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망부석

이화정전   2000_1108 ▶︎ 2000_1113

이화정_남과 여_수제종이에 먹과 자연염료_40×60cm_2000

초대일시_2000_1108_수요일_05:30pm

서경갤러리(폐관)

치자, 황벽, 황련 정향, 홍화, 소목, 쪽 등은 옛부터 천연염색 재료로 쓰이던 것들이다. 우리산천의 꽃 풀에서 난 자연염료를, 닥나무 원료를 해리하고 직접 뜬 닥종이 위에 염색을 한다. 고문헌을 살피고 자료를 수집하고, 몇 명 안 되는 염장들과 고유한지제작자들을 찾아다니며, 실습하고 복원하는 노력으로 우리의 고유색과 조형정신과 재료기법 연구에 몰두해왔고 이번 전시가 그 결실이다. ● 자연염료는 인공적인 물감에 비해 채도가 낮아서 전체적으로 튀지 않고 가라앉은 색상이 되는데 이러한 자연염료끼리는 마치 자연 속에 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듯 특별한 배색 조화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숲을 보면서 느끼는 편안함, 안정감을 자연염료를 사용한 작업에서 느낄 수 있다. 또한 어떠한 화학 염료로도 얻을 수 없는 고유의 독특한 색상을 지닌 염료는 먹물보다도 그 입자가 적기때문에 어떠한 바탕재에도 스며들어 바탕재와 하나가 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합일되는 동양사상에서처럼 두 질료의 합일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 동양의 정서와 맞는 한국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나의 작업은 직접 닥종이를 뜨고, 고문헌에 입각한 전통염료를 재현하여 사용하는 공정을 거친다. 한국화에선 자연과 인간의 합일, 주관과 객관의 통합을 추구하는 동양정신의 영향으로 재료자체를 자연의 일부로 규정하고 정신의 영역을 재료에까지 확대시키는 독특한 재료관이 나타난다. 재료 자체가 물질의 차원을 지향하는 서양화에선 보이지 않는 독특한 관점이다. 실제 많은 작가들이 착안했던 재료관과 그 표현에 있어 여백과 단순한 묵색의 일관성들은 이러한 기본사유체계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화 재료관에 입각해서 재료의 정통성이 문제도 시각의 다양화로 접근 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화가 이뤄놓은 정신적인 수준과 그 표현세계가 서구의 것과 다른 사유체계를 지향하고 있고 또 이 과정에서 특별히 축적된 표현매체의 특수한 형이상학적 근거가 있다면 이는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서 수묵뿐이 아닌 다양하게 개발된 탁월한 재료들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전시 대표작인 '망부석 군상'은 이상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이상을 기다리는 인간의 실존을 망부석에 대입시켜 형상화하였다. 가로 1140cm에 세로 190cm에 사람얼굴 200장이 들어간 장폭의 작업에선, 살고자 애쓰며 잘난 거짓에 숨겨있는 인간본연의 나약하고 여리며 한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려냈다는 행위를 드러내기 보단 그 안에 원래 있었듯이 자연스러움 속에 어떤 무리나 의도 없는 本然의 인간 自畵像을 담고 싶었다. 닥종이와 자연염료들은 단순한 도구로써의 재료이기보다, 이러한 나의 의도를 나타내주는 한국화 정신성을 담은 작업의 일환이 되었다. ■ 이화정

Vol.20001108a | 이화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