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진 자리

김미혜 회화展   2001_0523 ▶︎ 2001_0605

김미혜_예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1cm_2001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작업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작업의 형성과정에서 토대가 된 것은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차츰차츰 형성된 '세상을 보는 눈'인 듯 하다. 화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유리한 통로인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80년대라는 시대를 가슴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동과 분노가 뒤섞인 시대였다. ● 이 시절을 겪으며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었고 졸업 후 민족미술협의회 산하 노동미술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노동계급과 함께 하는 미술인으로서, 현장을 지원하며 창작활동을 벌였던 노동미술위원회는 걸개작업과 현장전이 주 활동이었다. ● 노조사람들과 그림내용에 대해 앞뒤를 맞춰가며 걸개작업을 하고, 노동현장과의 연계를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이 노동자의 삶에 다시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장전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자 했다. 열정을 가지고 했던 이러한 경험은 민중의 현실을 좀더 가까이 알고, 나를 살찌우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이 나의 작업 속에 얼마나 녹아 있었을까? 노동미술의 내용과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갈등하고 있었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면 으레 고민하는 조화로운 내용과 형식의 결합 앞에서 허우적거렸다. 노동미술의 내용을 만들어나가는 작가의 삶은 노동자의 삶과 함께 해야한다는 의식과, 이렇게만 노동미술을 바라보는 것이 협소하고 성급한 시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교차되었다. ●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 속에는 80년대 미술운동과정에서 생겨난,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노동미술, 농민미술, 생활미술 등의 명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일 수 있다. 이런 이름들에 앞서 나의 내용을 확고히 하는 것, 그것을 다져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일 텐데 말이다. 어찌 됐건 그간의 활동과 경험, 고민은 나의 그림 세계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고 이번 작품도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준비되었다. ■ 김미혜

Vol.20010602a | 김미혜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