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림에 대해 말해 주겠니?

살아있는 그림으로 창의력 기르기   신현경 지음

저자_신현경∥쪽수_271쪽∥가격_15,000원∥발행일_2001_0715 판형_46배판∥ISBN_89-7278-812-0 03600∥청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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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미술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 대학졸업을 코앞에 두고 결혼했을 때, 나는 나의 미술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한줄기 빛이 되리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 그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첫아이가 한 살이 되던 해, 우연히 마주친 고교시절 선생님 덕분으로 계원예고에서 동양화를 가르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배워왔던 교육방식을 답습하며 1년여를 지내다 보니 가르치는 흥미도 시들해지고 나 자신에게 지치게 되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라며 막연한 갈증만을 느끼던 참에 남편은 유학 제안을 했고, 나는 마치 갇힌 방에서 탈출이라도 하듯 미련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다. ● 그곳에서 나는 통하지 않는 언어 때문에 한동안 바깥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바보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별 수 없이 주로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간신히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가 어느날부터 이웃에 사는 교포 아가씨를 따라 기능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 그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바라만 보기'였다. 그 즈음 문득 한 아이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계원예고에 있을 때 가르쳤던 청각장애 학생이었다. 그때 나는 그 아이를 특별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숙제를 못해오면 책망하며 매를 들었던,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전혀 주지 않았다. 동양화에 꽤 관심이 있었던 그 아이는 결국 그림을 포기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 그런데 시드니의 세라믹 선생님은 말이 안 통하는 나에게 따로 지도를 해주며 여러 가지 보여주기를 시도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동안 지나치듯 보아왔던 주위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보게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오던 나에게 시드니에서의 유학생활이 '남'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었다. ● 그리고 '미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라는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시를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입학시험이라는 경쟁을 전제로 하다보니 자연히 정해진 몇 가지의 조건에 학생들이 '맞추어'지도록 기능적이고 답습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미술은 창의력을 길러준다고 하는데, 이러한 교육여건에서는 아이들의 창조성을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이 당연하다. ● 감성이 풍부하고 가장 예민한 나이에 자신을 표현할 줄도 모른 채 학교와 집에서 하라는 것만 하게 되는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석고상만 무수하게 그리며 화실과 학교만 왔다갔다 하다 보면 살아있는 삶은 어느새 아득해져서 노예처럼 반복되는 일상으로 창의성은 죽어가고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굳이 유희본능설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창조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는 인간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즐거움을 표현할 욕구조차 억압받고 있는 셈이다. ● 나는 내가 받았던 미술교육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아니, 거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참으로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년시절에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친구에게 보여줄 만화를 그릴 때처럼 나는 다시 미술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 그리고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교 내쉬갤러리에서 '다시 쓰여진 나의 그림일기'라는 제목으로 졸업전시회를 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 나는 이제 내 삶속으로 다시 들어와 내 일부가 된 미술에 대해 이야기를 엮어가고자 한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미술 이야기, 그것은 어찌보면 내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신현경

Vol.20010715a | 너의 그림에 대해 말해 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