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에 울리는 묵직한 경종

Christo & Jeanne-Claude展   2001_0908 ▶ 2001_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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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그로피우스 바우(Martin Gropius Bau), 베를린 신베를린미술협회(NBK), 베를린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크리스토(Christo)와 잔느 클로드(Jeanne-Claude)의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전기작업(Early Works 1958~69)'과 '포장된 국회의사당(Wrapped Reichstag 1971~95)'이라는 두 개의 주제 아래 회고전 형식으로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열리고 있고 신베를린미술협회 건물에서는 '문들, 강위에(The Gates, Over the River)'라는 주제 아래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프로젝트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 우선 포츠담 광장에서 가까운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의 1층 왼쪽 홀과 2층을 가득 메우고 있는 크리스토의 '전기작업(Early Works)' 에서는 1958~69년까지 이루어진 420여점의 작품들이 미국, 남미, 호주, 일본과 유럽 등에 있는 39개 박물관들과 129개의 개인 컬렉션들로부터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 여기에서는 크리스토가 1958년부터 64년까지 유럽에서 머물며 작업했던 포장된 일상의 오브제(object)들과 기름통들 그리고 천으로 가린 쇼윈도우와 많은 초창기의 드로잉들을 볼 수 있는데 크리스토라는 한 작가의 작업이 성숙되어지는 과정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다. ● 또한 크리스토와 쟌느 클로드가 뉴욕으로 이사한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공공건물의 쇼윈도우 가리기 작업들과 제4회 카셀 도큐멘타에 설치한 5600제곱미터의 에어패키지(Air Package) 그리고 1968~69년 호주에서 행한 포장된 해변(Wrapped Coast)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적 오브제에서 공공건물 그리고 나아가 자연의 일부로 '포장'이라는 작업의 주요 개념이 확대되는 과정도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모형작품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 다음으로 1층 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포장된 국회의사당(Wrapped Reichstag 1971~95)'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지난 95년 이 역사적 사건을 목도했던 베를린 시민들에게는 특히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타 성격의 이 전시회에서는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가 71년 당시 국회의사당 '포장'을 구상한 시기부터 95년 6월 24일 현실화시키기까지 대장정의 드라마가 펼쳐져 있는데 이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그려진 크리스토의 많은 드로잉들과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이 '포장'을 공식적으로 허가받기 위해 오고간 수많은 편지들 그리고 국회의사당 포장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독일 정치인들의 사진들을 통해 이 이벤트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통해 성사되었는지 절감할 수 있다. ● 또한 200여점이 넘는 '볼프강 폴쯔(Wolfgang Volz)'의 다큐멘타 사진들과 이미 1981년에 제작한 포장된 국회의사당의 축소모형 그리고 95년 당시 포장에 실제로 사용된 천과 밧줄들은 역사적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 한편 위의 전시회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박물관섬( Museum Insel ) 북쪽지역에 있는 신베를린미술협회 건물에서는 '문들(The Gates)'과 '강 위에(Over the River)'라는 현재 추진 중인 두 개의 프로젝트에 관한 구체적인 드로잉과 꼴라쥬들 그리고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흐뭇하게도 이곳의 입장료는 없다!). ● 크리스토와 쟌느 클로드가 1979년 이래로 준비해 온 '문들(The Gates)'이라는 프로젝트는 42km에 이르는 긴 공원길을 가진 뉴욕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에 공원 길넓이를 가진 높이 4.5m짜리 1만1000개의 철문을 지상 2m까지 내려와 나부끼는 선황색 천들과 함께 설치하는 것으로 이 문들이 설치되는 시기는 늦가을 2주간이다. ●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 '강 위에(Over the River)'는 1992년부터 추진 중인 것으로 구뷸구불하고 불규칙한 폭을 가진 콜로라도의 아칸서스강을 따라 수면 위에 수평으로 자유롭게 흔들리는 3 ~7m 길이의 천조각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10.7km에 이르는 이 천들의 행렬은 다리와 암석 그리고 나무와 숲들에 의해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면서 반짝이는 파도처럼 흘러가게 된다. ● 그러나 이 흥미로운 전시회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지형도가 함께 들어가는 크리스토의 독특한 드로잉이 이젠 너무나 형식화 되어버리지 않았나하는 지루함도 약간은 느껴진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는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가 마치 대서사시를 써내려가듯 하나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기나긴 세월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조급하고 경박한 분위기로 치닫기 쉬운 작금의 '현대미술'에 하나의 묵직한 경종을 울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 백종옥

Vol.20010918a |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