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e & Transformation

김선회 사진展   2001_0418 ▶︎ 2001_0424

김선회_Trace & Transformation_흑백인화_20×24inch_2000

초대일시_2001_0418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보이는 길과 숨겨진 길 ● 사진은 그 모든 것이 기계적이고 화학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인물과 순간 그리고 장소를 결정하는 사진적 선택은 절대적으로 임의적이다. 그래서 사진적 행위는 역설적으로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진적 기계는 그 작동에 있어 빛과 감광도를 고려해야 하고 사용 규칙을 준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 단위 이하로 찍히는 순간에는 놀랄만한 주관적 자유를 준다. 바로 여기에 사진은 예술적 도구로서 작가에게 감각적인 쾌감을 준다. ●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보이는 세계에서 시각적으로 보다 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혹은 자기 과시적이고 장관적인 어떤"새롭고 특이한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이 보인다. 마치 "그것은 너가 보지 못 했던 것 그리고 더 이상 보지 못 하고 또 앞으로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복사적 재현에 있어 흔히 사진가는 그의 필름에 예외적인 것, 드문 것, 예견치 않은 것,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기적적인 순간과 같은 결코 재현되지 않을 사건을 포착한다. 더욱이 사진가는 "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잡기 위해 그 곳에 그 자리에 또한 그 순간에 있었다고 믿고 또 그렇게 우리를 믿게 한다. 그래서 좋은 사진은 사진가가 계속 숨어서 지키는 "좋은 만남"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보여주는 사진이다. 그러나 보여주는 사진은 사실상 결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좋은 사진은 가장 평범하게 시행된 지극히 진부한 사진 말하자면 닮음의 극단적인 평범성 이면에 숨겨진 사진일 수 있다. ● 여기서 보여지는 작가의 풍경 사진은 시각적인 방법으로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 숲 속의 길들이다. 사람의 인기척이 있는 길,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혹은 거의 사라진 길. 정확히 말해 그것은 우리를 멍하게 하는 평범성 그 자체 이외 아무 것도 아니다 - 어딜 가도 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숲 속의 그 진짜 평범한 길. 전혀 사진적 대상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이 길들은 의미적으로 인생의 어떤 상징적인 길도 아니고 전혀 우리에게 문학적으로 시적 환기도 제공하지 않는다. 더욱이 오늘날 흔히 예술을 위한 의도적인 반-미학적인 평범도 아니며 이상화되고 찬양 받는 평범 예찬도 아니다. 물론 사진은 의도적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이러한 극단적인 평범 앞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 작가가 본 것은 흔히 우리들이 전혀 의심하지 않는 익숙과 진부에 대한 개념적인 의문이다. 이때 작가의 시선은 의심할 바 없이 현재의 시간성을 넘는 문턱에서 전혀 예견치 않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이상함"을 들추어내고 있다. ● 어원학적으로 "저속한 것(triviality)"은 교차로 즉 보다 정확히 말해 라틴어로 세 갈래 길을 의미하는 "트리비움(trivium)"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근본적으로 그 최초의 생성 즉 이상함으로부터 진부로의 진화적 운명에 놓이는 대상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그 무엇보다 길은 쉽게 친숙하게 되고 또한 이보다 더 저속하고 평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처럼 길과 교차로는 진부와 평범에 대한 상징적인 자리가 된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다 정확히 프로이드적인 의미로 볼 때, 친숙한 것(heimlich)과 오싹하고 불안한 것(unheimlich)은 사실상 그 언어학적인 구조와는 달리 순수한 반의어가 아니다 : "친숙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와 대립적인 용어로 출발하는 단어인 불안과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끝나는 단어이다. 불안은 결국 일종의 친숙이다. (…) (결과적으로) 불안한 이상함은 오랫동안 알려지고 오랫동안 익숙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싹함이다."그러한 관점에서 사진은 친숙함과 이상함으로 된 이중적인 띠에 있다. 다시 말해 찍혀진 자리에 대하여 내가 알아보는 것(익숙)은 곧 알지 못하는 것(이상함)을 동반하고 역으로 이상한 것은 언제나 진부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 ! 언제나 새로 생기고 또 곧 사라지는 숲 속의 길은 바로 이러한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길 앞에서 우리를 잠시 멍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이상함, 불안함, 멜랑콜리 같은 스쳐 지나가는 감각의 음색(impresssion)이다. 다시 말해 길은 지극히 평범한 풍경인 만큼 이상한 자리가 된다. ● 그와 같이 모든 사물은 언제나 이상함 혹은 특별함으로부터 생성되어 평범으로 진화되고 평범은 또한 진부의 누명 속에서 또 다른 생성을 위해 사라진다(영원회기). 우리의 눈에 진부한 것은 사실상 우리의 바쁜 도시 생활에서 비롯되는 익숙과 오늘날 우리들 삶의 특징을 말하는 반복에 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사진은 진실하다. 결국 작가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사진"은 그 이미지의 빈약한 내용물과 자료적으로 사실상 거의 무의미한 정보, 한 마디로 진부한 재현 이미지로 나타날 때, "숨겨진 사진"은 익숙과 평범이라는 의미의 영역 밖에서 갑자기 뛰쳐나오는 어떤 과도한 의미(무의미, 푼크툼) 속에서 부유(浮流)하는 이미지다. ● 작가가 독백 형식으로 우리에게 던지는 의문은 바로 이러한 평범과 특이함의 풍화적인 순환에 관계하며, 이때 영속하는 그 어떠한 의미도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의 "생성-변전(devenir-forme)"속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출현한 숲 속의 길은 엄청난 비밀을 은닉하고 있다. 마치 도시의 거만한 아스팔트 길과 인간들을 비웃고 있듯이… ■ 이경률

Vol.20010418a | 김선회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