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간 세우기

황성준展   2001_0328 ▶︎ 2001_0422

황성준_108인을 위한 식탁_설치_혼합재료_2001

초대일시_2001_0328_수요일_05:00pm

금호미술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Tel. 02_720_5114

침묵의 시간 세우기 ● 줄 하나로 공중에 매달린 듯한 착각을 자아내는 거대한 나무 식탁. 나무 벽면에 뚫려있는 구멍들, 실재의 나무 보다 더 실재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모조의 나무벽면들의 트릭장치들을 통해 황성준의 작업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우리의 통념화된 인지체계를 반추시킨다. ● 실재의 나무 벽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그의 "무제-모태의 방" 작품들은 두터운 무의식의 층을 일깨운다. 불에 데이고, 바닥에 넘어져 울고, 벽에 부딪쳐 이마가 붓고,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슬픔과 고통과 환희의 감정들이 수없이 교차하면서 그 시간의 무게만큼 우리는 하나의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층을 투과해 보게 된다. 실재 나무 벽면과 같이 느껴지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작가는 이러한 무의식의 층을 형성해온 우리의 인식체계에 의문을 던진다. ● 나무 벽면의 구멍을 통해 작가는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우리의 몽상적인 의식세계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의 구멍을 들여다보는 순간 시선은 밖을 향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안으로 향한다. 그 순간 우리는 벽에 뚫린 구멍들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던 유년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그 심연과 같은 침묵의 시간으로 향한다. 침묵의 시간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시간, 우주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모태적인 순간이다. 그 순간은 육체의 활동이 멈추고, 내밀한 의식이 깨어난다. 그러한 몽상적인 침묵의 시간을 통해 작가는 '가상과 같이 보이는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는 환영'이 되는 의식세계를 엿보게 한다. ● 막스 에른스트의 초현실적인 감성 세계를 연상시키는 "108인을 위한 식탁" 작품은 현재의 자신의 삶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108이란 숫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하며, 약간 공중에 띄운 거대한 식탁은 모든 사람들이 정겹게 식사를 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연상시킨다. 서머셋 모음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처럼 작가로서의 이상적인 삶과 한 인간으로서 현실의 삶에서 느끼는 괴리를 이 작품을 통해 융해시키고자 한다. ● 그의 작업은 삶의 모든 것들이 고산대의 오랜 지층처럼 한켠에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듯이 우리의 의식에서 하나씩 되살아나 과거는 현재가 되고, 현실은 환영과 같이 느껴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처럼 가상과 실재, 안과 밖, 거짓과 진실.....이라는 이분법적인 패러다임에 의문을 던지며 우리의 사고 체계를 형성시킨 그 내밀한 침묵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 조관용

Vol.20010328a | 황성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