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너머

박진호 사진展   2000_1115 ▶︎ 2000_1121

박진호_The other side of the Body #1_흑백인화_120×180cm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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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0_1115_수요일_05:00pm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1992년에 아노미 전을 시작으로 95년에 노이로제 전, 97년에 언타이틀드 전, 그리고 이번에 '몸 너머' 전을 연다. 첫 개인전에서부터 이번의 개인전을 이어주고 있는 의미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 여정은 대상과 바라봄의 거리를 지극히 좁혀왔다. 즉 복사기의 '초점 유리판'에 나의 몸을 올려놓게 되었던 것이다. 그 초점 유리판 위에서 울퉁불퉁한 신체를 가능한 한 평평하게 펴고 즉 초점면에 최대한 가까이 밀착시키고 복사한다. 그리고 나서 그 복사 이미지의 일부분을 클로즈업 렌즈로 1:1이나 1:2 정도의 배율로 접사 촬영한 후 120*180cm 정도로 확대 인화한다. 흑백 복사기는 심도가 매우 얕아 평면이 아니면 거의 복사되지 않는다. 따라서 굴곡이 있는 신체 부위를 평면화 하려고 초점 유리판에 밀착시키면 강하게 밀착된 부분은 디테일 없이 하얗게, 평면으로 된 부분은 적절한 디테일이 있는 회색 톤으로, 밀착되지 않은 부분은 검은 배경으로 표현된다. ● 세상에는 '똑같은' 상황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복사기도 결코 같은 결과를 두 번 다시 만들어내지 못한다. 복사는 말 그대로의 '복사'는 아니다. 복사/복사기는 일회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 계속 변화한다. 여기서 나는 몸이라는 현실의 이미지를 비현실화하면서 결과물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집중한다. 나의 모습도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다.● 변형-내 자신의 변형 욕구는 복사기의 일회성과 맞아 떨어져 끊임없이 변화하며, 변형되어 간다. 이것은 발전일 수도 있고, 퇴행일 수도 있으며, 단순한 노화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모두는 내가 즐겨하지 않는 현실의 사건이다. 그 때문에 나의 커다란 화면 속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순간이 아련히 새겨 있다. 그것은 동결이고, 박제이며, 화석이고, 미라다. 그것에는 까마득한 과거의 기억들이 들어 있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한 기억들. 남극에서 발견된 맘모스처럼 희미한 옛 기억을 더듬게 한다. ● 복사되고, 극도로 클로즈업되고, 크게 확대된 나의 '몸'은 더 이상 '육체'의 물질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로테스크한 추상이 된다. 추상은 군더더기를 떨쳐 버린 '순수'를 뜻한다. 나의 육체는 그래서 순결해진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형태를 갖춰 세상에 나와, 세찬 현실을 살아가면서 거칠어지고, 두꺼워진 나의 피부, 나의 몸은 그렇게 순결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 너머 '넘어'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극복하거나 단절적인 공간 이동을 말한다. 이것은 극복/이동의 주체가 극복/이동함으로써 이제는 이전의 공간/의미가 부재함/무의미함을 함축한다. 그러나 '너머'는 '강 건너 저 편'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서 느낄 수 있듯, 내가 강 건너 저 편으로 가더라도 그 무엇은 그 곳에 - 이 편에 계속 있음을 나타낸다. 어쩌면 그것은 몸처럼 보이더라도 몸이 아니며, 몸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은 몸이다. ■ 박진호

Vol.20001113a | 박진호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