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Girl

주재범 사진展   2000_1122 ▶︎ 2000_1128

주재범_소녀_흑백인화_2000

갤러리 보다(폐관)

사진의 표면 위로 드러나는 대상은 단순히 대상 자체의 복사물이거나, 혹은 작가의 의도만이 투사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사진의 표상 체계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문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표상까지도 수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하나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인화지속에 고정된 대상의 외형으로부터 시작하여, 직접 그 대상을 바라봤던 작가로서의 사진가와 함께 사진의 표면을 보는 관람자의 위치까지도 고려하는 과정이다. ● 주재범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소녀는 일상 속의 소녀 그 자체의 단순한 복사물이 아니다. 이는 대중들에게 스테레오 타입으로 주입된 여성과 소녀의 이미지를 해석하고, 사진적 표상체계를 통해 의미의 재구축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기존의 다양한 대중매체(TV,영화,잡지,광고)에서 드러나던 여성적인 포즈와 분위기를 소녀 시리즈에 결합시킨 그의 작업은 기존의 관념과 이질적인 의미작용을 수행하고 있다. ● 이는 소녀의 여성성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사진적인 낯설게 보기의 방법 때문인데, 스테레오타입화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는 여성의 권능화된 기존관념이 아직은 여성성을 획득하지 못한 소녀의 육신으로 흘러 들어가 표면적인 의미작용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시각적 현실 효과이다. 결국 주재범의 소녀 시리즈 사진은 사진의 기계적 복사성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일상적인 대상을 비일상적인 시각 경험의 대상으로 만듦으로 해서 낯익고 친숙한 대상에 대한 습관화된 우리의 지각현상을 교란시키고 있다. ● 낯설게 하기의 방법으로 주재범은 인물을 절단해서 보여주는 방식,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여주는 방식, 햇빛 아래에서 플래쉬를 사용하여 대상을 낯설게 보여주는 방식, 그리고 자연에서의 공간구성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낯설게 보기의 방식들은 사진의 대상을 현실공간으로부터 사진의 표면으로 분리시키는 소격효과의 작용을 유도한다. 즉 사진적 소격효과를 통해 인화지의 표면 위를 흐르는 대상은 현실적 존재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대상의 실재적인 의미의 맥락은 사진의 표면 위에서 재구성되고 그 맥락 위에서 작가와 사진, 그리고 관람자는 의미의 게임을 펼쳐 나간다. 주재범의 사진이 풍부한 의미로 채워지는 것도 이러한 게임을 통해서이다. ■ 김태현

Vol.20001121a | 주재범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