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DATIONS_PERSPECTIVES

기초/전망展 ②   1부 / 2001_0112 ▶︎ 2001_0228 2부 / 2001_0312 ▶︎ 2001_0430

민정기_운봉와송_캔버스에 유채_160×80cm_2000

책임기획_서울미술관 살리기 대책위원회

서울미술관(폐관)

한불 문화교류에서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두가지 사안은 우리로 하여금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하나는 익히 알려지고 있는 외규장각도서의 반환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한불간 미술문화교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서울미술관 문제이다. ●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은 이미 김영삼 정부 때 당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방한시 반환을 약속하고 그 중 1권을 주고 간이래 지금까지 시일을 끌다가 지난 10월 아셈정상회의 때 시라크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반환교섭이 재개되었으나 여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모 일간지는 미테랑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하며 그것을 TGV판매 협상카드로 써먹었듯이 시라크 대통령은 또 다른 판매 협상카드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는 추측기사를 쓴 바도 있다. 만일 저의가 그러하다면 프랑스를 문화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1866년의 병인교난과 병인양요로 인한 불행한 사건은 그후 고종이 미첼주교에게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불행한 사건에서 아직도 남은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사과하고 배상할 것이 있으면 배상을 해야 하며, 프랑스 측에 대해 약탈해 간 외규장각도서를 조건없이 반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어떤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지금과 같은 협상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언제까지 이러한 농락과 수모를 견뎌야 할지 주권국가로서의 체통이 정말 말이 아니다. ● 다음은 서울미술관 문제인데 서울미술관은 암혹했던 시절인 80년대 초 세검정 너머 구기동에 사설 미술관으로 설립된 이래 신구상화전을 비롯하여 마르셀 뒤샹, 로베르토 마타 같은 20세기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두 나라의 시인, 예술가들의 토론회를 갖는 등 20년 가까이 한불간의 한 차원 높은 미술문화교류를 주도해온 한편 한국의 중요한 화가들을 길러내고 후원하며 프랑스에 소개하는 일을 해 왔다. 이는 당시 우리 정부가 생각하지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 미술관은 양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일체의 상업주의를 배제한 채, 사재를 털어가며 운영해 오다가 IMF이후 적자가 늘어나 폐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자 미술관 측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문화원 이전을 위한 매매협상을 시작하였는데, 대사는 살듯살듯 하면서 1년 반을 끌다가 거절하였고, 그 사이 미술관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여 경매에 붙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사가 보인 이 석연치 않은 태도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의심을 받을 만하다. 폐관 위기를 뒤늦게 알게 된 프랑스의 철학자 데리다, 화가 마타, 전 문화부장관 작크 랑씨를 비롯한 지식인, 예술가들이 서울미술관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였고 양국의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내는 등 소동이 일자 프랑스 정부는 임세택 관장에게 문화훈장 수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일련의 진전상황을 보면서 이것이 문화대국 프랑스의 얼굴인지 아니면 대사 개인의 숨겨진 계략이었는지 알 수 없다. ● 한편 국내의 문인, 예술가, 지식인들의 서명운동도 계속되고 있고 미술관측은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문화관광부는 아무런 지원책도 강구하지 않은 채 오직 파산할 날만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미술관은 단순히 부실업체정리의 문제가 아니다. 임세택 관장 부부는 30년 가까이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한불미술문화교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을 뿐더러 그들이 프랑스 최상급 지식인 및 예술가들과 쌓은 교분과 노하우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재산이다. 이런 미술관을 우리 정부가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프랑스에게 계속 문화 후진국으로 비칠 것이고 그러한 시각이 곧 외규장각도서 반환문제에도 그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 김윤수·미술평론가

Vol.20010121a | 기초/전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