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댄스홀

정연두展   2001_0106 ▶︎ 2001_0207

정연두_보라매 댄스홀_컬러인화_2000

대안공간 인더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galleryloop.com

파트너를 바꾸어 가면서 춤추는 것이 댄스스포츠의 기본적인 예절입니다. 파트너를 바꾸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얼굴이나 몸매가 못생겼다고 해서 기피한다면 진정한 댄스스포츠의 정신을 이어나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주변에 소외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파트너를 바꾸어 가면서 댄스스포츠를 즐기도록 합시다. (Please change partner) - 보라매공원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 댄스스포츠 교실 홈페이지에서

보라매공원, 스포츠 댄스, 공군사관학교, 군사정권, 비행기, 격납고, 붉은 커튼이 내려져 있는 마루로 된 홀, 탱고, 살사, 차차차, 화려한 원색의 끈이 달린 드레스를 입은 아줌마, 빛나는 흰색양복의 아저씨, 하이힐.... ● 전시장 벽면과 천장은 방안처럼 꾸며졌다. 방안 중간 중간에는 조그만 사진들이 액자에 끼워져 장식되어있다. 흰 바탕에 무늬가 있는 벽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춤추는 커플들이 여러 가지 다른 포즈로 춤을 추고 있는 사진을 프린트한 것이다. 장식된 액자 틀 속의 사진들은 엿 공군사관학교 연병장, 격납고, 보라매공원의 주변풍경들이다. ● 정연두가 선택한 이미지들은 시대와 공간을 교란시킨다. 보라매공원은 세련됨이나 유행과는 관계없이 과도기를 겪어온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멈춰진 과거의 장소며, 댄스홀은 할리우드 영화 식의 로맨틱한 서양문화를 흠모하여 춤을 열병처럼 일으킨 60, 70년대의 아련한 향수의 장소다. 보라매공원의 댄스홀은 상류층이 즐기는 고급클럽이나 유흥을 위한 댄스홀이 아니라 우리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곳이다. 정연두는 실제로 그곳에서 같이 춤을 추면서 살아있는 이웃의 삶을 체험하고 그 현장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았다. 화려하지만 세련되지 않은 복장으로 형식을 갖춰 춤을 추는 커플들은 현재의 인물들임에도 지나간 과거의 사람들처럼 보여 아련한 낭만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 보라매공원에서 춤추는 사람들은 그들의 정체성보다는 단지 현재 춤을 즐기고 그것에 몰두하고있다.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이 춤이란 매개를 통해 교류되고 표출되는 그들의 감정은 혼자만이 즐기는 컴퓨터나 테크노 세대와는 다른 구시대의 로맨틱한 인간적 느낌으로 다가온다. ● 정연두는 감정적, 도덕적, 민속적, 역사적인 맥락의 대중적 요소와 표현양식의 조합인 전위적 예술형태의 이중구조 모두를 포함시킨다. 갤러리 안의 벽지는 하얀 공간 위에 춤추는 인물들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더욱 몽환적이고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라매공원 댄스홀 주변 사진들은 복합적 시대성 을 가진 장소로 배경의 인물들과 함께 더욱 매력적 분위기를 나타낸다. 춤추는 인물들이 배경으로 장식된 풍경사진들은 인물-주인공, 풍경-배경으로 등장되는 평면적 기호를 전복하는 상징이다. 사진의 평면적 연장선으로 표현된 벽지는 시대와 공간의 해석을 확대시킨다. 작은 사진틀과 고급재료가 아닌 칼라 프린트로 뽑은 벽지의 팝적(pop) 요소와 인물, 장소의 서민적 낭만이미지는 정연두의 미술적 은유로 환원되어 잃어버린 예술의 본질적 순수한 감정으로 전이된다. ■ 김미진

