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material 탈-물질

김종구_김창겸_박은선展   2001_0906 ▶ 2001_0917

김종구_대동여지도_쇠가루,cc카메라, 스크린, 빔프로젝트_280×380×320cm_2001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회화의 물질적 구성요소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제껏 미술의 장르를 대표하던 물감이나 돌, 철 등 물성적 재료들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소리나 빛 등 빗물질적이고 가변적인 요소가 회화의 중심영역으로 진입했다. 이번 기획전에서 post-material탈물질이란 단어는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순수히 회화의 빗물질적 재료를 지칭하는 말로서의 탈물질이고, 두번째는 이로 인한 이미지의 무한변조가 가능하며, 원작과 복사가 완전히 일치하는 디지털 세계의 일상성을 대변하는 키워드로서의 탈물질이다. ● 회화의 유일성에 근거한 아우라를 파괴하고 모더니즘의 자유성, 자치권, 순수성을 공격한 점은 20세기 아방가르드와 동일하다. 그러나 탈물질화된 회화는 전통적 회화의 물질적 구성요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여타 아방가르드역사와 구분된다. 뒤샹이나 워홀, 포스트 모던니스트들은 모두 물감이나 설치물 등 물질적 구성요소에 의지한 재현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빛이나 소리 디지털 약호 등 비물질적 요소를 작품속으로 끌어들인 지금의 상황과 확연히 다르다. 이제 회화의 이러한 물질적 전제 요소와의 연관관계가 끊어진 이미지들은 압도적인 생생함과 강렬함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디지털화된 코드나 빛, 소리 역시 물질의 한 존재방식이다.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post의 의미는 그성이 '후기'라고 번역되든 '탈'이라고 번역되든 전자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다만 '后'가 연속성에 무게를 둔다면 '탈'은 이질성을 부각시키기에 적합하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이러한 연속성과 이질성을 공유한 개념으로 '탈'을 사용했다. 비물질주의나 후기물질주의가 풍기는 금욕주의나 정신적 색태를 배제하고 싶기도 했다. ● 전지구적 차원에서 공시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탈물질화된 회화는 엄청난 속도로 순환되는 세계 자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회화의 아우라는 주로 회화의 물성적 유일성에 기인한다. 물성적 유일성에서 일정정도 탈피한 회화양식이 과연 아우라를 파괴하고 예술의 기준을 점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물성적 아우라에서의 탈피가 또다시 세계자본과 테크놀로지에 종속으로 이어지지는 않는가? 하는 의문이 이번 전시가 아닌가 한다. ● 김종구는 20세기 문명의 대표 물질인 철을 사용했다. 그는 밀페된 방에서 295kg의 쇠덩이를 하루 5시간씩 27일간에 걸쳐 그라인더로 갈아내어 물성을 극소화시키고, 실용성을 제거해 버린다. 작가는 이것을 '거대한 존재와 대면'이며 '물질과의 출돌'이라고 묘사한다. 쓸어모아진 쇳가루들은 모여 산이 되고 강이 되고 글씨가 된다. 그는 이것을 다시 수평시점에서 cc카메라에 담는다. 이제 거대한 물성적 쇠기둥은 '모니터 화면에 옮겨져 고요하고 신비한 심상의 풍경, 가상의 자연이되며, 나에게 내재된 미시적 환상의 세계로 변모한다.'

박은선_평면적이며 연속적인_벽면에 혼합재료_315×505cm_2000

박은선은 라인 테잎 작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다. 그녀는 텅빈 벽면에 띠 테잎을 붙여서 공간과 존재에 대한 애기를 건낸다. 그의 작업은 텅빈 벽면에 테잎을 붙여 공간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과, 오랜 작업후 완성된 작업과, 다시 진행되는 테잎의 제거 작업을 통해 조금씩 인조적 공간이 파괴되며 텅빈 벽면으로 돌아가는. '창조'와 이의 '유지' 그리고 '파괴'라는 세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시 공간성과 함계 생노병사를 거치는 유기적 존재이다. 가시적 물성과 비가시적 존재는 그의 작업 공간 안에서는 한몸이다.

김창겸_편지_비디오 설치_00:06:00_2000

김창겸은 물성과 이미지의 극적 대립을 부추긴다. 예를들어 '편지'에서는 석고로 뜬 사진첩과 음료수 캔 위에 무수히 다른 이미지들이 투사된다. 한순간에 코카콜라는 칠성사이다로 돌변하고 사진첩의 옛 사진은 또다른 사진으로 변한다. 빔 프로젝터로 투사되는 이미지는 어떠한 물질적 연결고리와도 끊어진 체 낮은 소리로 웅얼거리며 공간 속을 부유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신이 믿는 진리에 대해 결코 회의하지 않고, 물성적 유일성을 숭배하며, 엄숙하고 심각한 얼굴로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폭력자이다.' ■ 윤재갑

Vol.20010902a | 탈물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