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도시들

정소영 사진展   2001_0410 ▶︎ 2001_0416

정소영_흔들리는 도시들_컬러인화_2001

갤러리오투(폐관)

모조의 세계 ● 정소영의 「흔들리는 도시」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해 1월「시간의 문」이후 일년만의 개인전이다. 그 때 나는 그녀의 데뷔 사진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썼다. 내일의 작업에 호기심을 갖는다고도 했다. 그 답은 신속하게 왔다. 사진가의 재능과 정신이 얼마나 성장했나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뿌려지는 사진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다. 인화지에서 픽셀로 옮겨지고 클릭을 통해서 검토하는 새로운 감상법. 사이버 공간 속을 부유하는 이미지는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 첫 번 개인전의 무대가 흔히 볼 수 있는'놀이 공원'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압구정, 대학로, 명동, 종로 같은 젊은이들의 대표적 소비지역이 그 무대이다. 사진가의 시선은 쇼 윈도우, 포스터, 간판의 네온사인, 현란한 주점의 출입구에 머물러 있다. 이와 같은 대상들은 많은 사진가들이 오랫동안 즐겨 찍어 왔던 것들이다. 낯익은 소재가 가지고 있는 위험 부담을 가지고 사진가는 밤길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 「시간의 문」이 우리 시선의 초점이 벗어난 지점을 보여 주었다면 「흔들리는 도시」는 우리가 본 것을 다시 보여 주고 있다. 즉 대상들이 사진가의 시각을 통해서 재구성되고 의미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익명의 제작자에 의해서 시각적인 힘을 얻고 있는 대상을 채집하고 있는 것이다. ● 낯익음에 대한 관심의 결핍을 사진가가 알고 있었다면 극복하는 방법도 알고 있을 터이다. 그것은'밤'이라는 촬영 조건과 상징성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가로수에 달린 아름다운 나뭇잎과 하늘에 떠도는 흰 구름도, 건물의 창틀에서 쉬고있는 비둘기도 어둠이라는 커튼 뒤로 물러나 앉는다. 밤의 실루엣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시에 앗아가 버리고 불모성만 무성하게 배양한다. ● 하늘의 빛이 물러간 곳에 사람들은 빈약한 등불을 매단다. 그 불임의 빛은 모든 것을 차단시키고 '네'가 볼 것만을 보라고 요구한다. 그 볼거리가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다.'참'의 세계를 가로막고 이것만 보라고 말하는 세계는 욕망으로 가득 찬 모조의 세계이다. 거짓이 현실을 대체하고, 아폴로의 세계로부터 유리 될 때, 우리는 중심으로부터 심한 일탈을 느끼고 중심은 베일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마음과 행동 양식들로 채워진다. ● 시뮬라크르 세계의 특징은 인간이 유아기를 지나 사회적 존재로 편입되면서 마음 속의 도덕률 또는 사회가 금기시하는 모든 욕망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충동질을 한다. 낮 동안 억압되고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는 은밀한 쾌락들이 어둠을 틈타서 게릴라처럼 출몰한다. 쇼 윈도우의 화려함과 현란한 네온사인과 은폐된 관능을 자극하는 비즈니스 클럽의 지하 입구는 시뮬라크르의 대표적인 기호 아니겠는가? ● 정소영은 밤의 도움으로 무섭게 번창하고 있는 그 거짓된 세계의 욕망들을 사진기에 조밀하게 담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녀의 싸구려 장난감 사진기(Holga)를 통해서 그 모조 세계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 최건수

Vol.20010407a | 정소영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