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모습

정은미 회화展   2001_0129 ▶︎ 2001_0206

정은미_0005-l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0×80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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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우덕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10번지 한국야쿠르트빌딩 2층 Tel. 02_3449_6071

봄의 모습, 여름의 모습, 가을의 모습, 겨울의 모습, 나무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일년동안 변해 가는 나무님의 모습은 오롯이 그의 모습이다. 가을 강물 속에도 작은 숲이 들어앉아 있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 봄은 짧다. 이 세상의 어떠한 숲도 초라하지 않다. 가장 늙은 숲이 가장 따뜻하다. 쉽게 숲에 오른 사람은 그 숲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숲에서 나와야 그 숲이 보인다고 한다. 그곳이 거칠고 험할수록 내 스스로가 지칠수록 그 울림의 폭은 크다. 오색 찬란하게 빛깔의 향연으로 온몸을 감싸도, 우리는 그 숲을 다 보지 못한다. 자연이 스스로 만드는 숲을. ● 숲 속 푸른 바람엔 삶의 신비가... 그곳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세월을 지켜온 나무님. 숲은 색의 씨줄과 날줄로 짜여진 무지개다. 색의 물결은 마음을 온통 시퍼렇게 새빨갛게 물들인다. 강변에 자리잡은 화실에서 바라보는 창 밖은 아직 겨울이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드러난 겨울 나무들이 찬바람을 따라 흔들거린다. 먼 산엔 아직 잔설이 있다. 그러나 내마음은 벌써 부드러운 봄볕을 찾아 들로 산으로 떠난다. 물오른 나무들이 내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어느새 살아 움직이는 그 봄날의 숲에 가 있는다. ● 나의 나무들을 하나둘 가슴에 심어둘 수 있다면.. 튼튼한 줄기와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처럼 너른 가슴과 사랑을 품은 내 삶의 나무님. 그대를 보고 놀라 그 동안 여며두었던 나의 눈빛을 떨어뜨렸다. 나의 눈빛을 보고 거기서 멈추는 그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는 마음의 결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말한다. 숲은 저 건너에 있지만 내 몸이 그걸 지나는 오솔길이 된다고. 그리고 같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다고.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세월의 길임을. 그 길을 밝고 걸어가는 세월의 발자국은 나의 가슴 속에 화석처럼 남아 있음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슴에 뭔가를 새겨놓는 일이다. 미처 말로 하지 못하는 것들, 그림으로 그리기 싫은 것들을... 하지만 그대의 모습이 어느 한 구석 그림에 새겨져 있을 지도 모르지 않은가. ● 숲은 나를 붙잡았다. 그 숲에서 나온 나무가 나를 붙잡았다. 푸르른 것도 붉으스레한 것도 모두 좋았다. 나는 그대 모두들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스스로 그들에게 들어갔다. 그대 안에서 걸을 때마다 내가 보였다. 내가 포장한 위선이 보였다. 거기서 나는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보았다. 나는 걷는다. 내가 만나는 나무들, 그들은 고귀했다. 그들은 슬플 정도로 찬란했다. 거기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푸르다. 오색, 이것이 나의 나무의 색깔이다. ■ 정은미

Vol.20010118a | 정은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