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미술의 숨결

남도미술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길잡이   조인호 지음

저자_조인호∥쪽수_335∥가격_12,000원∥발행일_2001_0929 판형_225×155mm∥ISBN_89-88812-13-1 03600∥도서출판 다지리 Tel. 02_336_2075

이른바 상위문화라 일컬어지는 예술, 종교, 철학도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상적인 것이나 물리적인 세계에 뿌리를 두고 보다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해 나가기 때문이다. 자칫 뜨내기 유행을 따라 생멸을 거듭할 뿐인 덧없는 삶이 이런 정신적 여과와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생명력과 영속성을 얻게 되고, 씨알이 굵은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다. 사실 사람살이의 진솔한 일상은 물론 현상과 그 이면을 통찰하고자 하는 가치지향의 문화활동을 상위다 하위다 하는 식으로 위계를 나눌 수는 없다.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이지적 사유는 철학이 되고, 현세와 미지에 대한 진한 애정과 간절한 소망이 신앙으로, 미적 감성과 진솔한 삶의 향기는 예술로 나타나지 않는가. ● 고전적 의미로 '예(藝)'란 인간다운 자아완성을 지향해 온 정신활동의 표현이자 그 추구과정을 말한다. 말하자면 '예'는 곧 최상의 '아름다움(美)'이며, 그에 이르는 길 또는 그 궁극적 가치로서 '도(道)'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참다움(眞)'과 '올바름(善)'의 일체로서 '미'와, 인간의 궁극적 이상가치를 향한 길이자 방법이면서 그 지향점으로서 '도'가 한데 어우러진 개념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예'가 정신의 깨달음, 회귀처, 무한으로의 탈속이라는 '도'와 근본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가 이상적 가치의 실현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적 가치 외에 실천력으로서 '술(術)' 또는 '테크네(techne)'의 의미를 결합시켜 '예술(藝術)'이라 일컫게 되었지만 '느낌'과 '생각'과 '솜씨'의 균형은 인간 예술활동의 근본이 되고 있다. ● 그러나 지금의 현대사회는 이 고전적 정신 공간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새롭고 감각적이고 강렬한 것을 좇아 고속질주하는 이 시대에 묵은 내를 풍기는 고전적 개념들은 거의 시의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서구미술의 움직임이 현대성의 잣대로 당연시되어 오는 동안 끊임없는 전위, 해체, 실험 그리고 그 추종들만이 전염병처럼 확산되어 왔으며, 문화적 시각차도 너무 많이 벌어진 게 사실이다. 서구로부터 이식된 현대문화의 큰 흐름이 주체와 타자를 분간할 수 없는 혼성문화의 형태로 일반화된 마당에 그 변종들이 틈의 미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또한 두드러진 현상이다. 하기야 동양 정신철학의 고전인 노장의 가르침에서 혼돈이야말로 새로운 생성과 창조의 모태라 했지만 말이다. ● 이 책은 선사시대 이래로 이 땅에 터를 잡아 생명을 이어오는 동안, 혼을 사르고 역사로 엮어 표정을 만들어 온 사람살이의 자취와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온 남도인들의 예술적 자취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남도(광주·전남) 지역 미술문화 저변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큰 맥과 그 전통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통시적으로 살펴보는 데 뜻을 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삶과 문화의 근본인 선사미술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 뒤 여러 시대들의 호흡과 표정을 담아 후대로 이어지는 혈류 같은 미술의 맥을 짚어나갔다. ● 물론 한 지역의, 그것도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미술사이지만 이야기는 결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남도미술의 큰 흐름으로 언급하고 있는 유가(儒家)의 덕목과 도가(道家)의 사상은 한국인 모두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존재와 일상의 삶 자체가 작은 소우주였던 한국인에게 낱낱의 사람살이는 곧 문화이고 예술이고 구도(求道)이지 않는가. ● 한국인, 특히 남도인의 의식 바탕에는 본향에 대한 회귀본성이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사는 것 자체가 자연이고 그래서 인위적인 것을 멀리하면서 자연본성에 귀의하고자 하는 미적 표현활동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의 가치개념과 문화환경들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요즘, 옛 선인들이 남겨 놓은 '예향'이라는 거름기가 서서히 다해가고 있고, 그 문화간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한 자기진단이 필요한 때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 지역의 미술문화 전통과 거기에 담긴 삶의 의미 그리고 지역정서의 밑바탕에 흐르는 큰 맥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역문화 개발논리나 표본화 작업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일반의 높아져 가는 관심과 참여 그리고 삶의 근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흐름을 같이 하는 일일 것이다. ■ 도서출판 다지리

목차 1부 남도의 전통문화와 미술 1. 스러져 이 땅의 넋이 된 선사인의 삶과 문화 2. 환생과 탈속의 멋, 고대 도자문화 3. 부처가 된 이 땅의 사람들 4. 전통신앙과 공동체문화, 민속조형물 5.만유상생의 자연주의 미학

2부 전통의 맥으로서 호남남화 1. 남도정서의 멋과 흥취의 회화 2. 신문화 신미술 속의 근대 남화 3. 전환기 화단의 변화와 화맥 형성 4. 시대변화 속 청년화단과 전통남화

3부 자연감흥과 현실반영으로서 남도 서양화 1. 남도 서양화단의 형성과 1세대 활동 2. 일본 유학파와 전후 화단 활동 3. 새로운 문화풍토 속의 동인전과 공모전 4. 남도 추상회화와 자연주의 구상회화의 양립·184 5. 미술의 시대의식과 현실참여 6. 신표현과 형상성의 모색 확대

4부 남도조각 50년의 발자취 1. 남도조각의 기본 바탕 2. 남도 현대조각의 터닦기 3. 초창기 청년조각가들의 등단 4. 정착단계의 남도조각 5. 중흥기를 맞은 남도조각 6. 현대조각으로서 활로 모색

5부 남도미술의 오늘, 그 창조적 거듭나기 1. 호남남화, 이제 무엇으로 남는가 2. 남도조각의 거듭나기 3. 인류사회로 향한 문화의 창, 광주비엔날레 4. 상생의 공동체 문화도시로

조인호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였다. 1988년부터 10여 년간 호남대, 전북대, 조선대 등에 출강하면서 진솔한 토박이 삶을 바탕으로 시대변화 속에 유형화되어 나타나는 전통미술과 현대미술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고 『1950년대 한국서양화』, 『1950년대 한국미술평단』, 『광주전남미술문화사 대맥』, 『호남남화의 맥』, 『광주전남조각50년사』 등 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과도기 상황과 민족문화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미술사와 관련한 글쓰기에 힘써왔다. 그리고 이러한 뜻을 함께 나누기 위해 1994년부터 현재까지 문화답사모임 '한뫼들'을 이끌고 있고, 1995년부터 2년 동안 매주 '수요미술강좌'를 진행한 바 있으며, 1996년부터는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팀장을 거쳐 현재 기획홍보팀장을 맡고 있다.

Vol.20010822a | 남도미술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