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사진, 사진같은 그림

전민수 사진展   2001_0402 ▶︎ 2001_0421

전민수_그림사진_젤라틴 실버 프린트_11×14inch_2000

갤러리1019 서울 노원구 상계5동 156-94번지 2층 Tel. 02_957_2000

3번째 개인전을 하게 됐다. 개인전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항상 하는 고민들..."이 작업을 왜하지?" 그러면서도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내가 좋으니까..." 요번 전시회에 특별한 의미를 두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좋아서 하는 작업들, 여태것 해온 작업들을 한번 펼쳐놓고 내 자신이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 전민수

사진 평론가 최건수와 작가 전민수의 대화

(전략) ● _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작업의 주관심은 자화상이었지요? 그런데 학창시절과 지금은 작업이 사뭇 다른 것 같은데 짚어볼까요? ● _자화상이란 나에 대한 관심, 나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작가들이 즐겨 다룬 소재이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초기에는 기법적으로 회화의 입장에서 사진을 많이 채용했고, 내용적으로는 작품 속에 가능한 많은 의미를 담아보려 했습니다. 예컨대 수학공식이나 도형을 배경으로 조각난 나의 신체 일부를 질서 없이 꼴라쥬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분열된 의식 같은 것을 과장된 형태로 보여주려 한 것이지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제가 제 자신을 상당히 감추면서(그것은 자화상이 아니다)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겠더군요. 마치 타인이 읽을 것을 가상하고 일기를 쓰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만큼 제 작업에 진실성이 없어지고 많은 부분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되면서 위선된 무거움들을 털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최광호 선생님을 만나고 난 후의 작업들일 것입니다. ● _그 특징들을 살펴볼까요? ● _우선 '즐거움'과 '가벼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처럼 뭔가 있는 것같은, 또는 그것을 담아내려는 억압적인 상태에서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거울 앞에서 취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 또는 영화에서 본 어떤 장면이 우연히 떠오를 때, 길거리에서 스쳐가다 본 것이 기억날 때와 같이 우연성에서 만나는 '즐거움'과 '가벼움'같은 것이 제 작업의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 모두가 엄숙하고 무거워야하고 많은 담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_사진을 보면 장난기가 넘치면서 만화적이고 동화적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겠군요. ● _궁극적으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예술, 재미있는 예술이 목표입니다. 만화, 글,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통합되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각종 팬시용품이나 쇼핑백에 제 작업이 들어가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기분 좋은 일 아닐까요? ● _학창시절의 작업은 회화 속에 사진을 채용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것은 적극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그 위에 드로잉을 추가하는 것으로 방법이 바뀐 것 같은데... ● _이 작업들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재료 외에는 아무 것도 사용한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분명히 사진이죠. 그런데 작업 중에 느낀 것이지만 제가 회화 전공이어서 그런지, 사진 이미지는 점점 사라지고 드로잉이 강조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마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무튼 그런 가벼운 드로잉을 암실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지요. ● _그림과 사진의 행복한 결합!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_모든 것이 사진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확대할 필름을 고르고 확대를 하지요. 그리고 인화지 위에 현상될 부분만 붓으로 현상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역시 현상액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입니다. 이후 역시 정지 및 정착과정으로 똑같습니다. 다만 그림을 그리기 용이하게 촬영시에 검은 배경을 썼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사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_최근의 시퀀스 작업은 새로운 발상 같아요. 마치 신문의 4단 만화같이 스토리가 사진을 따라가면서 읽혀요.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호소력이 느껴집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더 압축된 이야기로 풀어 봐야 할 것 같아요. ● _예, 하나의 사진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요. 그래서 서로 연결되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풀어보려고 한 것이 시퀀스 작업인데 아직은 미숙하고 압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민하면 좋은 작업이 될 것 같아요. 남들이 재미있게 봐 주어야 할 텐데...(후략) ■ 아트무크지 『악』 첫번째 소리, 「그림같은 사진, 사진같은 그림 - 전민수」 중에서 발췌

Vol.20010330a | 전민수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