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사람에 대한 단상

김유정·이경은 사구귀展   2001_0912 ▶ 2001_09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구귀전 출품작을 볼 수 있습니다.

갤러리 신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3층 Tel. 02_733_7076

아아 나는 잠들었는가, 깨어 있는가 / 누구,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없느냐? /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 1막 4장

사람을 어떤 특성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것은 늘 변화하고 다양한 정서를 일구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이 변화해도 사람과 사람은 교류와 자립을 계속할 것이며 이러한 삶의 지속속에서 사람은 어떤 특성을 보이고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아 주어야 하는지를 익혀야 할 것이다. 몸은 한 사람의 기초적인 집이며, 도구이며, 그 사람의 정체를 드러내는 기본 덩어리이다. ●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몸 전체를 어떤 은유적 상황으로 확대하여 표현함으로써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어 보려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마음의 모습은 말이나 행동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어 한사람의 특성을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전시는 4口귀가 계속 관심을 가졌던 사람에 대한 단상들을 12명으로 제안해서 전시하고자 한다. 사람의 양면성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투명하기도 하고 불투명한 사람의 모습을 12인의 모습으로 지정하여 제작했다. 12인은 열두달의 1년을 의미한다. 1년은 전체를 의미한다. ● 여기서 설명되어지는 12사람은 평범하지만 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늘 불안정하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매여있어야 편안해한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집착을 한다. 그것에 빠지면 그것이 집착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떳떳이 사람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외부자극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노출된 채 그대로 맡겨버린다. 「흔들리는 사람」은 사회의 변화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처한 상황을 표현해보려 한 것으로 자신의 정체를 살피기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는 사람,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고 나약해지는 사람이다. 「음지인」으로 표현된 우산을 쓰고 있는 이는 자신을 좀더 가리고 웅크리는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작은 도구에 의지하며 숨고자하는 도피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면인」에서 사람은 한발을 세상에 내딛고 한발은 아직 내딛지 못한 중간자적인 양상으로 보이기도 하고 기름과 물처럼 이질적인 삶의 부적응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저 부유하듯이 관조적인 사람으로 나타나 보이기도 한다. 「사람감옥」은 나를 가두는 것의 실체는 사람이었음을 표현한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끝없이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은 사람이기에 더욱 무엇인가를 욕망해 왔음을 알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이 감옥이며 나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한 감옥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망사로 만들어지는 「조직인」은 씨실과 날실로 구성되어 여러 망사의 겹으로 이루어진다. 수직 수평의 단순한 구조가 아닌 좀더 복잡해지는 사람의 관계는 조직적으로 짜여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다. 어찌보면 질서있는 그 조직이 결합을 계속하면서 복잡하다못해 그 구조마저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속인인」은 가장 부드러운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하지만 사실 그 속의 모습은 있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우리를 유혹하는 편안한 거짓의 세계이다. 「백색증」, 이 사람을 그려낸 것은 이 지속적인 시간에서 무언가에 집착적으로 살아가는, 그러나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 이미 사람의 모습을 잃은 듯 서늘한 침묵의 세계이다. 늘 흰칠을 해야하는 사람은 그래서 같은 기억의 정지된 모습이다. 계속 자신을 낮추는 「저인」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계속 땅으로 침륜하는 사람, 바닥에 깔려있는 사람으로 사람들이 밟고 다녀도 찍소리를 않는다. 그 무반응이 우리를 더 두렵게 만든다. 가시를 드러내고 자기만을 지키고자하는 「수비인」, 아주 적극적으로 방어중인 사람이다. 「찍찍이」는 스스로 겁내고 있는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자기집착, 자기중독현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달라붙으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 자기혼자서는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중독현상을 표현한다. 「소심인」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늘 그는 엉거주춤, 세상을 어려워한다. 「진흙에 싹이 돋아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흙덩이에서 시작되는 무엇인가를 나타내 보려 하는 것이다. ● 전체적으로 표현된 사람의 형상은 소극적이고 늘 뭔가에 결핍되어 세상과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비스듬히 엿보듯이 살아가는 모습을 띄고 있는데 이것은 사람하나가 가질 수 있는 작은 부분일 수도 있고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울한 자화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되고자하는데, 그것을 위해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는데... ■ 사구귀

Vol.20010919a | 사구귀展