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인터체인지

책임기획_염중호   2000_1107 ▶︎ 2000_1126

염중호_컬러인화_1999

초대일시_2000_1107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오상_김기태_김민혁_김상길_염중호_이진혁

성곡미술관 별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02_737_7650

11월 7일 ● 오늘 그가 참여한 오류 인터체인지 전시회를 보고 오는 길이다. 작년 이삼월부터 말이 나온 기획이었는데 이제 겨우 끝이 난 것 같다. 전시가 몇번이나 밀려나더니만 드디어 하긴 하는구나. 사실 나는 그가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 그렇게 수 많은 기획전에 참여하고 그렇게 많은 작업비를 쓰면서도 여지껏 작업한번 팔린 적도 없을뿐더러 어떤 때는 미술관측으로부터 지원금도 나오지 않아 나의 지원금으로 기획전에 참여하는 그를 우리 엄마는 건달이라고 부른다. ● 그를 통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현실, 가상, 실재, 재현... 나는 뭐 이런 쪽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듣는 척만 했지 깊이 새겨 들어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사진은 사실이 아닌가'라고 반문도 하고 싶었지만 그의 입장을 고려해서 그런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내 증명사진에 담긴 나의 모습이 내가 아니라는 말인가. ● 언젠가 한번 그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만 그는 이상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무슨 원근법이 어떻고 사회적인 약속이 어떻고 연속이니 불연속이니... 사진은 사진일 뿐인데...웬 그리 사족이 많은지. 어렵게 얘기하지 말고 좀 쉽게 말해달라고 했더니만 말만 장황해졌지 더 어려워지는 바람에 짜증이 났다. 자기 애인조차 납득을 못시켜서 당황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좀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수긍하는 척, 이해하는 척 해주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사진은 사진일 뿐이야' ● 오늘 미술관에서 그의 작업을 보고 약간은 놀랐다. 그가 인화한 사진들을 가끔 보기는 했지만 작은 크기로 볼 때와 미술관에서 큰 크기로 볼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보였다. 웬지 그의 말들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헷갈렸다. 미술관이 의미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이 의미를 만드는 것인지...● 미술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현실, 가상, 실재, 시뮬라크르... 이 사진 이미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의 말을 떠올려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현실과 가상이 뒤죽박죽인 세계. 혹시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도록을 읽어보았더니만 더 가관이었다. 김혁재라는 사람이 그이 보다 더 어렵게 그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록안에 있는 글에도 온통 현실, 가상, 실재, 시뮬라크르라는 말들로 넘쳐났다. 내가 무식한 건가 아니면 그들이 너무 똑똑한 건가...분명 이 사진들에 담겨진 대상들은 사진이 찍혀지던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아닌가. 모르겠다. ●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즈음, 그는 풋내기 사진학도였었다. 그는 그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인화지위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항상 신기해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몇 년이 지나서, 이상한 책들을 읽기 시작하고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더니만 내게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그와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그의 사진도 변해갔다. 예전에는 그렇게 사진도 잘 찍더니만 이상하게 갈수록 사진찍는 실력도 형편없어 지는 것 같았다. 학도 찍고 산도 찍고 꽃도 찍고 할 때는 정말 사진 잘 찍었었는데... 그때는 그의 사진을 크게 뽑아서 내 친구들한테 주면 모두 좋아했었는데 요새 찍은 사진들은 내가 봐도 벽에 걸기 무섭고 이상한 것들뿐이거나 아니면 너무 평범해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는 것들뿐이다. ● 요새는 워낙 사진이 여러 가지 용도로 많이 사용되어서 대학만 졸업하면 무난하게 취직이 될 걸로 생각했었는데 대학원을 졸업해도 그와 그의 주변사람들은 아직껏 백수신세다. 겉으로 보기에야 고독한 예술가니 뭐니 하겠지만 작업비 그리고 심지어 술값까지 내 주머니에서 해결하는 그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제발 현실이니 가상이니 이런 것에 신경쓰지말고 자기 현실이나 제대로 보았으면 좋겠다. 미숙이 남편은 벌써 대리달고 연봉이 삼천이라는데.. ● 찬우씨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응. 내가 전생에 무슨 그리 큰 죄를 지었는지 매번 전시를 할 때마다 내 돈을 가져갔지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어디 취직을 하던지 아니면 전임을 달던지 이젠 정말 힘들어. 나도 찬우씨 뒷치닥거리 하는데 지쳤어. 제발 자기 현실을 좀 똑바로 봐봐... 앞으로도 찬우씨가 계속 이런 식으로 산다면 이번 전시가 나와 찬우씨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몰라. 찬우씨는 돈도 못 벌고 나는 자꾸만 나이를 먹어가고 집에선 선보라고 야단이고 이게 정말 우리 현실이잖아. ■ 참여작가 찬우의 애인

