은 버츄얼한 공간과 현실공간이 뒤섞여 있다. 상업공간들은 문화적 상징을 사용하거나, 반대로 문화공간은 상업공간을 활용한다. 인사동이 제공하는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은, 이 작업의 몽타쥬적인 내러티브의 적합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 인사동 길에 늘어선 고만고만한 상가 건물들은 한국 도시 풍경의 전형에 해당하는 평범한 건물들이다. 이 건물의 외벽 중 일부를 선택하여 텍스트/이미지로 뒤덮는다. 텍스트/이미지들은 시퀀스(Sequence)의 설정에 맞추어 배열한다. 건축물의 구조를 드러내되 그 내부와는 이격되는 외벽을 구성하여 복합적인 매스를 가진 타워를 만들어 낸다. 동시에 복수적으로 끊임없이 짜여가는 내러티브들의 공간에서 예술의 거리라고 불리는 인사동의 위치가 무엇인가를 말하려한다. 서사를 약호화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 승, 전, 결의 구도를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또한 비평적 지적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는 복수적으로 끊임없이 짜여가는 내러티브들의 공간에서 인사동의 위치가 무엇인가를 말함으로서 인사동에서의 신체의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 그 곳에서 다르게 행동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관객들에게는 그곳이 박제된 민속문화와 얌전히 전시장에 자리잡은 난해한 오브제들의 공간, 또는 그런 주제들을 마케팅하여 오락으로 대상화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역동의 과정이 일어나는 장으로서 '현실'의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 텍스트로 건물을 둘러싸는 것은 벽을 이미지로 느끼게 한다는, 아니 이미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약호화의 방법이다. 이것은 텍스트의 크기를 확대하여 벽과 같은 차원의 규모 감각에 놓아서 텍스트는 물질적 관련을, 벽은 도상적 관련을 획득하게 하려는 것이다. ● 2-2.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사동은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예술이 관통하고 있는 복수적 텍스트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의 복수적 텍스트성은 인사동을 관광 명소로 만들어 주는 이유이다. 인사동 거리를 중심으로 양쪽에 널려 있는 각종 가게와 그 가게의 진열대, 그리고 화랑과 화랑 외부의 표면들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달콤한 기표들로 채워져 있고 이것들은 인사동 특유의 스펙타클을 구성하고 있다. ● 이러한 기표들은 인사동이 두 가지 주제-전통과 예술-를 중심으로 구성된 테마파크의 형태를 띠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테마파크가 그러하듯이 인사동이라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두 주제는, 두 개의 시간대(전통과 현대)가 만나면서 얽히고 짜이는 특유의 시간성이 만들어 내는, 판타지적인 공간감을 재현하게 된다. 이는 인사동 거리를 거니는 산보자들에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이라는 지리적이고 실재적인 광경이 아니라 판타지적인 스펙타클을 제공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 이러한 공간 곳곳에 제작 설치될 표지판들은 테마파크의 포토 포인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사동의 판타지적 스펙타클의 공간감을 극대화하거나 축소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는 인사동의 판타지적 스펙타클을 좀더 강화시키기도 할 것이고, 반대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형성되어 있는 인사동에 대한 생각을 역전시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공간에 형성되어 있는 시각적 문맥을 강화 혹은 역전시킴으로써 공간의 의미를 다시 경험해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사동이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적인 맥락을 읽어본다. ■ 전용석
Vol.20000924a | 텍스트 타워_Text Tow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