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부드러움이 강함을 가로지른다   2001_0913 ▶ 2001_1025

유재홍_70m의 보고서_나무_180×240×240cm_2001

오프닝 리셉션_손정은의 디너파티_먹기&죽기 2001_0913_목요일_06:30pm

참여작가 고예실_김희경_손정은_신미경_유재흥_조성묵_함연주_황혜선

포스코 미술관 서울 강남구 대치4동 892번지 포스코센터 서관 2층 Tel. 02_3457_1665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분명 작금의 문화적 현상에 대한 사유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디지털 정보 혁명에 의한 현란한 이미지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정보 기술 산업을 매개로 한 문화 예술 영역도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확성과 민첩성을 담보로 하여 디지털은 우리 생활 안으로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데 그러한 스피드와 「진짜 가짜」가「진짜」처럼 믿기우는 그런 세계가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조금은 차분하고 진지하고 섬세한 정서가 있는 세계를 다시금 내부로부터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외유내강-부드러움이 강함을 가로지른다』展 은 그와 같은 섬세한 정서를 부드러운 조각의 세계로 펼쳐보이고 있다. ●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고예실, 손정은, 유재흥, 조성묵, 김희경, 신미경, 황혜선, 함연주는 '부드러운 조각'이라는 시각적이거나 촉각적인 부드러움의 특성을 지닌 이들로 기획자에 의해 초대되었다. 이들의 공통적 감수성이라면 바로 정신과 이성과 같은 무게와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점이며, 작업태도나 형식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개념이나 물성 그 자체만을 고집하지 않고 철저한 의도와 테크닉에 의한 구체적인 형상을 제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와 함께 내용적 측면에서 보자면, 리틀 내러티브(Little Narratives), 즉 작가의 내면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작은 얘기거리들이 작지만 커다랗게 보여진다. ● 부드러운 조각을 통해 작가들은 구체적으로 '유년시절의 기억과 자신의 정체성', 자신과 친숙한 사물의 '물질적 속성으로부터 현상이라는 표현 영역의 확장', '기존 평면과 입체의 고정된 관계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바로크적 감수성으로 육체와 음식을 매개로 한 삶과 죽음의 이중적 상징 등의 관심사를 얘기한다.

김희경_니트화장대_털실, 바이어스_200×160×140cm_2000

삶과 죽음이 한곳에 있는 우리의 신체를 형상화한 작업으로, 「먹기 & 죽기」라는 디너 파티로 전시의 개막을 알리게 될 작가는 손정은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상기시키는 색채와 형상의 갖가지 요리들이 테이블 위를 차지하고 작가의 의도대로 우리는 그것을 즐기게 될 것이다. 이 개막 퍼포먼스 작업과 더불어 전시를 구성하고있는 작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작업을 보면, 김희경은 수건으로 만든 하얀 화장실과 뜨개질로 완성된 빨간 화장대를 통해 자신만의 은밀한 소통 공간을 보여주고 있으며, 유재흥은 미송의 결을 그대로 살린 흰 두루마리 화장지의 형상을 재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체온을 담고 있는 심리적 대체물이다. 신미경은 비누로 서양의 조각상을 원본으로 하여 모작하여 병치시키는 작업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은 '모델'과 '시리즈'로 인해 문화적 정체성의 번역과 옮기기의 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친숙한 사물의 '물질적 속성으로부터 현상이라는 표현 영역의 확장에는 「메신저」시리즈로 잘 알려진 조성묵이 「커뮤니케이션」이란 명제로 국수작업을 보여준다. 국수와 앞이 보이지 않는 철재 안경의 관계는 이질적인 속성의 재료로 예기치 못한 형상을 재현함으로써 소통의 부재와 등돌림을 전하고 있다. 한편 함연주는 머리카락 큐브를 보여주는데, 자신의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재료로 하여 신체로부터 이탈하여 다른 공간을 점유하고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궁극적으로 사물과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엿보게 한다. 이들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섬세하게 선보이는 이들이 고예실과 황혜선이다. 고예실은 평면과 입체의 관계의 고정적 관계로부터 탈피하여 동화책이라는 문자언어와 시각언어가 교차하는 소재를 문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그림 형상으로 표현한다. 맑은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채와 왜곡되거나 전치된 내용의 형상을 보여주는 시각적 부드러움이 드러나는 작업을 한다. 황혜선은 관계와 소통에 관한 작업으로 회화의 조각화 혹은 조각적 드로잉을 시도한다. 스틸 라이프, 흔히 정물(화)라 얘기되는 바로 그 명칭으로 캔바스 천과 나무틀을 이용하여 받침대와 조각을 완성한 작업은 회화의 조각화이며, 지우개로 드로잉을 지운 후 남은 찌꺼기로 전혀 다른 드로잉을 만들어 냄으로써 조각적 드로잉을 보여준다. 본래의 쓰임과 일반적인 소통의 맥락을 전환시키는 신선한 비틀림같은 재치와 사유가 드러난다. ● 이번 전시는 이러한 다양한 관심사들을 포스트의 공통적 감수성으로 제시하면서 감각적으로는 부드러움을 작가들의 섬세한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기획된 것이다. ■ 포스코 미술관

Vol.20010909a | 외유내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