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기획_서울미술관 살리기 대책위원회
서울미술관(폐관)
서울미술관에 정부와 문화부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 ● 서울 구기동에 있는 현대 시기를 다루는 첫 미술관인 서울미술관은 우리 사회에 많지 않은 쓸모있는 미술관 중의 하나다. 이만한 사회 같으면 미술관이 수천, 수만 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숫자는 매우 적고,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은 하나하나가 귀중하다. 더욱이 그것이 국가나 단체 혹은 거대 기업집단이 만든 당위적인 것이 아니라 설립자 자신이 미술가로서, 필요성을 절감하여 만든 것이라 더욱 귀중하다. 이런 점은 그 동안 이 미술관이 실천해 왔던 업적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세계적인 생존 대가들을 비롯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는 최상급의 미술가들의 작품과 작가들은 직접 오도록 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 그런데 이런 기구에 대하여 우리 정부와 문화부는 무엇을 도왔던가? 우리 나라 최고, 최대의 수장품을 자랑하는 간송미술관은 1년에 두 차례, 합쳐서 약 1개월 정도만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서울미술관은 최근의 사태로 여러 해 동안 문을 못 열다가 다시 문을 열어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매에 붙여졌다가 낙찰되는 비운을 맞았다는 소식이 막 들려온다. 그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 서울미술관은 세계적인 문화강국 프랑스로 향하여 열려진 거의 하나인 민간 창구이다. 곁눈질에 그치기 십상인 엉터리 전문가가 급조하는 교류가 아니다. 한국과 프랑스쪽 장사꾼이 기존의 권위를 이용, 우리 모두를 상대로 하여 한바탕 사기치는 듯한 장사로서의 교류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가서 살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럽의 일급 미술가를 비롯한 지식인들과의 교유 속에서 나온 진정한 교류였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다. 수십 년의 연륜이 필요한 일이었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서울미술관은 천만금으로도 당하지 못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런 활동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세기를 맞아 더욱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할 수 있다. ● 그러므로 프랑스 정부는 물론이고, 더욱 우리 정부와 문화부는 서울미술관의 문화적 역할에 대하여 투자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방관적,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의견을 가진 분들의 말을 청취하여 이 미술관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 다음, 필요한 도움을 실질적으로 주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IMF 등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거치는 동안 눈덩이처럼 커져서 어쩌지 못해 커다란 기업집단조차 쓰러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아왔다. 이런 것은 시장원리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한 성격도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오로지 우리 사회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조그만 빚으로 시작된 불행이었다. ● 여러 차례, 각계의 호소가 있었음에도 이런 지경이 되도록 방기하다시피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고도 '문화의 세기', '새로운 세기는 우리가 주인'이 된다는 말이 가능할 것인가? 이번 사태를 맞으면서 프랑스 정부가 새삼 서울미술관의 활동을 재인식하고 내놓은 아셈문화센타 건은 관계 국회의원도 직접 실사를 한 것이다. ● 이것이 실현된다면 우리의 이미지는 아마 우리가 국제무대에 나선 이후 최대의 사건이 될 정도로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유럽을 향해 열린 우리 사회가 가진 최고, 최대의 문화기구인 서울미술관을 살리는 일은 우리 자신을 위해 지극히 필요한 일이며, 그로 인한 이익은 자동차 수출로 인한 이익보다 더욱 크고 광범위 할 것이다. ■ 최석태
Vol.20010124a | 기초/전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