김민혁_1999

젊은 사진작가 6인이 모여 자신들이 평생의 업으로 삼은 사진찍기의 진실과 허구를 탐구하는 기획전 『오류 인터체인지』전이 11월 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별관 전관(Tel. 02_737_7650)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기획전은 사진작가들이 사진의 정체와 관련된 화두를 스스로 제기하고 직접 전시회를 제작하면서 그 과정의 고민을 새긴 점 등 전시회 전 과정을 젊고 도전적인 사진작가들이 진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 별관 3개층 전체를 사진과 사진설치로 채운 출품작의 공통점은 사진의 재현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가짜인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리얼리티광고의 유행에서 보듯 연출과 진실이 뒤범벅이 된 현실을 사는 오늘의 사진가들이 재현의 대표매체인 사진으로 찍혀진 일상의 상황들이 어디까지 사실인가 아니면 연출되어진 것인가를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탐구하고 있다. 출품작들은 사진의 아이콘적 기능에서 진짜, 가짜를 탐문한다. 촬영 당시 그곳에 존재하던 '사건'은 사진에 남게되고 그것을 보는 우리는 그 사건의 '외형'만을 보게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사건의 '진실'을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즉 사진속의 재현된 일상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내는 '재현'된 아이콘들이고 작가들은 그것에 눈을 돌린다. 사진조각, 사진설치, 연출사진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출품작가들은 집요하게 대상에 대한 사진의 재현기능을 의심하면서 '일상'의 사건과 '사진'의 사건이 만드는 간격을 시각화시킨다. 그들이 찍어내는 사건들은 현실에 앞서있거나 또는 현실속에서 현실과 따로 떨어져 독립되어 있는 상황을 우리에게 차분히 보여주는 것이다. 권오상은 사진을 이용한 조각을 만든다. 그는 대상을 360도 촬영하여 그것을 입체로 다시 구성한다. 사진으로 허구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사진의 재현성을 조롱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김기태는 시선을 도시 안에 놓여있는 인공구조물에 던진다. 특히 그는 지하철의 인공정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공간인 지하철 안의 인공정원들은 자연을 재현하여 옮겨 놓으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풍경들과 사람이 그 공간 안에서 머물며 일어나는 상황들에 시선을 멈춘다. 김민혁은 아이콘화 되어진 행동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는 일상의 모습들을 사진 수정을 통하여 신화적인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다. 김상길은 그가 짜놓은 각본에 의해 인물들이 행동하는 연출사진을 찍는다. 그가 만들어 놓은 공간은 현실적 외형을 띄고 있지만 인물들의 행동에 의해 우리는 그 상황들이 치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 장면들은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명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는 현실과 시뮬라시옹의 아주 좁은 사이를 비집고 미끄러진다. 염중호는 텔레비젼의 연속극 장면의 스틸을 현장에서 촬영한다. 그 장면들은 시나리오작가가 쓴 내용들을 이미지로 재현하고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아이콘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그 상황들은 현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면서도 현실과 분리되어진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재현되어진 일상들이며 그 장면들은 사진으로 다시 재현되어 진다. 이진혁은 일상의 모습들을 아무런 연출없이 찍어낸다. 즉 그는 일상 전체를 연출되어진 상황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상 6인의 작가는 우리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의 생활에서 흔하디 흔한 사진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의 작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실감의 부재를 드러낼 수 있는 여러모로 좋은 전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 박재호

Vol.20001104a | 오류 인터체인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