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나의 노래

책임기획_김혜경   2001_0709 ▶︎ 2001_0729

아타김_Museum Project #133_컬러인화_100×120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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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강용면_강홍구_김종구_노상균_아타김_양주혜_육근병 이순종_임영길_정동암_코디최_홍명섭_홍승혜_황인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8

디지털 꿈과 아날로그 욕망 사이에서 ● 정보혁명의 눈부신 진전은 우리네 삶의 방식은 물론이요, 예술생산과 소비의 형태에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에 나날이 정교해져가는 디지털 방식의 이기(利器)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어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유토피아를 창조할 것이라고 믿는 반면, 어떤 이들은 권력에 의한 인간통제와 사이버 중독에 의한 전통적 인간관계 단절의 부작용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미술현장에서도 디지털은 이제 특별하다거나 새로운 매체로 인정받지 못할 만큼 보편적인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밀어내고 미술계의 주류를 이루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일까?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의 미술이 지닌 인간적, 예술적 장점들을 미술계가 쉽게 포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날로그 예술을 디지털 예술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폄하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한 단정이며, 오히려 디지털 세상에 대한 맹목적 환상을 드러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미술 또한 단순한 신기술의 제시가 아닌 인문학적 맥락 안에서의 의미생산, 곧 인간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포괄하는 기존의 문법 안에서 새로운 개념의 예술적 문맥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발전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양주혜_Laminated Glass_200×1500×1400cm_2000

이번에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기획하고 주관한 "디아나의 노래"전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이해, 혹은 공유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다. "디아나(DiAna)"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이면서 동시에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달과 사냥, 그리고 출산을 담당하는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달은 사이버스페이스의 비현실 세계, 곧 꿈의 세계를 은유하고 사냥과 출산은 현실의 삶과 욕망을 은유한다. 만질 수 없는 꿈속 이미지, 점들의 상호조합을 통한 정보의 변형과 가공, 분명한 단절을 통해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가짜.... 이 모든 것들은 달빛의 희뿌연 입자들처럼 파리하고 불건강한 마력으로 우리의 감각을 끌어당긴다. 반면 계량적이고 연속적인 형태를 지닌 구체적 오브제들, 물질과의 대응에서 빚어지는 육질의 작업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땅을 밟고 사는 우리네 삶의 과정처럼 모호하면서도 강력하게 현실을 드러낸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사랑하는 디아나처럼 우리 모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어느 한 편의 방식만으로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하늘의 달과 땅의 열매를 동시에 따게 된 오늘의 현실이야말로 디아나의 세상이요, 축복이며, 동시에 저주가 된다.

홍명섭_冬蟲夏草_인조모피,부엽토,식물,물,설치_2001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에 관련되어있다. 디지털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창출하였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전통을 고수한다거나, 디지털 이미지를 모방하였으되 아날로그 과정과 질료를 활용하여 이를 구체화시키는 작업들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컴퓨터 작업을 거친 뒤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은 보다 진일보된 디지털 과정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프로그래밍 과정 자체를 예술작업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업이 있는데, 작가가 곧 프로그래머가 되는 이 과정이야말로 순수한 디지털과정의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과정과 전혀 관련 없는 순수 아날로그 작업도 이 전시회에 등장한다. 예술의 영역에서 아날로그는 오히려 디지털 세상이 야기할 지 모르는 부정적 측면에 대한 경계와 반작용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매체로 존속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황인기_27kg짜리 윤두서와 33kg짜리 윤두서_스테인레스판 위에 실리콘_200×200cm_2001

한편 이 전시회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중간 세대인 4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그 경계론적인 성격을 더욱 강화한다. 매체간, 세대간의 모호한 경계지역을 확대, 제시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인위적, 배타적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고자 하는 의도가 메타포의 형태로 숨어있다. 특히 최근의 한국 상황은 신세대문화의 급격한 성장으로 역량 있는 40대 작가마저 급격히 과거로 밀어내고 소외시키는 부정적 경향을 노정시키고있다. 이 땅에서 허물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나이의 장벽일 것이다. 과거에는 어른이 어린애를 소외시켰지만 요즘은 어린애가 어른을 소외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진정한 안티에이지즘(anti-ageism)으로 가는 과도기의 전시로서 이와 같은 40대 중심의 전시회가 이 시점에 유효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나이를 기준으로 전시회를 엮기보다 나이를 초월하여 작품만이 선정의 기준이 되는 열린 전시로 나아가는 것, 나아가 세대간의 대화를 적극 중재하는 형태의 전시로 발전시켜 가는 것이 올해 처음 시도된 이 연례적 프로젝트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김혜경

Vol.20010713a | 디아나의 노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