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풍경

정인숙 사진展   2000_1201 ▶︎ 2000_1231

정인숙_작은풍경_흑백인화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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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0_1201_금요일_05:00pm

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3

1999년 12월에 수제품에 가까운 2000년도 달력을 만들고 동시에 작은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시작하자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 대부분이 매우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발표하고 보였던 나의 사진작업 대다수가 우리나라의 역사, 사회, 현실 등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사회적 리얼리즘 성격이 강한 다큐멘타리 사진작업이었고, 예쁘다는 느낌의 풍경사진 발표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개인적 입장에서는 작은풍경 역시 내가 주로 하는 작업-다큐멘타리 사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꾸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인지 예쁜 것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나에게 없다. 작은풍경에서 내가 의도한 것은 단지 나의 조국 - 대한민국이 지닌 소박한 정서와 잔잔한 아름다움을 흑백사진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작은풍경 이면(裏面)에 살짝 가려져 있는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것을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우리고유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소나무 한 그루가 안개 속에 서있다. 소나무는 조선 소나무이다. 조선 소나무는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에 의한 우리민족 말살정책의 하나로 눈에 띄는대로 모두 뿌리채 뽑혀 사라지게 된 비운의 나무이다. 보기 드물게 오래된 이 조선소나무는 산중턱 큰나무들 사이에 숨겨져 운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들판에 수확이 끝난 볏단이 쌓여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겐 볏단이 많을수록 여유있는 한해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 한편으로는 산업화로 인해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 경제성 면에서 농부들도 쌀농사 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는 실정이다.● 강물이 흐른다.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영호남지역을 마주 보게 하는 강이다. 과거에는 강물 가운데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어 경계를 한발짝이라도 넘어오면 지역주민들이 패싸움까지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강을 사이에 두고 영호남이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사진작업을 하면서 항상 힘든 부분은 주관적인 관점의 객관화와 객관적인 관점의 주관화이다. 그리고 더불어 작던 많던 간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 장의 사진으로 일목요연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를 알만한 구체적인 제목 없이, 포괄적인 제목 하나만으로 나의 관점을 관객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내가 의도한 내용으로 관객을 좀더 끌어당기기 위하여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람회 도록을 대신하는 달력을 만들고, 달력사진 밑에 짧은 글을 만들어 적어 보았다. 벽에 붙인 달력의 사진과 글을 한달동안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이다.● 달력은 손으로 일일이 마무리해야 하는 수공품이다. 세상 곳곳에 만연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작은 반발심이다. ■ 정인숙

Vol.20001126a | 정인숙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