정연두_보라매 댄스홀_인더루프 공간설치_2001

정연두의 문화혼성과 문화공유 ● 정연두의 눈과 입은 문화 혼성의 현실에 있다. 그는 문화와 문화가 교차되고 뒤섞이면서 결과하는 몰개성과 국적불명의 '틔기' 문화에 눈을 돌리고 그것의 컨텍스트를 말한다. 동서양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문화적 정체성의 '하나됨'이 무력해지는 오늘날의 상황과 그 변화에, 그리고 변화가 진행되면서 뿜어대는 다이내미즘에 그의 비평적 시선이 머무는 것이다. 문화의 역동성이 변화 속에서 비롯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문화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미가 새삼스럽지만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문화의 위계질서, 그 거대함과 왜소함, 중심과 주변, 고급과 저급, 전통과 현대, 주류와 비주류, 상위와 하위로 매김되는 질서를 뒤집어버리는 문화 혼성의 힘 같은 것을 그는 말하는 것이다. 질서의 순위와 그 가치 체계를 조롱하는 의미로 혼성의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실 단일한 문화 정체성이라는 것도 권위로부터 연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일함의 권위를 흐트러버리고, 그 질서의 지위가 사라진 상태에서 그는 '문화 공유'를 말하려 한다. ● 정연두의 문화 혼성과 문화 공유는 치즈로 한국인 얼굴 만들기에서, 엘비스의 노래를 중국인이 모창하는 상황을 재현하는 것에서, 짜장면 만들기의 행위 속에서, 짜장면 배달의 속도 속에서, 런던과 서울의 지하철에 난쟁이 서양인과 거인 한국인, 아니면 거인 서양 남자와 난쟁이 한국인 아줌마를 앉혀놓는 합성사진에서, 그리고 지하철 7호선 차량을 댄스홀로 탈바꿈시켜버리는 장난기에서 보여지고 읽혀진다. 유머와 해학, 가벼움과 진지함, 패러디와 진정성, 가짜와 진짜의 짝을, 혹은 그것의 변증법을 온갖 삶의 구체성 속에서 녹여내고 실현해 간다. 오늘날 문화적 교류의 활발함을 그 혼성의 과정으로 풀어가는 그의 문화논리는, 그래서 개념적이고 의미론적이며, 자유롭고 유쾌하며 개방적이다. ● 이번 개인전에서 정연두는 이제까지의 시선을 보라매 공원에 설치된 댄스홀로 옮겨간다. 그는 보라매 공원에 가설된 댄스홀에서 춤을 배우고 추는 동네의 중년남성과 여성을 찍고 그 이미지만을 따서 벽지로 만들었다. 이 작업은 지하철 7호선 차량의 벽지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하철의 경우 런던에서 찍은 영국인 남성과 여성의 춤추는 모습이라면 보라매 공원의 경우 한국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 그리고 물론 한국 공군의 문화적 정서와 그 기억들이 남아있는 '보라매 공원'이라는 장소성이 다르다. 어쩌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혼성의 문화에 귀를 대고 기울인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으면 곧 몸이 움직이는 그런 반사작용의 율동과 소리와 공간의 감각을 살려낼 수 있다는 '전략'(?)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라매 공원과 탱고, 보라매 공원의 이끼낀 시간 사이로 흐르는 탱고 음악 속에서 그는 다시 한국의 문화 혼성과 공유의 자취를 찾는다. 사교 댄스의 리듬과 움직임, 그러나 쓸쓸한 뒤안길 같은 묘하고도 진한 슬픔의 감정, 보라매들의 바람과 댄서들의 숨결, 보라매의 빨간 마후라와 댄서들의 화려한 치장, 공군의 비행(飛行)과 탱고의 비행, 그 속도감의 정서가 인생의 리듬을 타고 녹아나는 것이다. 그 몸의 언어들이 묘하게 다시 혼성을 이루어 공유의 문화로 자리한다. 보라매 공원의 탱고, 아니 보라매 공원의 시뮬레이션이 사교댄스의 문화를 봉천동의 중년 남녀의 문화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삶의 활기로, 몸의 체험으로 이어지는 그런 동력의 공간에서... Shall we dance? ■ 박신의

Vol.20010115a | 보라매 댄스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