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욕망의 레이다

손정목 사진·영상전   2001_0403 ▶︎ 2001_0412

손정목_천사의 날개를 뽑다_디지털프린트, 스티커_14.8×10.5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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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1_0403_화요일_05:00pm

갤러리오투(폐관)

고장난 욕망의 레이다 troubled radar of desire展을 위한 Q씨와의 인터뷰

정목_ 인터뷰 처음 해봐요. 떨려라, 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 Q_ 처음엔 다 그래요. ● 정목_ 그래도 못하겠어. ● Q_ 남들 다 못하는 것도 하면서 왜 다들 하는 건 못하겠대? ● 정목_ 쑥스럽잖아요. 아이, 어떻게 말해야 되지? ● Q_ 하고 싶은 얘기 아무 거나 시작해 봐요. ● 정목_ (묵묵부답) ● Q_ 그럼 내가 먼저, 작업의 기본적인 소재는 어떻게 선택하세요? ● 정목_ 내게 오는 대상을 주관적인 해석으로 풀어버리지요. 내 색으로 덮어버리는 거요. ● Q_ 좀 추상적이네요. 어떤 대상이 정목씨를 이끄는데요? ● 정목_ 모든 거요. 난 내 주변을 둘러보는 레이다같아요. 레이다로 사물을 주의깊게 보고, 그것이 적군인지 아군인지를 판단해 보는 거죠. ● Q_ 일상을 감시하는 레이다라. 그것이 정목씨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를 들어본다, 그런 건가요? ● 정목_ 네, 그것이 내게 상처를 주는 지, 아닌지, 또 주로 그렇게 밝은 면이 아닌 측면들을 봐요. ● Q_ 작가의 그런 감성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건가요? 동일감정, 합일의 상태를 원하는? ● 정목_ 그건 몰라요. 하지만 전 과장된 표현은 절제하지요. 왜냐면 거짓이지만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작업을 주로 하니까요. 사진과 비디오는 그런 면에서 효과적이지요. 그걸 철저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 ● Q_ 권력의 문제와 관심이 있는 건가요? ● 정목_ 전 잘 몰라요. 물론 개구리가 날 보면, 내가 절대권력을 지닌 인간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내 작업은 철저히 대상을 바꾸는 것, 눈속임은 아니라는 거예요. ● Q_ 그럼 정목씨 작업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즉 권력을 휘두르는, 눈속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속아넘어가는 현상, 그것이 아님에도 그것이라고 믿게되어 속아넘어가는 현상을 다루는 거네요. ● 정목_ 네, 그정도 수위요. 그게 더 위험한 상황 아닌가요. 적군을 아군으로 파악할 지도 모르는 위험한 레이다. ● Q_ 자신의 상태에 따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 정목_ 네. 알면서도 속을 수 밖에 없는... 어쩌면, 글쎄... 고장난 레이다 아닐까요? 아님, 누구의 레이다인지 모르는 것.. ● Q_ 그럼 지난 번 개인전 '예술은 부록이다'에서 보여주었던 작품은 권력의 문제보다는 욕망의 문제에 더 가까울 수 있겠네요. 황록주씨가 그 두 부분에 대해 지적했던 것 같은데요. 고장난 욕망의 레이다라.. 다음 전시 제목은 '고장난 욕망의 레이다'라고 하면 되겠네. 적군 아군 구별 못하는 레이다. 예쁘면 내 편, 잘 생기면 내 편. ● 정목_ 섹시하면 다 내 편. ● Q_ 하하, 그런 면에서 사진과 비디오는 좋은 매체가 될 수 있겠네요. 흔히들 사진과 비디오를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으로 파악해서 권력의 문제와 연결시키는데, 정목씨의 사진과 비디오는 한 사람, 한 인간이 무언가와 만나게 될 때, 존재하는 진실과는 상관없는 주관적인 판단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되고, 그에 따라 거짓, 엄연한 거짓을 믿게 되는 사실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 거군요. ● 정목_ 그런 측면이 있죠. 하지만, 뭔가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는 건 아니예요. 난 믿고 싶은 것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에 나 또한 관람객이 되는 거니까요. ● Q_ 그래서 어느 순간 관객은 작가의 존재를 잊게 되는 것? 사라지고 싶은 욕망인가요? ● 정목_ 그럴 수도 있죠. ● Q_ 「정체불명unidentified/unfixed」이라는 작품이 지금까지 얘기한 부분들을 잘 얘기해주는 것 같네요, 그렇게 읽어도 괜찮을까요? ● 정목_ 그거야 보는 사람 맘이죠. 난 사라지고 싶은 거니까.. 농담이구요, 「정체불명」은 시간차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달라지는데, 이건 레이다에 감지되는 대상들이 달라지면서 그것을 보는 우리는 그 대상이 확연하게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되는,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갈등하게 되는 상황을 말해주지요. 그러다 보면 이 혼란의 상황은 어느새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레이다라는 녀석까지도 의심하게 되는 사태로 옮겨가게 됩니다.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은 곧 죽어도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어느 순간 그 정체성(停滯性)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지요.

손정목_pain_단채널 비디오 영상_00:08:20_1999

Q_ 영상 작업 얘기 좀 해주실래요? ● 정목_ 제목은 pain. 이 작업은 과장된 연기 없이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는 거예요. 조금 지리한 느낌마저 주는 의식적인 기침이 연속적으로 반복돼요. 의식적인 기침을 반복하는 중성적인 인간의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어요. 지나가는 사람과 그가 처한 환경은 계속 변하지만 그는 의식적으로 계속 기침을 해요. 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부의 고통이 표출된다기 보다는 어느 상황에서나 그가 레이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기침은 경보이지요. 어떤 상황인지를 인지하면서 담담하게 기계적으로 경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비디오를 보게 되는 관객도 그 레이다의 주변에 배치된 환경일 거예요. ● Q_ 주체의 정체성이 흩어지는 순간들이로군요. ● 정목_ 결국 주主와 객客에 대한 이야기죠. 그리고 이것도 크게는 부록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Q_ 욕심이 없는 작가라고 해야 하나? ● 정목_ 너무 많은 작가죠. ● Q_ 인터뷰 잘 하시네요, 뭐. ● 정목_ 제 말이 좀 글이랑 안 친해서... 많이 고쳐주세요.

Vol.20010401a | 손정목 사진·영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