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 표류하다

이가경 판화展   2001_0622 ▶︎ 2001_0629

이가경_가경, 표류하다 시리즈 중_부식 동판화_22×30cm_2001

초대일시_2001_0622_금요일_05:00pm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5번지 Tel. 02_758_3494

지난 가을, 우연한 기회로 중국 베이징에서 몽고 울란바라트까지 무려 30시간 정도 걸리는 몽고행 기차를 탔다. 이름 모를 역들과 사막,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붉은 땅과 지평선 위로 서 있는 전봇대들, 아주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 ● 그리고 울란바라트에 도착해서 다시 고비사막 쪽으로 여행했다. 그곳은 지구가 아니었다. 성스럽기까지 하고 계속 불어오는 바람과 돌과 흙만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 유목민이라 불리는 그들은 땅과 함께 숨쉬고 달리고 있었다. ● 그들은 반드시 이주민들처럼 이동해 다니는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동하지 않는다. 유목민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며, 정착한 사람들의 코드들을 지속적으로 벗어나는 이들이다. ● '사회적으로 안정된 코드를 자의든 타의든 간에 지속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어쩌면 그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표류"(아무 목적 없이 돌아다님)를 주제로 동판화와 슬라이드 쇼를 통해 "일상에서 표류하는 갖가지 방법"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가경_14:30 in an Airport_부식 동판화_60×90cm_2001

"가경, 표류하다" 를 제목으로 하는 이 전시는 드라이포인트와 에칭, 아쿼틴트 등 주로 동판화의 판법과 아울러 슬라이드 쇼를 통해 짧은 이야기를 만든다. 첫 번째 개인전 "일상"전에서 종이 인형이나 허수아비를 닮은 비정형의 왜곡된 인체 표현으로써 일상에 지친 무기력한 동시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것을 이어서 이번 전시에서는 몽고의 황량한 사막을 사회의 변두리로 상징화시키고, 거기서 부유하고 있는 일상을 "표류"에 비유해서 표류하는 갖가지 방법과 행위를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게 다룬다. ■ 이가경

Vol.20010618a | 이가경 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